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Free-Talk

대림 여경 사건과 언론의 금과옥조

 
18
  3841
2019-05-19 14:22:41

0. 본 내용은 2018년 D모 사이트(DC는 아닙니다)에 올라왔던 j모 방송국 관계자와의 대화, 前 한경오 기자와의 대화를 근거로 한 내용입니다. 관련 링크를 찾기 위해 찾아보려고 했는데 작년에 올라왔던 글이고 해당 사이트 검색기능이 너무 취약하여, 해당 게시글을 찾아 링크하지 못하게 된 점 양해 바랍니다 (구글 검색에서도 안 잡히네요).

 

1. 제가 즐겨 듣던 한 팟캐스트의 진행자는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소수집단, 여성'.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한 대 얻어 맞은 듯 했습니다. 일종의 깨달음이었죠. 대학 때는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하기도 했었고, 막연하게 사회에서 여성이 차별받는 지점이 있고 그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죠. 사회적 소수라고 하면 한국사회의 혼혈인, 외노자, 차별받는 지역출신만 생각했었는데, 저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며 깨달음을 얻었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했죠. 아직도 여성 인권을 위해 사회가 개선할 점은 있고 싸워야겠구나 하구요.

 

2. 그런 막연하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것이 깨진 계기는 강남역 살인사건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지금도 제 상식으로는 말 그대로 '정신 나간' 사람의 범죄가 여성 차별 범죄로 칭해지고 이에 대한 일종의 사회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들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메갈리아에 동조한다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구나.' 그리고 그 즈음 페이스북도 끊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메갈리아성 게시글에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였고, 90% 이상 실친으로 구성된 제 페친들이 올리는 메갈리아성 발언들로 친구들을 잃겠구나 싶어 페이스북도 끊어야 했습니다. 친구들과 절연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3. 인문학 전공이다보니 제 주변에는 글밥을 먹고 사는 친구들이 참 많습니다. 작가, 기자, PD 등 이른 바 언론 바닥에서 일하는 친구들 선후배들이 수두룩 합니다. 그 때문인지 메갈리아에 동조하는 그들의 포스팅과 간증(?)은 꽤나 스트레스였죠. 래디컬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차별적 언어, 행위, 폭력에 '약자(라고 주장하는)의 폭력은 정말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사회운동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치열함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한 개인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 그리고 자신의 폭력성을 정당화하는 것, 자신을 억압한다고 하는 사람들과 동일한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무반성적 태도 등등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최전선의 싸움은 격렬할 수는 있지만, 반대편의 말도 듣고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4. 친하고 잘 놀던 친구들이 스트레스 유발 게시물을 썼지만 그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꺼려졌습니다. 스스로 갈등상황에서는 회피주의자라고 자처하는데, 굳이 직접 갈등상황을 유발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여성주의라는 것이 그들의 도그마라고 추측하기는 했지만 직접 묻고 싶진 않았습니다. 이런 얘기를 피해도 친구들과 할 수 있는 다른 얘기는 많이 있으니까요.

 

5. 그런 상황에서 소위 '진보적 언론 관계자들과의 대화' 게시글은 언론계 내부에서 어떻게 여성주의를 여기는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전문을 게재할 순 없으나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j모 방송국 사장은 요즘이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인권이 성장하는 때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선도하고 싶어 함. 동시에 인터뷰이 T가 일으킨 오보성 인터뷰와 그 파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반대 측에서 일으킨 파장을 일종의 '백래쉬'로 여기고 있음. 더불어 이에 대한 정정보도를 할 경우 여성 인권 운동에 있어 부정적 상황을 초래하지 않겠나 하는 분위기가 있음.

 

- (한경오 중 한 언론사) 기자들의 성역은 여성주의. 여성인권을 가지고 일종의 사상검증을 벌이며,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부에 소속되기 힘듦. 여성계에서 불편해할 내용을 보도하기는 매우 힘들고, 당연히 여성계/단체에 대한 비리도 취재하지만 데스킹 과정에서 모두 탈락. 간혹 통과된다 하더라도, 결국 결론은 '여성은 차별받고 있다'로 나오거나, 여성계를 비판하게 된다면 해당 기자가 종내에는 회사를 나가게끔 됨.

