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게 본 영화 <신세계> 해석
https://youtu.be/CKpfhS4TI6o
유튜브 추천영상에 뜨길래 제목만 보고 신세계 뭐 해석할게 있나..? 생각하면서 틀었는데 생각보다 신선하고 그럴듯한 해석이어서 놀랐습니다.
영상이 좀 길어서 요약을 하자면.. 이 영상에서 (비교적) 영화에 잘 드러난 부분 말고, 제 기준에서 새롭게 해석한 부분은 크게 두가집니다.
1. 애초에 강과장이 정청을 만났을 때 부터 정청이 이자성의 뒤를 캐게 해서 이자성과 정청이 서로 죽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2. 이중구도 과거에 이자성과 같은, 조직에 잠입한 경찰이었다.
1번 주장의 근거는 꽤 단순합니다. 정청과 강과장이 공항에서 만날 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강과장이 정청에게 명함을 줬다는거죠. 명함을 주면 그걸 바탕으로 자기 뒷조사를 할게 뻔한데도요. 그러니까 오히려 명함을 일부러 줘서 뒷조사를 하게 만들고, 이자성이 경찰인걸 정청이 알게 해서 정청과 이자성이 싸우도록 만들 생각이었다는겁니다. 여기서 정청도 강과장의 이런 의도를 간파하고 일부러 이자성을 죽이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구요. 사실 이 1번만 따로 놓고 보면 이렇게봐도 괜찮고 저렇게 봐도 괜찮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충격적인건 2번이죠. 영상에서 2번 주장의 근거로 든 장면 중 몇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2-1. 영화 초반 석회장의 장례식장에서, 이중구가 (정청에 비해) 경찰이 왔다는 말에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한다. 더군다나 강과장에게 "강팀장" 이라고 한다거나, 강과장이 이중구에게 "오랜만에 애들 얼굴 봤는데" 같은 이야기들을 한다. 아마 예전에 이중구가 경찰쪽이었을 때 강과장의 직책이 팀장이었을 것이다.
2-2. 구치소에 있는 이중구에게 강과장이 자신과 정청이 만났던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것도 과거에 이중구가 경찰이었다는 것을 정청에게 말했다..라는 암시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중구가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해 정청을 친 것이다.
이 부분까지는 사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다분합니다. 그러니까 보통 생각하는 것 처럼, 이중구가 궁지에 몰린 것은 자신이 경찰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골드문의 회장자리를 정청에게 넘겨줄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고, 사진도 널 잡아넣을 자료를 준게 정청이다 라는 얘기를 할 의도로 보여줬다고 생각할수도 있죠. 그런데 이 다음 근거들이 꽤나 그럴듯 합니다.
2-3. 강과장이 이자성에게 니가 배신한건줄 알았다 라는 얘기를 하면서 "예전에 한번 그런 놈이 있었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2-4. 중간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강과장의 약력에 보면 10여년 전 강력계에서 "해운대 프로젝트" 의 팀장을 맡았다가 (실패 후) 전남 여수로 좌천되었던 사항이 있다. 아마 이 해운대 프로젝트가 이중구를 조직의 보스로 만드려는 프로젝트였을 것이고, 이중구가 배신하면서 실패했을 것이다.
<영상 캡쳐>
2-5. 이중구가 출소할 즈음에 강과장과 이자성이 만났을 때, 강과장이 이자성에게 "이중구 출소하는데 건들지 말아라." 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중구가 아니라 이자성을 골드문 회장 내지 부회장으로 앉힐 생각이었다면, 이자성이 이중구를 조용히 처리해주는게 오히려 강과장쪽에 이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이자성에게 저런 얘기를 했고, 이자성도 이 대목에서 (이중구가 원래 경찰쪽이었다는걸 알았건 몰랐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결국 1번과 2번 해석을 종합하면 원래 "신세계 프로젝트"는 이중구를 구치소에 가두고 (그래서 이중구가 죽을 일은 없게 해두고) 정청이 이자성을 죽이게 한 뒤, 이중구에게 "니가 경찰이었다는걸 정청에게 알려줬다" 라는 암시를 줘서 궁지에 몰린 이중구가 정청을 죽이게 한다. 이렇게 모든 세력들을 서로 싸우게 해서 약화시키고, 구치소에 있어서 몸은 멀쩡하지만 세력은 거의 없어진 이중구를 나중에 장수기와 함께 회장/부회장 자리에 올려서 골드문을 경찰 아래에 둔다. 라는 계획이었다는 거죠.
<영상 캡쳐>
이 해석 대로면 정말 프리퀄이 나올 떡밥이 많은 것 같습니다. 본업이 작가시라는데 그래서그런지 영화의 모든 장면은 결국 감독이 의도해서 만들어낸 장면들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서 세세하게 보신 것 같습니다. 저도 기본적으로 영화에 대해서 저런 태도로 접근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 해석이 더 공감되는 것 같기도 한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글쓰기 |
근데 이중구가 배신을 했다면 애진작에 조직쪽에 정보를 흘릴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이제 그만 경찰로 복귀하고 싶다는 이자성에게 강과장이 그런 식으로 협박을 하죠. 결국 결심한 이자성은 강과장과 그 윗선까지 죽이게 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