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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을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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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7-14 23:39:29

안녕하세요!

잘 쓰고 있는 어플이 하나 있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플의 이름은 '씀'입니다. 말 그대로, 글을 쓰는 어플입니다. 글을 써보고 싶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쓸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매일 오전 7시, 오후 7시 두 번 글감을 제공합니다. 오늘 저녁은 '없어지다' 였네요!

글감을 알람으로 받으면, 어떤 형식의 글이든 써보면 되는 것입니다. 공개하고 싶으면 공개할 수도 있구요! 쓴 글의 총량이 책 40페이지가 넘어갈 경우, 종이책으로 만들어주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글을 써보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써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아래는 제가 오늘 저녁 '없어지다'를 주제로 쓴 글입니다. 주제와 전혀 관련없네요

그게 없어진 줄 알았는데.
- 그럴 리가요. 제가 말씀드렸듯이, 이런 종류의 기억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뭐지?
- 간단한 원리입니다. 저희 같은 기억 복구 업체에서 하는 일은 찾고자 하시는 기억과 '같은 속성'의 감정을 더 증폭시켜주는 작업을 합니다.

이를테면, 행복한 기억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먼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말인가?
- 그렇습니다. 물론, 감정 자체를 조작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마약이나 하는 일이지요.

그러게. 의자 두 개만 있는 이런 곳에서 내가 다시 과거를 행복하게 기억해냈다는 건 정말 신기하군. 영업비밀 같은 것이 아니라면, 좀 이야기해주게.
- 기억은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집니다. 바로 '경험'과 그로 인한 '감정'입니다. 사람은 매일 여러 가지 감정을 일으키는 경험들을 하지요.

그렇지. 기계적으로 하는 일들이 아니라면, 항상 어떤 감정을 일으키기는 하지.
- 심지어 기계적인 일과라도 '귀찮음'정도는 일으킵니다. 감정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으니까요.

그렇군.
- 저희는 '이런 경험은 이런 감정을 유발한다.' 식의 데이터를 굉장히 세밀한 경우로 나누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사람의 하루를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지요. 사람이 하루 동안 가지는 경험이 유발하는 감정들은 생각보다 균등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에이, 그건 받아들이기 힘들군. 행복을 유발하는 경험과, 불행을 유발하는 경험의 개수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최악인 날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 저희는 그걸 삼투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일어난 일로 강렬한 감정이 발생하면, 다음의 경험은 경험의 속성과 상관없이 '스며드는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에서 사탕을 받는다고 화가 풀리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군.
- 그렇습니다. 방금 주신 예를 그대로 이용해보자면, 우리의 뇌는 그런 상황에서 아이러니를 느끼게 되지요. 과거의 감정들로 인해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사탕을 받는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라는 것을요.

그렇지. 꺼림칙하지 않은 이상, 사탕은 좋은 거니까.
- 그래서 사탕을 받는다는 경험이 '분노'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지요. 뇌는 그 모순된 기억을 무시하게 됩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이런 기억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고객님이 강렬하게 행복한 상태를 유지한 채로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과거까지 그 행복이 다시 스며가도록 말인가? 굉장히 강렬한 행복이 필요하겠군.
-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장 가깝고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계속 떠올리기를 부탁드린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한 채로 과거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생기나?
- 일단 감정을 유지하고 과거를 회상할 수만 있다면, 그 다음은 기억이 스스로 흡착되어 나오게 됩니다. '화'와 묶여있던 사탕을 받은 경험이 행복에 스며들면 뇌는 당연히 다시 그 기억을 인지하게 됩니다. 내가 이 '타당한 기억'을 왜 무시하고 있었지? 하면서요. 그러면 그 경험은 잘 교정된 상태로 다시 기억되는 것입니다.


행복한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어느 순간 다시 떠올려졌을 때를 상상하고 써본 글입니다.
매니아에 올리니 엄청 부끄럽네요..
하지만! 글은 부끄러움을 극복해야 써지는 법이지요. 다들 좋은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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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8-07-15 00:34:12

예전에 letheking 님께서도 추천해 주셔서 잘 쓰고 있는데 다시 한 번 글을 보게 되니 새롭네요. 덕분에 이 어플에 대한 신뢰가 쌓입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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