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와 마음
손편지 받는 거 좋아하시나요? 전 손편지에 슬픈 추억이 있긴 하지만...(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죠..?) 여전히 손편지 쓰는 걸 좋아합니다. 손편지를 쓰면서 그 사람과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생각하거나, 만들어갈 아름다운 미래를 생각하면 그 시간이 참 값지고 행복한 것 같습니다. 사실 손편지 쓰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집 근처 다이소에서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구매해서 삐뚤빼뚤한 글씨로 꽤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거든요. 효율성면에서는 카톡이나 메일과 비교조차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손편지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요, 손편지는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가장 감동적인 매개체인 것 같습니다.
벌써 2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농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우회전 차선에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뒤에서 박아버렸습니다. 택시가 2m정도 앞으로 밀릴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막 살짝 닿았다고 뒷목잡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밉상이었는데, 뒷목에 허리까지 잡아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완벽한 제 100% 과실이었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택시기사님이 내리십니다. 싸늘했습니다. 가슴에 눈빛이 날아와 꽂혔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눈빛보다 제 고개가 더 빨리 숙여졌거든요.
'죄송합니다. 기사님 제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습니다. 완벽한 제 잘못입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그러니 기사님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얼굴이 빨개지셨다가 슉 내려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뒤에 손님이 또 있었습니다. 그 손님은 정말 아픈 거 같으셨어요.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 날 손님과 기사님은 입원을 하셨는데요, 음료수와 손편지를 써서 들렀습니다. 그리고 얘기를 나눴죠. 두 분 다 깜짝 놀라셨습니다. 이렇게 올 줄 꿈에도 몰랐다고 하시면서요. 저는 너무 죄송해서 꼭 찾아 뵙고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정도 지났을까요, 저는 서울 종각에 있는 영풍문고에서 처음으로 강연을 하게 됐습니다. 첫 강연이니 얼마나 신나고 떨렸겠습니까. 막 지인들한테 연락을 다 돌렸죠. 그래도 완전 개차반처럼 살지는 않았는지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습니다. 끝나고 일일이 인사를 드리고 있는데, 세상에. 그 때 제가 차 사고를 내서 입원하셨던 분이 찾아오신 거에요. 제 sns를 보구요. 그 분이 말하길, 참 특이한 사람인 것 같아서 계속 눈팅을 하고 있으셨다고 합니다. 제 얼굴이 좀 특이하게 생기긴 했지만 말입니다.. 여튼, 그렇게 그 후로도 종종 연락을 주고 받고, 독서모임에도 한 번 오시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손편지를 쓰는 데 드는 시간이 참 아깝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굳건히 잠긴 마음의 자물쇠를 여는 데 만능키가 있다면, 그리고 그 만능키가 손편지라면, 안 쓸 이유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외에도 손편지를 통해 참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습니다.
소중한 누군가가 있지만, 쑥쓰러워 마음을 전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에겐 여자친구가 되겠고, 누군가에겐 부모님이 되겠고, 또 누군가에겐 매번 갈 때마다 골뱅이 서비스를 주시는 단골 술집 사장님이 되겠죠. 말로 하기 힘들다면, 참을 수 없는 오글거림을 견디기 힘들다면 손편지를 한 번 써보시는 건 어떤가요? 여러분이 못 봤던 소중한 사람들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여러분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거에요.
글쓰기 |
손편지의 슬픈추억
저도 연애할적엔 꽤 썼는데 잊고 살았네요.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하니 주위사람에게 엽서라도 전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