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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그런 사람이 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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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2 11:49:16

A라는 여자가 있습니다. 이쁘고 매력 있지만, 성격도 얼굴값합니다. A가 남자친구에게 하는 걸 보면 한 번씩 참 못됐다싶습니다.

자기 기분 안 좋다고 다짜고짜 전화해서 상처주고, 저녁 늦게 갑자기 연락해서 집 앞으로 오라한다거나, 피곤하다고 약속 30분 전에 1주일 전에 잡은 여행을 파토냅니다.
아마 남자친구는 A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3일전부터 가슴설레며 만남을 기다렸을텐데 말이죠.

그런 A가 최근에 이별했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남자친구가 A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왜 한 번도 자기한테 다정하게 굴어준 적 없어?'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A는 미안해서 그 자리에서 계속 울기만 했답니다
꽤 오랜 기간 만났는데 정말 한 번도 잘해준 적이 없었다네요.

전화기 너머로 울먹거리는 A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러게. 좀 잘해주지. 왜 그랬어.'라고 푸념 섞인 질책을 해봅니다.
A도 '내가 정말 나빴어.'라고 하네요.
가만히 A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습니다.
A는 전 남자친구와의 추억들을 하나 하나 꺼내더라고요. 그 중에 제일 가슴 아프고 미안했던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이건 평생 못 잊을 거 같다고.

A가 다른 일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답니다.
그래서 뭔 일 있냐고 물어보는 남자친구의 말을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화풀이를 했대요.
기분도 안 좋은 상태고 비까지 와서 더 짜증났는데(비를 싫어하는 A입니다. 짜증의 신입니다.)
약속 있어서 일 마치고 만났는데 남자친구가 먼저 건널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건널목에서 건너오는데 남자친구의 손에 꽃다발이 있더랍니다.
자기때문에 기분 많이 안 좋았냐면서 미안하다고 꽃을 줬다고 합니다.
A는 너무 미안하고 감동받아서 울었다네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제목의 책이 있듯, 여자와 남자는 사고회로 자체가 다른 거 같아요.
간단한 예로, 여자친구의 '연락하지 마'라는 말은 '내가 지금 화가 굉장히 많이 났으니 너는 어떻게든 내 화를 풀어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다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아마 상당수가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이 때 진짜 그 말뜻을 곧이곧대로 믿고 연락하지 않으면 큰일납니다.
자매품으로는 '뭐가 미안한데?'가 있습니다.
이 때 '그냥 다 미안해'라고 하면 큰일납니다.
여자친구가 원하는 건 자기가 화난 포인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그 부분을 찝어서 사과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잘못한 게 있을 때 얘기지, A처럼 자기 기분이 안좋다고 다짜고짜 화를 내면 답이 없습니다.
감정기복이 크게 없는 저조차 같이 화를 냈을 거 같아요. 그런데 A의 전 남자친구는 참 착하기도 하지만, A를 정말 많이 사랑했구나 싶습니다.

본인이 뭐가 미안한지 모르지만, 일단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 인해 기분이 풀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만 한 거죠.
'내가 뭘 잘못했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자친구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줄까?'라고 생각한 겁니다.
누가 잘못하고 잘했지라는 계산자체를 하지 않은거죠.
그리고 집 근처 꽃집에서 꽃다발을 산 후,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비 내리는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A를 기다렸던 겁니다.
이걸로 그녀의 기분이 조금은 풀렸으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을 안고요.

남자친구의 '미안해'라는 한 마디는 A의 화를 순식간에 덮을만큼 큰 사랑의 캡슐이었을 겁니다.
사실 남자친구가 아무런 잘못을 한 게 없었다는 걸 A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토록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음에,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음에 미안하고 감동받았을 겁니다.

A가 '다시는 그런 사람 만날 수 없을 거 같아.'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사람을 만나는 축복을 기다리기보다, 니가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어. 헤어져도 계속 생각날만큼 따뜻하고 고마운 겨울철 전기장판 같은 그런 사람.'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아무쪼록 A가 꼭 그런 사람이 돼서, 누구보다 감정에 솔직하고, 계산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연애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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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19-01-12 11:58:25

내가 아는 사람 얘기해줄게.. 이 노래가 떠오르지만 아니길 바라며 ㅠㅠㅜㅜ 저도 어떻게보면 짧으면서 짧지않은 연애를몇 번 해보았는데요. 인간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그렇게 서글프게 울면서 말해도 며칠 지나면 다시 본모습 나오고.. 저도 원래 처음에는 내가 바꿀 수 있겠지! 내가 더 노력하면 될거야! 이런 마음가짐이었는데 요즘은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모처럼 A라는 분이 글쓴이님이 말씀하시는 사람처럼 되었으면 좋겠네요

WR
2019-01-12 14:34:25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닉넴님.
잘못했다는 걸 깨닫는 것도 참 좋은 인생공부인 거 같습니다. 아무쪼록 A가 좀 더 성숙한 연애를 했으면 하네요.

