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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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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17:36:27


혹시 굉장히 매력적인 이성을 사랑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인간은 자신보다 매력적인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 매력은 다양하겠지요. 외모, 학벌, 직업, 말투뿐만 아니라 가느다랗고 곧게 뻗은 손가락, 웃을 때 보이는 가지렇고 하얀 치아, 메뉴판을 내 쪽으로 보이게 놓아주고, 거꾸로 된 글자를 힘겹게 읽는 귀여운 배려같은 소소한 것들에도 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라면요? A가 먼저 B에게 반했지만, 시간이 지나 B가 A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경우요. 잘 나가고 콧대 높은 B도 A 앞에서는 자신이 가진 자존심, 부, 명예는 '따위' 가 되어 버립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아무 것도 중요치 않은거죠.

영화 노팅힐 보셨나요? 고릴라 같은 외모와 다르게 전 멜로영화를 굉장히 즐겨 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순간의 메세징을 현실에 투영해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잘 나가는, 아니 겁나리 잘 나가는 영화배우 안나와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윌리엄입니다.
만약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 서로를 매칭해줬다면, 듀오는 안나에게 법적으로 호되게 당했을 겁니다. 그만큼 겉으로 보기에는 밸런스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잖습니까. 이들에겐 운명적인 만남이 있습니다. 길모퉁이를 돌다 윌리엄이 안나의 옷에 커피를 쏟습니다. 그리고 불쾌해하는 안나에게 엄청 미안해하며 자신의 집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죠. 이렇게 그들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사진은 제가 가장 감동적으로 봤던 장면인데요. 오해로 인해 안나에 대한 마음을 접은 윌리엄에게 안나가 직접 찾아가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입니다.

윌리엄의 대사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당신은 너무 유명하고 이쁘고... 나랑 잘 안 어울려요.. 급이 안 맞아요. 그러니 안 만나는 게 좋겠네요.'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 후 안나의 대사는 또렷이 기억납니다.
'잊지 말아요. 난 단지 여자일뿐이라는 걸. 한 남자 앞에 서서 사랑을 구하는...'

저는 이성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사랑과 대화'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스펙이나 외모를 보고 잘 만나는 커플도 있지만, 사실 제가 바라는 커플의 이상향은 후자입니다. 따뜻한 말을 하는 사람은 따뜻한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고, 참으로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은 그 사랑을 담을 큰 그릇을 가진 사람과 만나더군요. 그리고 그런 커플들이 정말 행복해보였습니다.

저도 곧 30살입니다. 마냥 젊다고 할 수도 없는, 결혼이 먼 나라 이웃 나라 얘기는 아닌 애매한 나이죠. 술 한잔을 하며 제 연애론과 이상형을 친구들 앞에서 말하면, 사랑과 대화만으로 상대방을 만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걸까요? 가끔은 참 씁쓸해요.

아는 여자 동생한테 '이 영화 너무너무 아름답지 않아?'라고 얘기하니, '오빠 휴 그랜트 너무 잘생겨써 ㅠㅠ'라네요. 제길. 역시 얼굴인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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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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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12-12 17:51:33

저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열 번은 본 것 같아요. 저도 저 장면 정말 좋아해요 :)

저 역시도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많은 고민을 해봤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재미있는 사람, 자신만의 꿈이 있고 그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멋진 사람, 항상 생각하고 토론하며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 등등 많은 고민을 했었네요.

결국에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또 그렇게 사랑하는 만큼 그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최고의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장점도 갖추면 좋지만 그 이후의 일이더군요.

WR
2
2018-12-12 17:53:08

제 이상형이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입니다.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에 당연해하지않고, 그 순간에 감사하고 옆에 이 사람이 있음에 감사해하는 사람이요.

지노블리님의 댓글에 격공합니다.
마음속으로 나머지 추천 99개 누르겠습니다

2
Updated at 2018-12-12 18:09:58

제 이상형 역시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 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당연시하지 않고 항상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행운 같아요. 아마 그런 사람을 만나려면 저부터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겠죠.

