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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만큼 했다 vs 그건 니생각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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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9 21:01:28

친구한테서 속성으로 원가회계를 배웠는데요 원가회계를 어느정도 아는사람이 설명을 들었다면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가르쳤다고 할겁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해를 못했습니다. 심화과정은 빼고 핵심만 짚어줬는데도 이해를 못했는데 사실 그 순간엔 다 이해한척 했습니다.
이친구를 잘 알거든요. 모른다고하면 굉장히 피곤했을겁니다. 게임도 지보다 못하면 안돼요, 자기보다 잘 해야 주둥이를 닫는놈입니다.
군대에서 부관근무를 꽤 오래 섰는데요, 이게 하려는 사람이 없다보니 떼기도 힘들었습니다. 상태가 괜찮아보이는 친구들한테 ‘이거 은근히 꿀이다.’ ‘세줄짜리 완장이다.’ ‘다음날 자도된다.’면서 영업을 했는데도 어디서 들었는지 힘들어보인다고 다들 고사합니다.
저는 행정병까지 하고있어서 근무취침을 해본적은 없지만 당직만 따로 서면 훈련이 있지 않는 한 본인이 자고싶을때까지 잘 수는 있었습니다.
단점은 출타계획을 잡기가 힘들고, 나가서도 마음이 편하질 않다는점?
아무나 시키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고르자니 사람이없어서 어떡하면 좋냐고 소대장에게 말을 하니 한 친구를 데려옵니다.
저는 그때 집에갈놈이라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볼때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혼나고있던 친구였는데, 맘에는 안들어도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가르쳤습니다.
사실 저도 근무를 잘 선건 아니였습니다. 초반에는 당직사령들끼리 폭탄 취급받고,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하는짓마다 틀리고, 뭘 자꾸 빼먹고, 안해도 될짓을 하고.
사수한테서 세시간 속성으로 떼고 그날부터 근무였으니까 안배운건 그때그때 욕먹어가면서 배웠습니다.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정해진 패턴만 차근차근 밟으니까 소대장이 자기가 사람하나 만들었다면서 인정도해주고
다른 당직사령들도 예전에 진짜 상태안좋았다느니, 너랑 근무서는게 정말 싫었다느니, 이제야 좀 맘편하게 자겠다느니 농담도 했구요.
이친구는 나처럼 몇시간 봐주고 내려갔다간 큰일난다. 어짜피 시간도 많으니 두세번은 같이 근무서고 내려올 생각으로 천천히 인수인계를 했는데요.
그친구가 처음으로 혼자 근무선 날 저녁에 전화가 왔습니다. 빨리 올라와봐야 할것 같다네요. 느낌이 안좋다. 이건 백프로 내가 알려준거 너머의 일이다.
올라가보니 그 친구는 의자에서 울고있고, 당직병 아저씨는 달래고있고, 당직사령은 난감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런일이 있을까봐서 일부로 빡센 근무까진 제가 서고 첫 근무는 덜 힘든 근무를 세웠습니다만, 그런것과는 상관없이 그런일은 힘들다는건 알고는 있었습니다.
당직병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올라올때부터 울상이더니, 저녁먹고 와서 지금까지 그 시간에 해야할게 몇가지 있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이상태였답니다.
결론은 특별한 상황이 없이 평소와 똑같은데 그냥 그 자체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겁니다. 다행이다고 생각을 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이것도 못하는지 화도 납니다.
괜찮으니까 처음부터 다시한번 해보자고 어르고 달래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못하겠다고 내려가고싶답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다 가르쳐 준거잖아’ ‘이거 기억안나?’ ‘이것도 못하겠어?’라면서 상기시켜줘도 울기만 합니다.
당직 서면서 별에별 더러운 상황을 다겪었지만 근무자가 울어버리는건 처음이라 어쩔 수 없이 내려보냈습니다.
저보다 나이도많고 덩치도 큰 사람이 울고있는걸 보니 이게 군대인가 싶으면서도, 어쩌면 까란다고 까지는게 아닐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저에게는 마지막인 근무를 서면서 나는 할만큼 했다 vs 너한테나 그렇지 그친구에겐 아닐수도 있다 많이 생각을 했지만 저는 어쩔수없이 제 편이라 할만큼 했다고밖에 생각이 안들었네요.
그렇게 내려보내고 아주 똑똑한 친구가 대신했습니다. 그땐 말그대로 내일모레 집에 가야해서 결국엔 제가 배웠던 그때처럼 날림으로 알려주고, 모르겠는건 알아서 배우라고 도망치듯이 나왔습니다.
그 때 한번만 더 참고 다시한번 알려줬더라면 어떻게되었을까 싶습니다. 몇번을 알려줘도 똑같을거라 짐작하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지만 어쩌면 서로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수 있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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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12-09 21:04:03

제가 군대서 배운거 중에 '하나가 사람 고쳐쓰는거 아니다'입니다.

Updated at 2018-12-09 21:41:09

미래의 일은 모르는 것이고요.

다른 사람의 의견,통상적인 이해관계보다는 깊게 생각해서 본인의 마음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 

어떠한 경우에도 후회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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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0 09:32:16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도한 추측일 수 있습니다만, 글쓴 분께서 후임한테 친절하게는 설명하셨을진 몰라도,

가르쳐줄 때 뭐가 핵심이고, 필요없는 내용을 거르는 작업이 부족하여

듣는이로 하여금 너무 복잡하고 이해가 안되게 설명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원가회계를 설명한 친구도 그랬을 수도 있구요..

 

지금 쓰신 글을 봐도,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쓴 것 처럼, 가독성이 안좋고, 무슨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그것마저도 '이런생각 아닌가?'라고 넘겨짚는 정도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고민하시는 문제는 단순히, 내가 한번 더 알려주면 되었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사소통은 예의치레가 아니라,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 목적이 있거든요.

 

스스로 누구를 설득하거나 설명하는 대화를 할 때, 몇번이고 알려줄려고 노력하기보단,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더 간결하게 얘기할 순 없는지,

가장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지

 

를 검토하시고 말씀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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