27
Updated at 2019-01-12 12:29:09

타고나고 자라온거는 어쩔수없는것 같습니다. 그냥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 감정을 배설할 호구가 필요한거죠.

심성이 바른 사람은 그 아무리 호구같은 남자와 만나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무 시니컬한 생각일까요?

그 남자분이 A랑 헤어져서 다행이고 본인에게 어울리는 더 좋은 분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물론 원주민님은 A의 지인이시니 A가 긍정적으로 변화해서 잘되길 바라시겠지만

사람이라는게 그리 쉽게 변하지는 않더군요. 

잠시 후회하는거야 쉽지만 다음 남자를 만나면 금방 잊고 또 반복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람이 크게 느끼는게 있으면 드물게 변하는 경우가 있는것도 사실이니

부디 다음 인연과는 더 좋은 관계를 만드신다면 좋겠습니다.

 

 

WR
2019-01-12 14:35:29

도막사라무님 정성스런 댓글 감사합니다.
그래도 그걸 느끼고 반성하고 있다는 게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도 A가 그러길 바래봅니다.

11
2019-01-12 12:31:03

꼬마애 같은 여성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런식의 "감성"이 너무 싫은 것 같아요

WR
1
2019-01-12 14:36:53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나이가 어려서 그렇기보다는 아직 덜 성숙하기에 저런 행동을 하는 거겠죠.
상대방이 내가 이래도 날 좋아하겠지 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면서요.
아무쪼록 A가 이번 일로 인해 느끼는 게 많았으면 좋겠네요.

6
2019-01-12 12:37:21

저 남자분이 존경스러운 동시에, 저런 여성분은 절대 만나선 안되겠구나.. 합니다.

저런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하루 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남자였다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모릅니다. 소림의 권각을보여줬을텐데.

결국 제 더러운 성질에 몇일 가지도 못했지요. 그런 사람이 되어라ㅡ는 원주민님의 긍정적인 메시지가 그분께 닿았으면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런 사람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무한대로 수렴할테니까요.

WR
2019-01-12 14:37:33

네 맞습니다 신돈옹.
결국 본인이 깨닫고 고칠 겁니다.

7
2019-01-12 12:38:52

저는 그 남자 분을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사람은 죽을 정도의 각오가 아닌 이상 안 바뀐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WR
2019-01-12 14:38:27

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 남자분에게도 잘 된 일인거 같구요.
아무쪼록 그 남자분도 본인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연애를 했으면 좋겠어요.

7
2019-01-12 12:38:58

저런 흔한일도 데이트폭력의 범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감정폭력

WR
2019-01-12 14:38:57

맞는 말이네요. 감정폭력..
A가 참 너무했다 싶습니다.
자신도 그걸 너무 잘 알더라고요.

2
2019-01-12 12:42:57

남자가 보살이네요...

WR
2019-01-12 14:39:25

네 그 보살같은 남자분도 보살같은 여성분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ㅜㅜ

3
2019-01-12 13:03:19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고....

WR
4
2019-01-12 14:39:57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은 갖고 있습니다.. ㅎㅎ

2019-01-12 14:55:18

(너무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우물 안에서 쓴 글입니다)고쳐쓰는 건 아니지만 고쳐진 척은 할 수 있습니다..다만 척도 계속할 수 없으니 결국 다시 원복되겠죠..
아마 개인적인 의견이겠지만 저기 글속의 여성분도 사귀기전에는 저렇게 많이 짜증냈었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소감은 척하고 사귀고 원복되고 헤어지는 연애가 반복될 가능성이 느껴진다 정도일듯..이라고 쓰는 연알못이지만..
어쨌든 저렇게 하다보면 또 잘 맞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도 합니다..

3
2019-01-12 13:13:22

남자친구 분도 힘들겁니다. 그렇게 잘해준다 했는데...

다시 누구에게 그럴수 있을까?
요즘 제가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남자친구가 저 같아서 많이 아프네요

5
2019-01-12 14:02:48

근데 저런 스탈의 여성은 다주고 헤어지면 오히려 속 후련하고 생각도 별로 안나더군요. 나한테 잘해줬던 사람이 

훨씬 생각나지..

WR
1
2019-01-12 14:40:43

네 본인이 최선을 다했던 사랑은 오히려 헤어지고 나면 후련하더라고요.
아쉽고 생각이 나는 건 A일겁니다.

2019-01-12 15:56:12

그러겠죠 .. 뭐 저는 저런 상황은 아니였지만요

1
2019-01-12 15:05:43

저는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다시는 누구한테 그렇게 못해주겟더라구요.
가끔은 예전의 제가 그립기도 합니다...

