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그런 사람이 되면 돼.
A라는 여자가 있습니다. 이쁘고 매력 있지만, 성격도 얼굴값합니다. A가 남자친구에게 하는 걸 보면 한 번씩 참 못됐다싶습니다.
자기 기분 안 좋다고 다짜고짜 전화해서 상처주고, 저녁 늦게 갑자기 연락해서 집 앞으로 오라한다거나, 피곤하다고 약속 30분 전에 1주일 전에 잡은 여행을 파토냅니다.
아마 남자친구는 A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3일전부터 가슴설레며 만남을 기다렸을텐데 말이죠.
그런 A가 최근에 이별했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남자친구가 A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왜 한 번도 자기한테 다정하게 굴어준 적 없어?'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A는 미안해서 그 자리에서 계속 울기만 했답니다
꽤 오랜 기간 만났는데 정말 한 번도 잘해준 적이 없었다네요.
전화기 너머로 울먹거리는 A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러게. 좀 잘해주지. 왜 그랬어.'라고 푸념 섞인 질책을 해봅니다.
A도 '내가 정말 나빴어.'라고 하네요.
가만히 A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습니다.
A는 전 남자친구와의 추억들을 하나 하나 꺼내더라고요. 그 중에 제일 가슴 아프고 미안했던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이건 평생 못 잊을 거 같다고.
A가 다른 일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답니다.
그래서 뭔 일 있냐고 물어보는 남자친구의 말을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화풀이를 했대요.
기분도 안 좋은 상태고 비까지 와서 더 짜증났는데(비를 싫어하는 A입니다. 짜증의 신입니다.)
약속 있어서 일 마치고 만났는데 남자친구가 먼저 건널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건널목에서 건너오는데 남자친구의 손에 꽃다발이 있더랍니다.
자기때문에 기분 많이 안 좋았냐면서 미안하다고 꽃을 줬다고 합니다.
A는 너무 미안하고 감동받아서 울었다네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제목의 책이 있듯, 여자와 남자는 사고회로 자체가 다른 거 같아요.
간단한 예로, 여자친구의 '연락하지 마'라는 말은 '내가 지금 화가 굉장히 많이 났으니 너는 어떻게든 내 화를 풀어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다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아마 상당수가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이 때 진짜 그 말뜻을 곧이곧대로 믿고 연락하지 않으면 큰일납니다.
자매품으로는 '뭐가 미안한데?'가 있습니다.
이 때 '그냥 다 미안해'라고 하면 큰일납니다.
여자친구가 원하는 건 자기가 화난 포인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그 부분을 찝어서 사과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잘못한 게 있을 때 얘기지, A처럼 자기 기분이 안좋다고 다짜고짜 화를 내면 답이 없습니다.
감정기복이 크게 없는 저조차 같이 화를 냈을 거 같아요. 그런데 A의 전 남자친구는 참 착하기도 하지만, A를 정말 많이 사랑했구나 싶습니다.
본인이 뭐가 미안한지 모르지만, 일단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 인해 기분이 풀어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만 한 거죠.
'내가 뭘 잘못했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자친구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줄까?'라고 생각한 겁니다.
누가 잘못하고 잘했지라는 계산자체를 하지 않은거죠.
그리고 집 근처 꽃집에서 꽃다발을 산 후,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비 내리는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A를 기다렸던 겁니다.
이걸로 그녀의 기분이 조금은 풀렸으면 좋겠다는 작은 희망을 안고요.
남자친구의 '미안해'라는 한 마디는 A의 화를 순식간에 덮을만큼 큰 사랑의 캡슐이었을 겁니다.
사실 남자친구가 아무런 잘못을 한 게 없었다는 걸 A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토록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음에,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음에 미안하고 감동받았을 겁니다.
A가 '다시는 그런 사람 만날 수 없을 거 같아.'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사람을 만나는 축복을 기다리기보다, 니가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어. 헤어져도 계속 생각날만큼 따뜻하고 고마운 겨울철 전기장판 같은 그런 사람.'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아무쪼록 A가 꼭 그런 사람이 돼서, 누구보다 감정에 솔직하고, 계산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연애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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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사람 얘기해줄게.. 이 노래가 떠오르지만 아니길 바라며 ㅠㅠㅜㅜ 저도 어떻게보면 짧으면서 짧지않은 연애를몇 번 해보았는데요. 인간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그렇게 서글프게 울면서 말해도 며칠 지나면 다시 본모습 나오고.. 저도 원래 처음에는 내가 바꿀 수 있겠지! 내가 더 노력하면 될거야! 이런 마음가짐이었는데 요즘은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모처럼 A라는 분이 글쓴이님이 말씀하시는 사람처럼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