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설렘이 사라진 것 같아요.
14
3718
2019-01-23 10:47:57
'오래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설렘이 사라진 것 같아요. 다시 설레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제 저녁 10시 인스타 라이브 방송에서 들었던 가장 인상 깊은 질문에 대한 제 답변을 공유합니다.
오래된 연인 사이에서도 적용되는 질문과 답변일 거 같네요.
음, 혹시 핫식스 즐겨 드시나요? 안 드신다고 하시더라도 핫식스가 어떤 음료인지는 아실 거예요. 신진대사 작용이 활발해지고 심장이 빨리 뛰며, 활력을 찾아줍니다.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핫식스 자주 먹습니다.
저도 그랬구요...눈물이..
그런데 핫식스의 효과가 평생 간다면요?
아마 부작용이 훨씬 클 겁니다.
저는 이 '설렘'이라는 감정도 핫식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처음 시작될 땐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의 강력한 분비로 인해 바라만 봐도 떨리고, 썸남썸녀를 위해선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 같고, 안 되는 시간도 억지로 만들어 통화를 하고 얼굴을 보죠.
'그거 좋아하세요? 어 저도 그거 좋아하는데! 대박.'
다른 점은 보이지가 않고 비슷한 점만 보입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 사람이 특별해서 그런걸까요?
아뇨, 처음엔 다 그렇습니다.
이걸 전문용어로 '오픈빨'이라고 합니다.
식당이나 카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처음에야 디자인 이쁘고 새로 생겼으니 사람들이 자주 찾아가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오픈빨이 사라졌을 때 어떤 메뉴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 이 카페나 식당만의 메리트는 무엇인가가 중요해지는 거죠.
사랑도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설렘이 없어졌을 때, 그 사람의 본 모습이 보이는 거고, 그 미지근함에 대처하는 게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인 거 같아요.
설렘도 사랑의 굉장히 중요한 요소지만, 저는 익숙함과 편안함(물론 익숙함과 편안함을 가장한 소홀함은 굉장히 나쁜 신호지만요.)이 연인 사이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내 표정만 봐도 '이 사람이 지금 뭐 때문에 힘들구나, 그럼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겠다.'라고 알아주고,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너무도 잘 아는 그런 사랑도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남편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보시면 설렘이.. 쿨럭 죄송합니다.'
어제 장난으로 그 분께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엄청 웃으시더라고요.
아마 남편분도 이런 농담을 받아주실 정도로 마음이 넓고 편안한 분일 거 같습니다.
옆에 나를 잘 알아주는 편안한 사람의 존재에 감사하고 그 편안함을 축복으로 받아들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16
Comments
글쓰기 |
연애땐 제가 너무 보고싶은면만 봤고... 다투기라도 하면 누가 더 센가의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에..
힘들었던거 같았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사랑하는 사람을 매일매일 볼수 있어서 좋고...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매일매일
볼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24시간 cctv 모드는 사실 힘들때도 있으나....
서로가 서로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고... 감정을 공유하는거... 이것처럼 매일 행복하고 설레이는일은
없을거 같습니다....
물론 정권 지르기 맞을땐 예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