2019-01-12 15:57:19

마지막이 공감가네요 예전의 그때의 나로 그 감정이 그 느낌이 그립고 그렇게 할수 있을지 다시 올라오려면 멀었다는 것이겟죠

1
2019-01-12 13:33:10

그런 사람이 결국엔 자기와 비슷하지만 더 강한(?) 사람 만나서 고생하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

인생 역시 재밌는거죠.

WR
2019-01-12 14:41:12

그러게요. 연애도 약육강식의 세계인 거 같습니다.

1
2019-01-12 13:52:28

전 예쁜 사람 3-4개월 만나본 적 있었는데 성격이 정말 저 분과 비슷했습니다. 자기 기분 안좋으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화내고 약속도 다 취소하고.. (물론 처음에는 안 그랬었죠. 만나다 보니 점차..) 처음에는 그 사람이 좋으니까 내가 한번 참아보자.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시간 지나고 보니까 제가 연애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라고요. 이 사실을 깨달은 후에 곧바로 헤어졌습니다. 외모가 정말 중요하긴 하지만 성격이 잘 맞아야 연애도 아름답고 서로 행복하고 또 결혼까지 갈 수 있어요. 저 남자분은 성자나 다름 없네요.

WR
2019-01-12 14:42:09

저도 그런 분을 만나고 깔끔하게 뒤돌아섰는데
계속해서 연락이 오던 경우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고 여자 경험이 많아질수록
성격의 중요성이 점점 올라가는 거 같습니다.

7
2019-01-12 14:48:38

어떤 의미에선 저주를 걸어 놓고 떠나셨네요. 이제 앞으로 A님은 이 후에 남자들을 전부 전남친과 비교하며 만날겁니다.

Updated at 2019-01-12 16:24:57

20대 초반에 비슷한 연예경험이 있는데 참다참다 마지막에 제 입에서 나온 말이 "넌 남자였으면 나한테 죽었어."에요. 그렇게 사랑하고 다 퍼줬으면서도 돌아서 일어서 나오는데 정말 일말의 미련도 남아있지 않더군요. 제일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이 제일 쉬웠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나네요. 지금이라면 훨씬 더 빠른 결정을 내렸을텐데...

2019-01-12 21:49:52

얼마나 힘드셨으면...ㅠㅠㅠㅠ
그 여자에게서 돌아온 대답이 궁금하네요.

2019-01-12 16:40:20

갑과 을이 가장 형성되기 쉬운 게 연인관계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해요. 스스로가 상처받는 것이 싫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아용

1
2019-01-12 19:13:30

연애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면 어디서든지 갑을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해요. 연애는 인간관계의 부분집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많이 어려워요. 사람 마음을 읽고 헤아린다는 게.

이 글에서는 남자친구 분이 현명할지 몰라도 저는 ‘경험상’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보통 연애를 하다보면 별 일 아닌데 다투는 경우가 허다해요. 남자는 처음에는 조용히 듣기만 하다가, 여자가 왜 화났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중간중간 추임새로 미안해, 를 남발하고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합니다. 이게 통한다면 좋은 거고, 통하지 않는다면 여자는 남자친구를 ‘답답한 남친’ 정도로 밖에 인식을 하지 않을 거예요. 애정표현도 잘하고 자기에게 잘해주니 ‘착하기는 한데...’ 딱 이정도 선이라는 거죠.
음.. 그래서 저는... 하하 잘 모르겠네요. 아직은요. 어떻게 해야 할지. 대충은 머리 속에서 생각은 하는데 체계적으로 자리잡지 못해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요.

2019-01-12 21:30:25

지인이라 죄송하지만 A라는 여자분이 바뀌려면 시간과 경험이 요구됩니다. 자기가 더 좋아하는 남친에게 상처를 받아서 깨닫거나 더 쎈 남자를 만나거나 하는 다른 계기가 있어야겠죠.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닙니다. 남자가 자기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자기 감정을 아무렇게나 배설하면 안 되죠. 아니면 A라는분이 그 남친을 사랑하진 않았을 수도..

2019-01-12 22:08:32

되게 성격 안좋은 여자네요.
포장해봐야 결국 자라지 못한 어린이가 육체만 크다보니 생기는 일이죠.

2019-01-12 23:57:06

바뀔 수 있어요 제가 저 여성분 같았거든요

2019-01-12 23:58:50

 연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옛날 저의 모습이랑 너무 비슷하네요.  A는 저의 모습이고 남자친구는 돌아가신 할머니 같네요.  헤어지고(돌아가시고) 나서야 울면서 후회하는 모습도 똑같네요. 


왜 있을 때 소중한 줄을 몰랐을까요.. 앞으로도 평생 그런 사랑은 받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너무 보고 싶고 죄송하네요. 야밤에 갑자기 감성 폭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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