매번 댓글을 남기지는 않지만 올려주시는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원주민님은 꼭 원주민님을 닮은 여성분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글의 그 철화라는 친구분처럼요. :)

2
2018-12-12 21:43:37

위 글도 좋았지만,
두 분 댓글에 격공하고 추천 누르고 갑니다..

WR
2018-12-12 22:10:15

감사합니다 콰님. 매번 따뜻한 댓글 힘이 됩니다.

2
2018-12-12 17:56:39

원주민 님이 고릴라면,
저같은 건 아메바입니까...

1
2018-12-12 18:25:58


그렇게 말하시면 아니되옵니다. 아메바는 이분법으로 사니까 아드님도 아메바로 만드시려구요??
WR
2018-12-12 21:33:29
WR
2018-12-12 21:33:19

라이트님.. 힘냅시다..

1
2018-12-12 18:17:34

동년배셨군요
글올리실때마다 눈팅하는 1인인데
항상 글 볼때마다 잘쓰시는것같고
내용들보면 항상 무언가 배우게되는것같습니다.

WR
2018-12-12 21:34:02

와플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매냐인이라 행복합니다

1
2018-12-12 18:21:33

아는 동생은 이쁜가요?

저도 스펙이나 외모도 매력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역시 길게 봤을땐 얼마나 편하고 나와 대화가 되고 날 사랑해줄 사람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펙이나 외모가 달라지면 안 사랑할건가요? 전자의 조건으로 '연애'는 가능하지만 '사랑'은 후자도 갖춰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것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 이야기들 중 하나인 저의 사랑론이겠죠.

WR
2018-12-12 21:35:23

좀 많이 이쁩니다..

그래도 얼빠라 저랑은 좀 안 맞죠..
맞습니다. 사실 외모가 예선이긴 하지만,
사랑은 마라톤이라고 생각해요.
외모는 100m를 빨리 달릴 순 있지만,
나머지 42km는 책임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1
2018-12-12 22:31:15

네 외모를 안 볼 순 없죠. 안 본다는건 거짓말이죠.

 

1
2018-12-12 18:27:19

저 씬과 비슷한 장면을 보신 적 있나요?

오해가 얽혀있는 남녀 사이에,
여자가 저렇게 용기를 내서 속마음을 고백하는 장면. 심지어 안나가 스스로의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진심을 전하는..

물론 지금은 다른 영화에도 있을 법한 장면이고 제가 멜로를 잘 안보기도 하지만
영화 볼 당시엔 참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에 휴 그랜트의 추격씬(!?)도 재밌구요.

여러모로 좋은 워킹타이틀? 영화였습니다

WR
2018-12-12 21:36:03

네, 저는 보면서 눈물 흘렸어요.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ㅠㅠ

1
2018-12-12 18:31:37

 아는 동생에게 '휴 그랜트는 훅업걸과 카섹을 하려다가 걸려서 벌금을 문 사람이야!' 라고 알려주세요.

근데 그것도 잘생겨서 용서가 된다 할지도...

WR
2018-12-12 21:36:26

근 일주일 동안 본 댓글 중에 제일 웃겼습니다

1
2018-12-12 19:02:06

사랑과 대화만으로 이성 만날 수 있습니다. 고릴라보다 더한 오징어 같은 저도 사랑만으로 만나고 있는 걸요.

WR
1
2018-12-12 21:36:42

기만자 아웃!

1
2018-12-12 21:40:17

아니 왜 어째서요 전 기만자가 아닙니다. 오징어 스머프 똥자루 반바지입니다...

WR
1
2018-12-12 22:08:21

김소영 아나운서는 얼굴을 보거든요!

1
2018-12-12 20:51:41

전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글을 참 잘쓰셔요. 항상 글 내용이 온기가 느껴져서 더욱 좋네요.
제 연애관도 원주민님과 상당히 비슷한데 가끔은 친구들을 보며 제가 별난건가 싶기도 하네요.
전 얼마전, 사랑할줄알고 사랑받으며 감사할 줄 아는 사람, 거기에 정말 사랑스럽기까지한 사람을 제 부족함으로 놓치고 말았어요. 그래서 참 가슴이 아프네요.
나중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중이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는것도,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인것같아요.

