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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여군 동기들에 대해 느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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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5-21 10:58:29

17군번 학사장교입니다
원래는 259대대에 있다가 지금은 2포병여단으로 파견을 와서 꿀을 쭉쭉하고 있지요

그냥 요즘 이슈를 볼 때 제 동기 여군들이 계속 떠올라 주저리 글을 써봅니다 진짜 말 그대로 주저리는거라 문맥이 엉망일수도 있겠네요..

2017년 학사장교 수가 대략 480명이었고 그 중에서 여군은 10분의 1 수준으로 50명이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군대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예외 그룹은 뭘하든 상대적으로 눈에 띄기 마련이고 그런만큼 기억에도 오래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 예외 그룹에 속한 누군가가 뭘 하나 잘못이라도 하면 그 개인이 혼자 비난을 듣는 것이 아니라 예외 그룹 전체가 비난을 듣게 되지요

이런 면에서 여군 동기들은 처음 4개월 간 사관후보생으로서의 군사학교 생활에서 약간의 심적인 부담? 그런 부분에서 페널티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구의 강요없이 자기 스스로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군대라는 집단에 뛰어든 애들이었던만큼 적응력과 흔히 말하는 깡따구는 평균을 상회했던것 같아요

일단 교관들은 자격 안되면 우릴 내보내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혹독하게 굴렸습니다.. 진짜로 아스팔트에서 데구르르 흙바닥에서 데구르르..

그리고 군가 못외우면 엎드리고 발 어긋나면 엎드리고 정리 안되면 엎드리고 줄 흐트러지면 엎드리고 하루에 몇 번을 엎드렸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매일매일 엎드렸고 그리고 지금도 진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엎드려
하나에 oo 둘에 oo한다
하나......
하나.....
하나....
......
누가 올라오래!

와씨

이게 3분을 넘어가면 끄어엌하는 소리가 저절로 목구멍을 뚫고 나오고 5분을 넘어가면 팔이 컨트롤이 안됩니다 물론 5분이 되도록 정자세로 버티는 동기는 없었습니다

여군이라고 예외는 없었습니다 완전군장 멘 채로 엎드릴때도 똑같이 엎드렸고 힘빠져서 쓰러지면 교관께서 친히 찾아가셔서 일대일로 갈구는 것도 똑같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상황에서 우는 소리내는 사람은 없었죠(하지만 상황 끝나고 뒤에서는 어땠을지 모르겠네요..)

또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힘든 것 중에 하나가 거의 3개월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매일이 훈련인데 훈련교장이 생활관으로부터 4km 정도는 떨어진 저~ 위의 산중턱에서 위치해 그곳에서 각종 훈련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고 사관후보생들은 20kg짜리 군장+총기를 메고 두 시간이 되도록 매일매일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거였죠..

이렇게 평소에 안하던 짓을 갑자기 매일하다보면 발목이 뒤틀리고 물집이 잡히고 허리가 땡기고 나중에는 몸이 주인아 이게 뭐하는 짓이냐 당장 때려치워라 끄앙앙악하고 막 소리를 지릅니다

훈련이 반복될수록 다리 무릎 허리 환자가 속출합니다 그래도 봐주는 것 없습니다 상태를 봐서 계속해서 훈련에 참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퇴소당할 수밖에 없기에 어떻게든 참여를 합니다

이 역시 성별에 따라 봐주는건 없었어요 그래서 누구는 다리에 압박붕대하고 절뚝거리며 걸어 올라갔고 누구는 군장 무게로 인한 압박 때문인지 갈비뼈에 손상이 갔는데 훈련이 이루어지는 몇주 동안이나 그것도 모른채로 이를 악물고 올라갔죠 그럼에도 여자라서 뒤쳐지는 일은 없었어요

동기 여군들은 체력적인 부분이 남자를 완전히 앞서진 못했지만 부단히 노력을 했었습니다 여군 중에 군사학과, 체대 출신도 여럿 있었고 그만큼 체력 수준도 상당한 수준을 유지한 동기들도 꽤 있었죠
3km 달리기를 12분대에 찍는 동기들도 있었고 다른 여군들도 늦어도 14분 초중반대에는 거의 들어왔던걸로 기억합니다
윗몸일으키기도 90개 가까이 기록하던 동기도 있었고 대다수가 60개는 기본적으로 넘겼었죠

다만 팔굽혀펴기는 아무래도 선천적인 한계가 좀 더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이 부분에서도 다수가 여군 기준으로 특급은 기록했습니다

이런만큼 대다수의 여군 동기들은 더 이상 체력 등급에 관해선 신경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기록으로만 따지면 이미 대다수가 체력검정 3개 분야 전체를 특급으로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요(그래서 여군 체력기준이 지금보다 부쩍 올라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근데 여군 동기들은 체력등위표의 기준보다 더 높은 곳에 목표를 뒀었어요

남녀 간의 신체능력 차이에선 분명히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얘네들 분명히 힘들었을거에요 좀 더 신체적인 한계가 빨리 찾아왔을 수도 있고 그 한계가 지나면 정신력으로 버텼겠지요

이런 것을 옆에서 같이 훈련하면서 직접적으로 느꼈기에 개인적으로는 여군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남자나 여자나 같은 사람인지라 여군 중에서도 썩은 멘탈로 여군 전체를 욕먹이는 여군도 있었습니다 국방부가 이런 사람의 입대를 막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차선책으로 진급은 최대한 막아버려서 빨리 나가게 해야죠..-

