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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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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2-19 23:28:41

<p>작년에 대학원에 처음 입학했을 때, 물론 학업이 전부였지만 제 또래의 이성친구들이 많을 거라는 모종의 기대를 했었습니다. 물론 학업이 전부였습니다. 다시금 강조 드립니다.<br />그런 제 기대와 달리.. 아들이 저와 동갑인 어머님(누나라고 부르라고 하시지만 도의적인 측면에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부터, 최소 10살 이상 차이나는 이모뻘들이 계셨습니다.<br />그렇지만 다들 너무 좋아서 2도 아쉽진 않습니다.(1은 아쉽긴 합니다.)<br />그 중에 K라는 분이 계시는데요, 대기업 강사를 몇 십년하시고 퇴사하셔서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신 분입니다. 나이도 저보다 많으셔서 말을 편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도 끝까지 주민쌤, 주민쌤하며 존대를 하십니다. 중간 과제나 기말 과제도 대충하실법한데 제일 어린 저보다 훨씬 더 최선을 다하십니다. 성격도 굉장히 유들유들하시고 누구와도 잘 지내세요. 보면서 참 ‘우아’하다는 생각이 드는 분입니다.<br />그런 K쌤에게 대학원 개강하기 전에 동네주민끼리 커피 한 잔하며 얘기나 하고 연락이 왔습니다. 개강이 얼마 안 남았다는 슬픔도 컸지만, K쌤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다는 기쁨이 더 컸습니다. 그렇게 오늘 K쌤과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습니다.<br />말을 하는 사람,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런지 대화가 참 즐거웠습니다. 물론 15살이나 어린 저를 이해해주고 맞춰주시는 K쌤의 배려가 있어서 그랬겠죠.<br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중 제가 K쌤에게 이런 칭찬을 했습니다.<br />‘K쌤, K쌤은 참 완벽하신 거 같아요. 세심하시구요. 그게 참 부러워요. 저는 체계적이지 못하고 즉흥적이거든요. 그래서 많이 넘어지는 거 같아요.’<br />그러자 K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시더라고요.<br />‘저도 주민쌤의 그 행동력과 열정이 부러워요. 저는 목적을 세워놓고 움직이는 스타일이라 사실 움직이는 게 쉽진 않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우당탕탕 부딪히고 깨져보면서 크게 성장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게 지금의 주민쌤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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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아름다운 비행이라는 영화 아시나요? 에이미라는 작고 귀여운 소녀와 그녀가 키우는 16마리의 거위들이 따뜻한 남쪽 나라로 함께 비행하는 영화인데요, 아빠와 함께 경비행기를 조종하며 거위들을 인도하던 에이미는 난관에 부딪힙니다. 바로 아빠가 비행중 다친거죠.<br />30마일의 거리를 홀로 비행해야 하는 에이미는 절망에 빠집니다. 그리고 ‘아빠 없인 못 찾아요.’라고 얘기하죠. 그런 에이미에게 아빠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찾을 수 있어. 넌 엄마를 닮았잖아. 용감하게, 네게도 그 강인함이 있어.’<br />그 말에 힘을 얻은 에이미는 결국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해서 거위들을 따뜻한 남쪽 나라로 안내해주게 됩니다.</div>
<div>우리의 인생도 에이미와 굉장히 많이 닮아있지 않나 싶습니다. 15살도 안 된 에이미가 거위를 남쪽 나라로 이동시켜보겠다고, 경비행기 타는 법을 배울 때 전 코웃음을 쳤습니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무모한 도전이잖아요. 위험하고. 그런데 에이미는 끊임없는 연습 끝에 경비행기를 무리 없이 조종하게 됐습니다. 물론 많은 실패가 있었죠. 땅에 쳐 박혀도 보고, 조종간을 제대로 잡지 않아 큰 일이 일어날 뻔도 했죠. 하지만 결국 에이미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거위들을 인도합니다. 그녀 스스로의 힘으로요.<br />그녀가 만약 ‘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라고 하며 도전하지 않았다면요? 바뀌는 건 없었겠죠. 거위는 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고, 주는 모이만 먹으며 살아야 됐을 겁니다.<br />하지만 불가능한 도전을 어쨌든 시작했기에, 그 무모한 도전은 감동의 피날레로 끝을 맺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K쌤과 같이 무언가를 하기 전에 끊임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성향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리스크 테이킹을 따져보는거죠. 이런 경우 대개 안정적으로 살아갑니다. 실패할 확률이 적으니까요. 반면 저 같이 일단 부딪혀보는 성향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리스크 테이킹은 쌈싸먹습니다. 결국 많이 넘어집니다. 처음 넘어지면 참 아프고 쓰립니다. 그런데 마데카솔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놓으면 어느새 새살이 돋습니다. 그 다음에 넘어지면 처음만큼 아프진 않습니다. 그렇게 계속 넘어지다보면 넘어지는 반동으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 때는 더 이상 넘어지는 게 두려워지지 않더라고요.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요.</div>
<div>살면서 수많은 실패들과 좌절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참 힘들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만, 결국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nbsp;저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많은 실패를 하고 좌절하겠죠. 그게 저니까요. 그렇지만 그 실패와 좌절을 극복한 경험들이 있기에 다시 일어나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씩씩하게 ‘괜찮습니다.’라고 소리치려구요.<br />혹시나 저와 비슷한 성향의 분들이 계시다면, 실패에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br />분명 그 실패의 과정들이 본인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될테니까요.</div>
<img alt="20190219_220923.png" src="https://cdn.mania.kr/nbamania/g2/data/cheditor5/1902/view_thumbnail/mania-done-20190219230249_zzmfgesq.jpg" />
<p>&nbs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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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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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23:09:11

구독하고 항상 잘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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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23:10:16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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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23:16:02

글을 읽고 이 영상이 생각났습니다.

https://m.youtube.com/watch?v=FGjvjM_Ro_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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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9 23:20:53

은연 중에 본명을 적으신건 아닌지요..?

1
Updated at 2019-02-19 23:26:36

닉이 원주민이라 주민쌤이라고 적으신 것 같습니다!!

1
Updated at 2019-02-19 23:30:54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WR
2019-02-19 23:28:58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1
2019-02-20 06:53:0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그 K쌤같은 성격인데요... 정말 도전정신을 가지려고 노력해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더 어려워 지는 것 같네요...

용기를 얻어서 도전해봐야겠습니다.

1
2019-02-20 12:40:54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스크랩해놓고, 무언가 망설여질때 꺼내 읽어볼 예정입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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