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대화
혹시 굉장히 매력적인 이성을 사랑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인간은 자신보다 매력적인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 매력은 다양하겠지요. 외모, 학벌, 직업, 말투뿐만 아니라 가느다랗고 곧게 뻗은 손가락, 웃을 때 보이는 가지렇고 하얀 치아, 메뉴판을 내 쪽으로 보이게 놓아주고, 거꾸로 된 글자를 힘겹게 읽는 귀여운 배려같은 소소한 것들에도 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라면요? A가 먼저 B에게 반했지만, 시간이 지나 B가 A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경우요. 잘 나가고 콧대 높은 B도 A 앞에서는 자신이 가진 자존심, 부, 명예는 '따위' 가 되어 버립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아무 것도 중요치 않은거죠.
영화 노팅힐 보셨나요? 고릴라 같은 외모와 다르게 전 멜로영화를 굉장히 즐겨 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순간의 메세징을 현실에 투영해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잘 나가는, 아니 겁나리 잘 나가는 영화배우 안나와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윌리엄입니다.
만약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 서로를 매칭해줬다면, 듀오는 안나에게 법적으로 호되게 당했을 겁니다. 그만큼 겉으로 보기에는 밸런스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잖습니까. 이들에겐 운명적인 만남이 있습니다. 길모퉁이를 돌다 윌리엄이 안나의 옷에 커피를 쏟습니다. 그리고 불쾌해하는 안나에게 엄청 미안해하며 자신의 집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죠. 이렇게 그들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사진은 제가 가장 감동적으로 봤던 장면인데요. 오해로 인해 안나에 대한 마음을 접은 윌리엄에게 안나가 직접 찾아가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입니다.
윌리엄의 대사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당신은 너무 유명하고 이쁘고... 나랑 잘 안 어울려요.. 급이 안 맞아요. 그러니 안 만나는 게 좋겠네요.'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 후 안나의 대사는 또렷이 기억납니다.
'잊지 말아요. 난 단지 여자일뿐이라는 걸. 한 남자 앞에 서서 사랑을 구하는...'
저는 이성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사랑과 대화'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스펙이나 외모를 보고 잘 만나는 커플도 있지만, 사실 제가 바라는 커플의 이상향은 후자입니다. 따뜻한 말을 하는 사람은 따뜻한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고, 참으로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은 그 사랑을 담을 큰 그릇을 가진 사람과 만나더군요. 그리고 그런 커플들이 정말 행복해보였습니다.
저도 곧 30살입니다. 마냥 젊다고 할 수도 없는, 결혼이 먼 나라 이웃 나라 얘기는 아닌 애매한 나이죠. 술 한잔을 하며 제 연애론과 이상형을 친구들 앞에서 말하면, 사랑과 대화만으로 상대방을 만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걸까요? 가끔은 참 씁쓸해요.
아는 여자 동생한테 '이 영화 너무너무 아름답지 않아?'라고 얘기하니, '오빠 휴 그랜트 너무 잘생겨써 ㅠㅠ'라네요. 제길. 역시 얼굴인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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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열 번은 본 것 같아요. 저도 저 장면 정말 좋아해요 :)
저 역시도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많은 고민을 해봤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는 사람, 자신만의 꿈이 있고 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멋진 사람, 항상 생각하고 토론하며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 등등 많은 고민을 했었네요.
결국에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또 그렇게 사랑하는 만큼 그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최고의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장점도 갖추면 좋지만 그 이후의 일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