요즘 같은 때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만약에 다른 곳처럼 군사학교에서도 자꾸 지나치게 여군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핸디캡을 줘서 훈련 간에 짐을 가볍게 한다든가 훈련의 강도를 낮게했더라면 어땠을까하고요

아마 여군들은 등 뒤에서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그렇게하지 않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똑같은 한계를 느끼게 했기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겠지요
물론 여군 동기들도 그런 환경을 버틸만한 역량을 이전부터 조금씩 갖추어왔기에 가능했던 것이겠고요

애매하게 배려해준다고 계속해서 핸디캡이 더해졌더라면 그건 여군들에게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을겁니다 더 잘할 수 있음에도, 더 성장할 수 있음에도 핸디캡이 능력을 제한시켰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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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6
2019-05-21 00:10:52

저도 육군학생군사학교를 거쳐간 학사 장교입니다. 저 역시도 제 여자 동기들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 후보생과함께 달려도 문제없는 체력, 가벼운 신체 덕분인지 한결 쉬워보이는 팔굽혀펴기... 등등등 그들이 저희와 나란히 달리고 함께 동일한 수준에서 군장메고 걷고 있을때 그녀에서 군인 동기로 변모를 하더군요. 저는 오히려 여자들 역시 환경을 강제적으로 주어지면 할수있는데 배려란 이유로 그들을 약하게 만드는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적이 있네요. 다른 장교 출신들은 잘 모르겠지만, 대체로 학사 기수내에서는 여군들이 훌륭해보이는건 저만의 착각은 아니었나봅니다.

WR
1
2019-05-21 00:26:31

반갑습니다! 매냐에서 괴베레스트를 겪으신 분을 보게 되다니..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2019-05-21 07:58:48

아직도 괴베레스트라고 불렸군요. 올라갈때마다 그옆에있는 플랜카드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말이죠. 화이팅입니다!

1
2019-05-21 00:42:16

저는 공수훈련 받을때 여자부사관이 있는 기수랑 같이 받았었는데요 아침 뜀걸음을 할때 앞에 여자후보생들이 있으면 고마웠었네요 천천히 뛰어서.. 하지만 얼차려 같은 체벌?은 가차없이 받았습니다 그쵸 똑같이 하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9-05-21 09:44:10

으아 부럽네요 공수훈련 때 체력훈련 진짜 엄청 괴롭히는데... 매번 그 경사진 길 전력질주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2019-05-21 13:38:09

나중엔 아예 뒤로 빼버리고 뛰었죠..

2
2019-05-21 01:03:17

저는 여자동기들과 같이 장교훈련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그들은 우리처럼 의무복무만 하고 나가자가 아닌 직업으로 선택하러 온것이고...보통의 각오없이 들어오기는 힘든 곳이라서 일반적인 여성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잘 무장이 되어 있었죠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오래달리기 기록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긴 했는데..문제는 남자가 가는 완력이나 기초체력 등등에는 확실히 미치지 못하는 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다들 한 사람 한 사람 좋은 사람들이었고 여러가지 이유로 여자로서는 매우 어려운 직업을 선택한 만큼 또래 여자들에 비해 훨씬 성숙하고 어른다운 애들이 많아서...인간적으로 참 훌륭한 사람들이 많았던 거 같내요

2
2019-05-21 02:22:36

동의합니다. 

핸디캡을 주면서 배려같지 않은 배려를 하는 순간

당사자들에게 발전의 장애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 전반에 깔려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구시대의 유물(?)이죠.

 

저는 충주 중앙경찰학교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상대적으로 여경 교육생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준비가 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는게 저의 (개인적인)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남경 교육생들도 그런 분들 꽤 있었겠지만

남자들 중엔 체력이 좋건 덜 좋건, 살이 좀 쪘건 간에.. 어느 정도 다들 운동을 좋아하거나 

축구라도 하거나 군대에서 구보를 뛰어본 경험이 있거나 '최소한의' 체력이나 개념(?)은 갖춘 경우가 많은데.

 

여경 교육생은 그게 아닌 경우도 더러 있더라구요.

 

어쨌든 여경이 상대적으로 소수 집단이다 보니. 

여경의 부정적인 행태나 이미지가 더 집단 전체의 이미지로 고착화 되기 쉬운 점도 있었을 거구요.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요즘 

2
2019-05-21 03:18:32

개인적인 생각으로그런 배려라고 하는 것들의 기저는 여자니깐 못해...를 깔고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거봐 못하지... 돌아오는 것인데 잘 모르는 거 같아서 아쉽습니다.

2019-05-21 09:44:38

근데 자대에선 대체 왜 그럴까요....

2019-05-21 10:14:53

그러게요. 군생활동안 장교포함 8명의 여군을 봤는데 체력에서 평균이라도 치는 여군은 딱 한명봤습니다.
그 한분이 어마어마하시긴 했지만요.

2019-05-21 10:19:33

저는 특전사였는데, 공수훈련도 필수 참여인데 안가고 공수휘장 붙이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체력뿐 아니라 업무에서도 (사실 이건 남군도 똑같지만) 실망을 많이했습니다.

3
2019-05-21 11:14:32

갠적으론 여자 병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여자 간부는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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