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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두 발로 서있는 고릴라의 슬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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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4 01:08:02

 https://www.instagram.com/p/BwjjJmoFLWz/?utm_source=ig_embed

 

아프리카 콩고 공화국의 비룽가 국립공원에서 찍은 사진이 오늘 하루종일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비룽가 국립공원 측이 4월 23일 인스타그램에 기부를 요청하는 글과 올린 사진입니다. 공원의 밀렵단속반원이 고릴라 두 마리와 함께 찍은 셀카 사진입니다다. 사진 속에 고릴라들은 마치 사람처럼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두 발로 선 채 편안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고릴라들이 이렇게 사람처럼 행동하는 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두 고릴라는 모두 암컷이고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이들이 각각 생후 2개월, 4개월 됐을 무렵인 2007년 7월에 이들의 어미 고릴라들이 모두 밀렵꾼에서 살해당한 것입니다. 그 직후 밀렵 단속반원들에게 발견된 이들은 줄곧 비룽가 국립공원 내 보호구역에서 생활해왔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키운 단속반원들을 부모처럼 여기고 그들을 흉내내서 두발로 직립하는 등 사람의 행동을 배워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과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단속반원들도 고릴라들을 자식처럼 여긴다고 합니다.


비룽가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1천여마리에 불과한 야생 마운틴 고릴라의 약 3분의 1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콩고에서 10년이 훨씬 넘게 정부군과 반군간에 내전이 진행중이라 주민들의 삶이 극도로 피폐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무장 반군세력은 생계를 위해 밀렵을 일삼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공원에서 밀렵 단속을 하는 것은 목숨을 건 직업입니다. 실제로 지난 20년동안 그 지역에서 170명이 넘는 단속반원이 살해당했습니다.

 

야생 고릴라의 대부분이 서식하는 콩고와 르완다의 고릴라 밀렵은 남아공의 코뿔소 밀렵과는 본질이 다릅니다. 남아공에는 아주 고가로 팔리는 코뿔소 뿔을 노린 전문 밀렵꾼이 출몰하지만 콩고와 르완다의 밀렵은 지역 주민이 가난하게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옛부터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마운틴 고릴라의 생식기, 손가락, 귀, 혀 등을 끓인 물을 마시면 그들과 같은 힘과 정력을 얻는다는 속설이 있어 가끔씩 사냥 후 식용으로 소비되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인들이 고릴라 사체로 만든 장식품에 관심을 보이자 지역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밀렵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살아 있는 고릴라 새끼를 잡으면 유럽 동물원에서 비싼 값에 사갔습니다.

 

그 지역은 원래부터 인구밀도가 높고 다른 산업이 없기 때문에 경작, 목축, 사냥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생계 목적의 고릴라 사냥을 자신들의 권리라고 주장하며 밀렵 단속반원들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내전이 이어지면서 고릴라 서식지에 기지를 둔 무장 반군들이 식용으로 영양, 멧돼지와 함께 고릴라를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부분의 야생 고릴라들이 머지않아 멸종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밀렵꾼들과 무장 반군들은 동물 사냥을 위해 콩고와 르완다 산지에 수만개의 치명적인 덫을 놓고 있습니다. 고릴라는 다른 동물들보다 영리해서 덫에 걸려드는 비율은 훨씬 적다고 합니다. 고릴라들이 도구를 사용해서 덫을 제거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두발로 직립하고 사람을 흉내내는 것만 봐도 고릴라는 인간과 가까운 친척입니다. 그래서 아래의 영상이 더욱 가슴아픕니다.

 

https://youtu.be/0yd_syxpo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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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04-24 01:09:03

물리, 유전, 언어, 천문, 동물, 인권 도대체 모르는 게 뭔가요
잘 읽고 갑니다!

2019-04-24 09:23:54

박사학위 10개가 학계의 정설...입니다
대단한분이예요

2019-04-24 01:18:49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2019-04-24 02:13:22

이런 멸종 위기 종들이 한 둘이 아닌데 수십년만 지나도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2019-04-24 05:47:04

슬프네요. 방법이 없어보여서 더 슬픕니다.

2019-04-24 07:40:53

저 셀카에 이런 배경이 있었는지는 몰랐네요.

2019-04-24 10:15:43

이런 현상을 보면 아프리카에는 여전히 식민지시대의 자제가 뿌리깊게 존재합니다
코뿔소 상아나 고릴라 등 소비자들의 대다수가 아프리카가 아닌 타 대륙 인종들이죠
안타깝습니다

2019-04-24 11:33:23

 정말...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2019-04-26 12:15:27

영상이 끔찍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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