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사망선고가 내려진 오퍼튜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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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4 16:54:48
아래 링크는 제가 거의 4년쯤 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https://nbamania.com/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1930572
위의 영상은 화성 탐사용 로봇 스피릿이 지구로부터 화성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을 6분 가량의 영상으로 요약한 것입니다. 아주 멋진 영상으로 많은 매니아님들께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영상에 2분 30초 즈음에 나오고 그 이후에도 또 등장하는 JPL 엔지니어는 한국계 Wayne Lee 박사입니다.
2003년 6월에 미국의 화성 탐사용 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발사되었습니다. 스피릿은 목표지점인 화성의 적도 남쪽 구세프 크레이터를 향하여 6월 10일에 발사되었고, 20일 후인 6월 30일에 오퍼튜니티가 화성의 정반대 방향인 메리디아니 평원으로 발사되었습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약 7개월에 거친 우주여행 끝에 각자의 목표지점에 에어백을 사용해서 착륙했고, 17분 뒤 화성 표면 착륙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사진을 지구로 보내왔습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무게 185 킬로그램의 골프차량 만한 크기로 미국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화성까지 컴퓨터로 원격조종 되고 있었습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화성의 암석에 구멍을 뚫고 성분을 분석할 수 있었고, 날개처럼 생긴 태양전지판으로부터 (태양광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를 생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여섯 개의 바퀴로 평지를 돌아다니며 화성의 지형, 암석과 퇴적형태를 탐사하도록 설계되었는데, 3개월 후에는 태양 전지판에 먼지가 쌓이고 하루 섭씨 100도 이상의 일교차에 마모되어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화성 지표면에는 시도때도 없이 먼지 폭풍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태양 전지판에 쌓인 먼지는 때마침 불어온 강풍에 쓸려갔습니다. 이들 탐사로봇은 90일 동안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지만 모두의 기대를 뛰어 넘었습니다.
월동장비를 갖추지 못한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혹독한 겨울에 태양광에 닿기 위해서 경사 30도가 넘는 언덕을 올라 그곳에서 가장 높은 꼭대기까지 다다랐고, 태양광 패널을 태양이 있는 쪽으로 향하도록 지속적으로 조정해가며 견뎠습니다. 그리고 수십 번 소프트웨어 이상으로 신호가 끊겼지만 그때마다 성공적으로 재부팅되었습니다.
언덕에서 추락할 뻔 하고, 몇 차례 모래 속에 갇혔지만 원격조종 프로그래머들의 놀라운 능력으로 매번 살아났습니다. 지구에서 보낸 컴퓨터 프로그램 명령은 20분 후에야 탐사로봇에 도착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들의 위기대처 능력은 더욱 돋보였습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과거 화성에는 물이 존재하고 따뜻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분화구 등을 탐사하며 증거를 수집해왔습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덕분에 인류는 아주 오래 전 화성에 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단서들을 찾아냈습니다. 지구 이외의 행성에서는 처음으로 퇴적암을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블루베리라는 별명이 붙은 적철광을 발견한 것입니다.
3개월의 기대 수명으로 겨울을 날 수 있는 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화성에 도착했지만, 스피릿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무려 6년이 넘도록 수많은 사진과 정보를 지구에 전송하는 활약을 하다가 2009년 말에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2010년 3월 22일에 지구와 마지막으로 교신 후 장렬히 수명을 다했습니다.
오퍼튜니티는 지난 2007년에 먼지 폭풍으로 연락두절되어 스피릿보다 먼저 수명을 다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두달 후 화성의 계절바람에 의해 기적적으로 다시 교신이 재개되었습니다. 그 후 오퍼튜니티는 인데버 크레이터(Endeavour crater)에서 미네랄 석고를 발견했습니다. 역시 화성에 물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그렇게 오퍼튜니티는 10년이 넘도록 긴 거리를 탐사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2018년 여름 화성에서 발생한 거대한 모래폭풍이 오퍼튜니티를 멈춰 세웠습니다. 태양광 패널에 엄청난 양의 모래가 쌓여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것입니다. 몇년 동안 먼지를 날려주던 화성의 계절바람은 일년 전부터 약해져 왔습니다. 오퍼튜니티는 2018년 6월10일 교신을 끝으로 지구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 이후 이후 나사(NASA)는 800회 넘는 교신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습니다. 2019년 2월 13일 마지막 교신 시도를 끝으로 오늘 오전 NASA는 오퍼튜니티에게 사망 선고를 내렸습니다. 90일간 활동할 것을 목표로 발사되었던 오퍼튜니티는 15년 동안 활동하며 무려 21만장이 넘는 화성의 사진을 지구로 보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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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수고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15년이나 묵묵히...언젠가 찾아서 박물관에 전시될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봅니다. 생전에는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