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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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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1-15 09:58:42

누런 이가 싫었습니다.
하얗고 가지런한 이를 가지고 싶어 어린 시절 아버지와 목욕탕에 가면 칫솔질을 그렇게 열심히 했습니다.
거품을 입안 가득 머금고, 머금은 거품을 감당할 수 없을 때 뱉었습니다.
그리고 전보다 이가 약간은 하얘졌을까 기대하며 입술을 크게 벌리고 이를 자세히 살펴봤어요.
기분 탓이었을까, 그러면 이가 좀 더 가지런해지고 하얗게 변한 거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칫솔질을 너무 많이 하면 치아에 안 좋다며 그만하라고 하셨어요.
전 차라리 닳아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얗지도 않고 가지런하지도 않은 이 따위의 치아,
닳고 닳아 가지런해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요.

시간이 꽤 오래 지났습니다.
또래들중 몇몇이 치아로 고생할 때 전 단 한 번도 치아로 고생한 적이 없던 거 같습니다.
하얗지도, 가지런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건강하고 튼튼한 이를 가졌음에 감사합니다.


건강한 치아를 물려주신 아버지는 많이 약해지셨어요.
15년 정도 됐을까요, 부산 남산중학교에서 학교 아버지들끼리 축구시합을 했을 때, 상대팀 공격수의 슛을 슬라이딩으로 멋지게 막던 아버지는 무릎 때문에 걷는 것도 불편해하십니다.

가끔 거울 앞에 서서 가지런하지 못하고 누런 제 치아를 봅니다.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에 나오는 모모와 로자 아주머니처럼 시간은 누군가를 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약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절대라는 것은 없습니다.
없으면 죽을 것 같을 정도로 사랑하는 연인이 내일이면 남남이 될수도 있고, 평생 우정을 맹세하며 술잔을 부딪치던 친구들과도 가치관이나 성격 차이로 멀어질 수 있습니다.
단 하나 있다면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것이겠죠.
로자 아주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던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려요.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아직도 그녀가 보고 싶었습니다.
모모의 마지막 말은 이것입니다.
사랑해야 한다.

부모님과 많이 싸우고 부딪혔었던 것 같아요.
돌아보니 참 죄송스럽습니다.
사람들 앞에선 1시간도 어렵지 않게 떠들면서
부모님과는 1분도 통화하기 힘들었어요.
무뚝뚝한 아들이라 부끄럽지만 예전보다 자주 연락을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요즘따라 부쩍 치아를 자주 봅니다.
그리고 저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들에게 사랑한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순간의 행복을 맘껏 누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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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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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1-15 10:00:31

저도 황니입니다
다만 치열은 고르기에 어려서는 시에서? 구에서? 주는 건치상도 받은적이 있습니다.

근데.... 지금은 상하좌우에 사랑니 4개가 누워있네요

WR
2019-01-15 10:04:25

매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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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0:51:23

매복도 매복인데 위치고 신경을 건드린다고 동네 치과에서는 큰병원 가라고 겁을줘서

양치와 리스테린으로 관리만 일단 하고있습니다

WR
1
2019-01-16 08:28:17

어우......힘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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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10:27:08

좋은 글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WR
2019-01-16 08:28:29

감사합니다! 아캔두님!

1
Updated at 2019-01-16 10:38:40

타지 생활 하면서 느낀건데 부모님과의 통화가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습니다

WR
1
2019-01-16 08:28:39

자주드리면 드릴수록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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