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늦잠의 기억 (부제: 젊음을 자신하지 말 것)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적어봅니다.
우연히 어제 잠자리에 들기전에 펀게에서 봤던 지각글을 보고 제 인생 최대의 실수 중 하나이자, 끔찍했던 지각의 기억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때는 2018년 3월 2일 금요일이었습니다. 그 다음주 3월 5일부터 미국에서 개최되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쥐어짜 데이터를 만들고 발표자료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스토리를 마무리 짓고 마지막 리허설을 동료들과 마친 후 저녁 8시즈음 집으로 귀가하였습니다. 그 당시 미국에 먼저 가있던 수퍼바이저한테 발표본 최종본을 보내주고, 짐을 이것 저것 싸던 와중에 수퍼바이저한테 연락이 오더군요. 데이터를 좀 더 수정하고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네요. 평소에는 하루 이틀 지나고 나서야 답장이 오던 그 인간이 어찌나 그날은 빠르던지..
어영부영 피드백에 맞춰서 데이터를 정리하다보니 어느 덧 시간은 12시가 되었고, 다음날 아침 비행기 탑승까지는 약 7시간 정도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 때 잠을 잤어야 했습니다. 아니, 수퍼바이저의 피드백을 과감히 무시하고 얼른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야 했습니다. 그치만 저는 아직도 제가 그 20대 초반 젊은 날을 살고 있는 줄, 제 스스로의 젊음을 과대평가한채 밤을 새고야 말았습니다.
그치만, 역시 몸은 정직하더군요. 잠시 누웠던 침대에서 눈을 뜨니 창밖에 새들이 지저귀고, 해가 밝은 모습을 비추었습니다. 적어도 5시에는 집에서 나섰서야 했는데, 눈을 뜨니 이미 7시 반이었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이제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에는..
다급하게, 그리고 매우 격양된 목소리로 수퍼바이저한테 전화를 걸어서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생각보다 쿨하게 저를 진정시키더군요. 그리고 당장 다음 비행기를 끊고 오라고 합니다. 다행히 저희 연구소는 교통권을 연구소 공용 시스템을 이용하여 구매하기 때문에 자비를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인생에서 가장 쿨하게, 마치 영화에서 보듯이 당장 2시간 뒤 LA로 향하는 비행기를 끊고 여행을 마칠 수 있었죠..
물론, 학회 다녀와서 수퍼바이저를 비롯하여 연구소 소장 등등.. 아주 호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처음 발생한 일이라서, 저에게 추가 금액을 부담시키진 않더라구요. 그 이후로 깨달은게 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는 절대 끊지 말 것. 그리고 절대 자신을 믿지 말 것... 몸은 정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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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재미있어요
아찔하고 무시무시한 추억(?)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