 

6. 위 두 내용을 종합하면 여성주의는 진보계 언론 내에서 성역에 해당되며, 근 몇 년간 벌어지는 메갈-워마드 사회운동(?)과 미투현상을 여성 인권이 진작되는 계기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여성의 사회진출 문제, 임금문제도 해당되며 이에 대한 보도가 참 많은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림 여경 사건에 대해 언론에서 주작질을 한 것도 동일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666304#0BJz

KBS에서는 보도 영상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여경의 미흡한 대처 등등을 떠나서 사실보도를 해야하는 언론사에서 후시녹음으로 의심받는 조작방송이 있었다면 이건 방송사 문을 닫아야 하는 일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게다가 옆동네에서는 이런 글도 올라왔습니다.

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905190031206608&select=&query=&user=&site=&reply=&source=&sig=h6jjGY-gghXRKfX@h-j9Sg-gKmlq

보도 영상을 가지고 어떻게든 포장질을 하려는 것은 K뿐만 아니라 MBC, SBS에서 모두 일어난 것이죠. 같은 사안, 같은 영상인데 이를 가지고 보도하는 내용과 흘러나오는 음성의 내용이 모두 다른 것은 방송사에서 어떻게든 포장질을 하려고 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보도가 아닌 자신들이 믿고 싶은 사실보도인 셈이죠.

 

7. 잠시 세 방송사 중 한 곳에서 교양 프로그램 제작진으로 알바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삼개월 정도로 짧은 경험이었지만, 좋은 PD분들과 작가분들을 만났고 보람찬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말하는 세계관과 제가 가진 철학이 많은 부분 중첩되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여성주의에 대한 철학도 포함됩니다. 제가 만난 분들, 친구들, 게시글의 대화를 가지고 진보성향의 언론인들을 모두 그렇다고 성급하게 일반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상적으로 드러난 것은, '여자 경찰'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다루는데 있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보도가 데스킹 과정을 통과했으며, 방송됐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과거의 언론보도들과 정정보도, 사과보도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성역이 없어야 할 기자들에게 성역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여성주의가 아닌가하는 의심 말이죠.

 

8. 여전히 한국사회에 해결되지 않은 여성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해결해야죠. 하지만 남자들이 겪는 문제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세계관에서는 여성문제를 언급하면 '열린 사람' 취급을 받지만, 남성문제를 언급하면 '꼴통, 차별주의자' 소리를 듣습니다. 바라기는, 부디 무엇이든 절대적으로 여겨지는 성역이 없어지고 모든 문제를 편견없이 바라보는 사회적 토론장이 열렸음 하는 것입다. 그것이 여성문제든 남성문제든 말이죠.

5
Comments
2019-05-19 14:32:28

와 링크해주신 글은 처음 보는데
같은 영상을 3사가 제각각 다르게
연출 편집하는 건 환상적이네요.
저게 뉴스인가요. 대단합니다.

10
Updated at 2019-05-19 14:58:37

조중동이 북한관련해서 사상검증한다면 한경오는 페미관련해서 사상검증하는걸로 유명하죠.

요즘 하는 짓거리들 보면 한경오친구들은 돈없는 조중동이니 하는 비판 들어도 절대 할 말 없습니다.

저널리즘은 그 자체가 목적이지 지들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결코 아닌데 말이죠.

쓰레기 주작 기사 쓰는 기자들이나 편집국사람들이나 젊은시절이나 학부시절 때는 저널리즘과 보도윤리를 가슴에 새긴 사람들일텐데 부끄러운줄 알아야합니다. 뭐 본인 입장에서는 사회의 부조리와 싸운다는 생각이겠지만, 어느새 자기들이 괴물이 되어버렸다는걸 알까요.

8
2019-05-19 15:25:30


붓이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문필가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가 칼로 이루어진 범죄보다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억울해 합니다.

바르지 못한 일입니다. 붓이 정녕 칼보다 강하다면 그 책임 또한 더 무거워야 합니다

 - 이영도 <피를 마시는 새>

2019-05-19 15:39:06

말씀하신대로 한쪽의 문제가 아닌 서로의 문제를 좁혀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9-05-19 16:16:31

기득권 5060 남성/아빠들과 그들의 딸/여성인 2030세대들이 단단히 결합해서 여성주의를 성역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딸이든 아니든 젊은 여성들이라면 너무 오냐오냐 하는 아빠들 + 차별받은 엄마 대신에 반대급부로 뭐든지 들어주는 아빠를 만난 세대.)
정작 차별을 받고 자란 5060 엄마/여성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여성들에게 양보하라, 져줘라 하며 심리적으로 거세 당하며 살아온 2030 남성/아들들은 이 흐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죠.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