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소가 2017년 11월 포항지진을 촉발했답니다.

지열발전소는 지열(地熱)의 힘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해 내는 발전소입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지열발전소는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같이 화산활동이 많거나 온천이 발달한 지역에 설치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비화산지대 국가로서는 아시아 최초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경상북도 포항에서 MW급 지열발전 RD&D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근래 들어 암반지역에서도 약 4∼5km 깊이까지 시추를 하고 고압의 물을 주입해 암반을 분쇄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심부에 인공적으로 지열 저류층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덕분에 화산지대가 없는 국내에서도 심부지열발전(Enhanced Geothermal System)이 가능해졌으며 포항에서는 국내 최초로 MW급 지열발전소 사업이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울릉도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12 MW 규모의 지열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관련 지역발전계획의 일환으로 10 MW 규모의 지열발전소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광주시에서도 3.5 km 지하의 심부지열 시추조사를 거쳐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천광역시에서도 지열발전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등 전국적으로 심부지열발전사업 추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지열발전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2015년 3월부터 지열발전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의 적용을 받게 되어 높은 가중치의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 발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2017년 11월 수능시험 전날에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발생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규모가 컸던 지진입니다. 며칠 후 지진 전후의 지층변화를 시각화한 데이터를 통해 발전소와 가까운 곳에 파열면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 이후에도 포항지진의 원인이 포항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었고, 정부는 포항지열발전소의 공사를 무기한 중단시키고 지질 및 지진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 조사단을 꾸려 정밀 진단을 실시했습니다. 

오늘 오후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열발전소의 지열정을 굴착하고 이곳에 유체를 주입하며 미소지진이 순차적으로 발생했고, 시간이 흐르며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말하며, 진원의 깊이인 4㎞가 지열발전을 위해 물을 주입한 깊이와 일치한다는 것을 촉발지진의 주된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자연지진이 아니라 포항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내용입니다. 포항시는 내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

많은 포항시민들과 단체들이 지열발전소를 건립하고 운영한 데 따른 정부와 관련 기관 책임론을 제기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대규모의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