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군 동기들에 대해 느낀 것
17군번 학사장교입니다
원래는 259대대에 있다가 지금은 2포병여단으로 파견을 와서 꿀을 쭉쭉하고 있지요
그냥 요즘 이슈를 볼 때 제 동기 여군들이 계속 떠올라 주저리 글을 써봅니다 진짜 말 그대로 주저리는거라 문맥이 엉망일수도 있겠네요..
2017년 학사장교 수가 대략 480명이었고 그 중에서 여군은 10분의 1 수준으로 50명이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군대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예외 그룹은 뭘하든 상대적으로 눈에 띄기 마련이고 그런만큼 기억에도 오래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 예외 그룹에 속한 누군가가 뭘 하나 잘못이라도 하면 그 개인이 혼자 비난을 듣는 것이 아니라 예외 그룹 전체가 비난을 듣게 되지요
이런 면에서 여군 동기들은 처음 4개월 간 사관후보생으로서의 군사학교 생활에서 약간의 심적인 부담? 그런 부분에서 페널티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구의 강요없이 자기 스스로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군대라는 집단에 뛰어든 애들이었던만큼 적응력과 흔히 말하는 깡따구는 평균을 상회했던것 같아요
일단 교관들은 자격 안되면 우릴 내보내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혹독하게 굴렸습니다.. 진짜로 아스팔트에서 데구르르 흙바닥에서 데구르르..
그리고 군가 못외우면 엎드리고 발 어긋나면 엎드리고 정리 안되면 엎드리고 줄 흐트러지면 엎드리고 하루에 몇 번을 엎드렸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매일매일 엎드렸고 그리고 지금도 진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엎드려
하나에 oo 둘에 oo한다
하나......
하나.....
하나....
......
누가 올라오래!
와씨
이게 3분을 넘어가면 끄어엌하는 소리가 저절로 목구멍을 뚫고 나오고 5분을 넘어가면 팔이 컨트롤이 안됩니다 물론 5분이 되도록 정자세로 버티는 동기는 없었습니다
여군이라고 예외는 없었습니다 완전군장 멘 채로 엎드릴때도 똑같이 엎드렸고 힘빠져서 쓰러지면 교관께서 친히 찾아가셔서 일대일로 갈구는 것도 똑같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상황에서 우는 소리내는 사람은 없었죠(하지만 상황 끝나고 뒤에서는 어땠을지 모르겠네요..)
또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힘든 것 중에 하나가 거의 3개월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매일이 훈련인데 훈련교장이 생활관으로부터 4km 정도는 떨어진 저~ 위의 산중턱에서 위치해 그곳에서 각종 훈련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고 사관후보생들은 20kg짜리 군장+총기를 메고 두 시간이 되도록 매일매일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거였죠..
이렇게 평소에 안하던 짓을 갑자기 매일하다보면 발목이 뒤틀리고 물집이 잡히고 허리가 땡기고 나중에는 몸이 주인아 이게 뭐하는 짓이냐 당장 때려치워라 끄앙앙악하고 막 소리를 지릅니다
훈련이 반복될수록 다리 무릎 허리 환자가 속출합니다 그래도 봐주는 것 없습니다 상태를 봐서 계속해서 훈련에 참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퇴소당할 수밖에 없기에 어떻게든 참여를 합니다
이 역시 성별에 따라 봐주는건 없었어요 그래서 누구는 다리에 압박붕대하고 절뚝거리며 걸어 올라갔고 누구는 군장 무게로 인한 압박 때문인지 갈비뼈에 손상이 갔는데 훈련이 이루어지는 몇주 동안이나 그것도 모른채로 이를 악물고 올라갔죠 그럼에도 여자라서 뒤쳐지는 일은 없었어요
동기 여군들은 체력적인 부분이 남자를 완전히 앞서진 못했지만 부단히 노력을 했었습니다 여군 중에 군사학과, 체대 출신도 여럿 있었고 그만큼 체력 수준도 상당한 수준을 유지한 동기들도 꽤 있었죠
3km 달리기를 12분대에 찍는 동기들도 있었고 다른 여군들도 늦어도 14분 초중반대에는 거의 들어왔던걸로 기억합니다
윗몸일으키기도 90개 가까이 기록하던 동기도 있었고 대다수가 60개는 기본적으로 넘겼었죠
다만 팔굽혀펴기는 아무래도 선천적인 한계가 좀 더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이 부분에서도 다수가 여군 기준으로 특급은 기록했습니다
이런만큼 대다수의 여군 동기들은 더 이상 체력 등급에 관해선 신경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기록으로만 따지면 이미 대다수가 체력검정 3개 분야 전체를 특급으로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거든요(그래서 여군 체력기준이 지금보다 부쩍 올라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근데 여군 동기들은 체력등위표의 기준보다 더 높은 곳에 목표를 뒀었어요
남녀 간의 신체능력 차이에선 분명히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얘네들 분명히 힘들었을거에요 좀 더 신체적인 한계가 빨리 찾아왔을 수도 있고 그 한계가 지나면 정신력으로 버텼겠지요
이런 것을 옆에서 같이 훈련하면서 직접적으로 느꼈기에 개인적으로는 여군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남자나 여자나 같은 사람인지라 여군 중에서도 썩은 멘탈로 여군 전체를 욕먹이는 여군도 있었습니다 국방부가 이런 사람의 입대를 막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차선책으로 진급은 최대한 막아버려서 빨리 나가게 해야죠..-
요즘 같은 때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만약에 다른 곳처럼 군사학교에서도 자꾸 지나치게 여군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핸디캡을 줘서 훈련 간에 짐을 가볍게 한다든가 훈련의 강도를 낮게했더라면 어땠을까하고요
아마 여군들은 등 뒤에서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그렇게하지 않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똑같은 한계를 느끼게 했기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겠지요
물론 여군 동기들도 그런 환경을 버틸만한 역량을 이전부터 조금씩 갖추어왔기에 가능했던 것이겠고요
애매하게 배려해준다고 계속해서 핸디캡이 더해졌더라면 그건 여군들에게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을겁니다 더 잘할 수 있음에도, 더 성장할 수 있음에도 핸디캡이 능력을 제한시켰을테니까요
글쓰기 |
저도 육군학생군사학교를 거쳐간 학사 장교입니다. 저 역시도 제 여자 동기들에 대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 후보생과함께 달려도 문제없는 체력, 가벼운 신체 덕분인지 한결 쉬워보이는 팔굽혀펴기... 등등등 그들이 저희와 나란히 달리고 함께 동일한 수준에서 군장메고 걷고 있을때 그녀에서 군인 동기로 변모를 하더군요. 저는 오히려 여자들 역시 환경을 강제적으로 주어지면 할수있는데 배려란 이유로 그들을 약하게 만드는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적이 있네요. 다른 장교 출신들은 잘 모르겠지만, 대체로 학사 기수내에서는 여군들이 훌륭해보이는건 저만의 착각은 아니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