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끝나고 보고 온 캡틴마블 후기입니다(노스포)
예비군이 끝나고 오랜만에 본 친구와 함께 칵테일 바 가기 전에 뭘 하면 좋을까 하다가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뭘 볼까 고민하다가 때마침 오늘이 캡틴 마블 개봉일이라 보게 되었어요.
영화가 워낙 화제작이라 기대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서 한 번 글로 남겨볼까 합니다. 편하게 적다보니 반말체로 적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1.마블의 1세대와 2세대를 나눌 분기점인 어벤져스 4의 핵심인물이고, 앞으로 캡아를 이어받아 마블 시네마를 이끌어야 하는 캡틴 마블의 첫 영화다. 반드시 성공해야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영화다.
2.이슈가 많았다. 주연배우와 원작 만화의 이미지 불일치에서 시작했던 아쉬움들이 브리 라슨의 경솔한 SNS(스탠 리 애도관련)와 과도한 페미니즘 언급으로 영화 내외적으로 시끄러웠다. 게다가 제작사에서는 역대 최고의 마블영화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심어줬고, 주연배우는 패미니즘 영화라며, 이 영화로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브리 라슨이라는 배우는 참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룸에서 성숙한 연기를 보여준 적 있어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 과도한 패미니즘 언급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패미니즘의 아이콘 자리를 차지하며 올라서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여성으로써 겪는 어려움으로 인한 좌절을 표현해도 좋은 패미니즘 영화가 될 수 있고, 여성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려도 패미니즘 영화가 될 수 있다. 다만 그 전에 우선 좋은 영화를 찍는 것이 우선이다. 서사가 좋고, 그로인해서 관객이 주인공에 몰입하게 하여 그가 장애물을 넘던, 걸려 넘어지던 충분히 공감하고 그 장애물에 대해 인식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영화는 영화 본질로 평가받아야지 그 영화가 내건 메세지만 신경쓰고 전달방법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시리즈로 엮인 스토리는 이전 설정들에 대해서 깊게 신경쓰고 유념해서 제작해야 한다. 괜히 역대급 관객몰이를 한 라스트 제다이를 두고서 사람들이 스타워즈 시리즈의 종말이라고 한 게 아니다. 우리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죽을 고생을 다해서 배우고, 아나킨이 팔, 허리 잘려가며 배운 포스를 나이 좀 먹었다고 평생 수련도 안한 레아 공주가 맘대로 쓰면, 그 때 부터 시리즈 전체가 박살이 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토니 스타크가 죽음을 파는 무기상에서 피랍 이후, 아이언 맨으로 거듭나기까지 과정의 설득력, 캡아가 자신의 정의를 관철시키기 위한 근성을 보여주며 힘을 얻은 과정 등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으면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 힘을 적응하는 과정도 없이 쓴다? 그동안 나온 히어로들은 바보가 되는 것이다.
이번 캡틴 마블을 보면서 계속 들던 생각이 뭐가 그리 급해였다. 뭔가 편집과정에서 많이 잘라냈나 싶을 정도로 캐릭터 설명과정점프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마블은 앞으로 10년을 캡틴 마블에게 맡기겠다고 천명했다. 그러기 위해서 1편인 이번 영화는 캐릭터 구축에 죽을 힘을 다했어야 했다.
왜 캐럴 댄버스라는 여성이 그런 도전정신을 가지게 되었고, 그녀가 본인이 내건 가치는 무엇이며, 그런 가치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겪어서 힘을 얻게 되었고 그 힘을 컨트롤하기까지의 여정들이 충분히 설득력있게 그려져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그 설명을 단순한 회상 점프 컷신으로 대부분 대체하거나, 친구와의 대사를 통해서 넌 원래 그런 아이였어라고 말한다. 설명이 아니라 주입식 교육이다.
"얜 원래 이런 친구야"
미안하지만 원래 이런 친구라고 말하고 싶으면 그런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일화나 과정들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그려줘야한다. 그래서 퍼스트 어벤져에서 아직 몸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불의에 대항해 몇번이고 일어나 덤빌 수 있다며 어필하는 스티븐 로저스를 본 우리는, 추후에 3편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아이언 맨에게 몇번이고 일어나 덤빌 수 있다며 주먹을 쥐는 캡틴 아메리카를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림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단지 몇 장면의 컷신이었다면 그러한 감동은 남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1편에서 자신만만하게 제가 아이언맨입니다를 기자회견에서 내뱉던 토니 스타크가 어벤져스에서 뉴욕침공을 겪은 후, 그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과정들이 어벤져스 2편에서 울트론이라는 결과로, 아이언 맨 3편에서 슈트에 집착하는 형태로 나왔기 때문에 3편 마지막 장면에서 마스크를 던지며 "난 아이언맨 이니까요." 를 독백할 때, 진정한 본인을 마주한 토니 스타크를 보며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서사가 부족하다.
과도하게 PC에 집착했고, 그러면서 전형적인캐릭터가 되버렸다. 90년대라는 설정을 살린 센스도 부족했다.
액션은 배우의 신체적인 제약으로 발생하는 빈약함을 카메라 회전으로 인한 블러로 대체하려 했으나, 간단한 러닝 장면에서도 비슷한 신장의 블랙 위도우에 비하면 뒤뚱뛰뚱 느낌이 났다. 그래서 캡틴 마블의 각성 후 전투가 대부분 사이킥 블라스트를 이용한 화려한 화면으로 채워졌겠지만 실망스러웠다. 마블의 싸움이 이렇게 빈약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아예 힘을 그렇게 쓰는 장면을 보여줄 거 였으면 잭 스나이더가 찍은 배대슈나 맨 오브 스틸의 조드장군 씬을 참고했으면 어땠을까
시나리오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반전요소도 뻔했지만 이름을 감추면서 변주를 줬기 때문에 원작 팬들도 오? 하고 놀랄 부분은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모잘랐다. 아무래도 컷신이 과도하게 편집되지 않았을까 의심되는데 감독판이 나온다면 좀 다를거라 생각한다.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감이 배로 큰 영화였다.
평작은 되지만, 퍼스트 어벤져에서 시행착오를 겪고도 새로운 마블 시네마틱을 이끌 캡틴 마블의 데뷔작이 이렇다면 실망스럽다.
적어도 이것보단 잘 나왔어야 했다. 아니 잘 나올 수 있었다.
+
1. 쿠키는 두 개 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으시다면 첫 쿠키만 보셔도 좋습니다
2. 어벤져스4 -2 와 흐름 때문에 고민이시라면 글쎄요... 안보셔도 흐름에 지장은 없을겁니다.
이번 영화는 캡마는 이런 파워를 가지고 있다학고 보여준 영화고 거기서 이야기가 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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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매우 잘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