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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살인자의 기억법: 나의 마음은 사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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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25 23:40:22

 
안녕하세요 리스펙트입니다.
오랜만에 서평을 하나 적어봅니다.
감사합니다^^
 

살인자의 기억법

 

1.

"나의 마음은 사막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주인공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직이 한 말이다

김영하가 쓴 문장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 한 시인은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자기 식대로 변용하지 않으면 시인이 아니라고 했다

시인이 아니면서 언어에 욕심내는 나는 책을 읽는 와중에도 몇가지 예시를 만들어보았다

나의 마음은 [산맥 / 동굴 / 심해 / 우주 / 하늘] 이다

오리지널인 [사막]이 주는 힘을 새삼 절절히 느낀다

김영하가 쓴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으면서 이 문장만큼은 건져내야겠다 생각에 앞서 적어보았다

그러고보니 [내 마음은 호수]라고 고백한 시가 있었던 기억도 나는데 그때는 인상이 강렬하지 않았다

무엇이 더 신선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구축하는지는 부리는 언어와 쓰이는 맥락에서 확연히 달라진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이처럼 김영하가 빚는 문장만으로도 가치롭다

 

2.

"나"라는 1인칭 화자가 이끄는 소설은 그의 시선을 빌리기에 감각과 경험,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왜곡이 작가가 준비한 반전이 되는 경우가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반전을 적극 사용하였는데 결말이 도통 허무해서 뒤통수를 후려맞는 기분이다

소설을 두번 읽게 만드는 장치는 아닐까 의심까지 할 정도이다

허무감이 깊은 이유는 기대감이 그만큼 고조되었기 때문이고, [살인자의 기억법]이 그만큼 갈등을 쌓아올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줄거리를 추려본다면 대강 이렇다.

 

(기) 70대가 되어 늙어버린 살인범이 살해한 여인의 아이를 딸로 책임감있게 맡아키웠고 이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을 무렵 자신과 동류인 사내가 딸을 노리고 있다

(승) 이에 그 사내를 경게하고 오랫동안 손 놓았던 살인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팔굽혀펴기 100회를 해서 근육이 차올랐음을 확인하고 이제 사내 사냥을 시작하려 하는데..

(전) 딸이 사라졌다

(결) 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생략..

 

기막힌 설정과 살인자가 된 노인의 감칠맛나는 독백이 파편처럼 기록된 구성은 김영하가 얼마나 언어에 감각이 있는지, 이야기를 푸는 재주가 뛰어난지 알려준다

소설 속 살인자는 자신의 마음을 적확하고 냉철한 언어로 표현하는데 내용이 심오할 뿐 아니라 문장이 시인급이고,

살인자가 품은 진실과 타인의 오해가 주는 간극이 가져다주는 긴장감도 팽팽하다

 

다만 소설 기법과 내용 자체가 주는 고조된 절정에서 작가가 꺼내든 해법은 독자로서 어리둥절할 만한 결론이었고 쉽게 읽힌 소설이 쉽지 않다는 역설에 직면하게 된다

이 역설은 누군가에게는 허무를, 어떤 이에게는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소설을 읽고 나서 나는 어디에 속하는지를 잘 더듬어 보면, 나의 소설관을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3.

살인자의 기억법은 분량이 결코 길지 않았고 대략 40~50분 정도면 일독할 수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적당한 호기심에 간단히 집었다가 금세 읽었고 진한 여운이 남았다

그만큼 [살인자의 기억법]은 단촐한 주인공의 일기이면서 김영하가 준비한 세련된 소설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영화로 탈바꿈한 사실에 의아하게 된 이유도 직접 원작을 읽었기 때문이다

일기를 대화로 치환하거나 상상을 이미지로 변신하는 작업이 지난하리라 여겼다

영화를 찾아보니 결말은 원작과 전혀 달랐으나 손익분기점은 어떻게 넘겼다 한다

원작 기반 영화가 탄탄하기는 하되 원작을 잘 고르고 각색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겠다

 

4.

요약하건대

살인자의 기억법는 명료하고 섬세한 문장과 기승전까지 유지 확장되는 갈등만으로도 일독을 권할 수 잇는 작품이다

결말에 대해서는 호오가 갈릴 수 있으니 유의하면 좋겠다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김영하라는 작가를 신문 연재에서 처음 보고 겨우 다시 만난 작품이며 그의 대표작이라는 [검은 꽃]을 집어들게 한 징검다리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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