WR
1
2018-12-12 21:37:23

아이고 희망님, 감사합니다.
저도 올 2월, 그런 사람을 놓쳤습니다.
여러모로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으셔서
안타깝고 공감도 되고 그러네요.

1
Updated at 2018-12-17 00:01:36

원주민님의 항상 좋고 멋진 글 보며
다시 불을 지피려고 합니다.

WR
1
2018-12-12 22:12:12

감사합니다 것츠님!(맞나요?)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니 참 행복합니다.

2
Updated at 2018-12-13 00:05:52

최근에 연애와 결혼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기이다보니 글과 댓글을 여러번 읽게 됩니다. 

 

나이가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고 결혼을 생각했던 여자친구와 조건(이라고 쓰지만 사실은 스스로가 그녀와의 결혼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 거겠죠)을 재다가 결국 헤어진 뒤로는 새로이 시작하려는 연애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재다가 번번이 시작점에서 내려오곤 합니다. 

 

지노블리님이 쓰신 댓글에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또 그렇게 사랑하는 만큼 그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최고의 사람'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듣기에는 참 좋고 당연히 그래야지! 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막상 내가 시작하는 연애에서는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렇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못 되거나, 내게 사랑을 주는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리도 힘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된 여자분과 두어번 만나고 나니 외며 말투며 배려해주는 모습이며 살아가는 태도가 마음에 들어 계속 연락하고 지냅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갈등을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마음에 들면 대쉬하고 깨져도 보고 연애도 해보고 그렇게 머리는 재껴두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만 연애를 해오던 그 시절이 오히려 그립기도 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다 보니 이런저런 고민만 늘어갑니다. 

 

최근에 원주민님이 쓰시는 글들이 많아져서 읽는 즐거움이 있어 좋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WR
2018-12-13 12:18:12

감사합니다.
글로 따뜻함을 공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
2018-12-12 23:20:52

감히 제 인생영화라고 부르고 싶은 작품입니다.

라스트씬의 기자회견장에서, 휴 그랜트의 질문에 대한 줄리아 로버츠의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Indefinitely."

  

WR
2018-12-13 12:17:34

크... 방금 소름 돋았습니다.
줄리아 로버츠의 그 미소..

2018-12-13 15:07:28

네, 그거였죠.

그 큰 입을 활짝 펴면서 얼굴 가득 퍼지던 기쁨과 안도, 편안함의 미소.

그리고 이어지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노래, she.....

 

원주민님 덕에 잊을 수 없는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
Updated at 2018-12-13 08:29:45

노팅힐!! 반갑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영어공부한다고 하고 50번정도는 봤는데 저 장면에서는 I live in Notting hill, you live in Beverly hill 이라고 했던걸로 기억하고 안나스콧의 대사는 I'm also just a girl, standing in front of the boy, asking him to love her. 로 기억하고있네요. 영화를 볼때마다 감동이고 판타지적인 사랑을 하고싶게만들죠. 원주민님의 마음을 백분이해합니다

WR
2018-12-13 12:17:12

영어로 보니 더 감동이네요..
감사합니다.

1
2018-12-13 10:31:23

 비슷한 나이대의 회원으로써 특히 사랑의 이상형에 대해서 많이 공감이 가네요.

항상 주위 결혼하는 많은 커플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기에 결혼하는 걸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되네요. 평생을 같이하겠다는 결심은 정말 쉽지 않은데, 그 결정을 하고 행동하는 분들이 너무 부럽고 닮고 싶네요.

 원주민님께서 고민하는 사랑에 대해서 같이 대화하며 고민할 수 있는 이성분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항상 좋은 글 잘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자기전에 노팅힐을 봐야겠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WR
2018-12-13 12:16:50

좋은 의견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전거페달님.
눈이 많이 옵니다. 이동 중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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