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
자동
Free-Talk

해주신 조언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10
  1099
2018-03-13 22:46:38

댓글 하나하나 정성들여 읽고 또 읽었습니다. 다들 금쪽같은 조언들을 해주셨는데, 하나하나 감사의 말씀 전하지 못해 정말 송구스럽습니다.다만 제가 글을 잘못 쓰면서 오해의 불씨를 불러 일으켰기에 다른 사항들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그 오해의 소지를 조금은 풀어볼까 합니다.
제 예비와이프가 지금껏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온 것은 사실이나 그 사람의 고단한 삶의 댓가로 이제 처가에 크진 않아도 예비 장모님이 사시기에 부족하지 않은 집이 한 채 마련되었습니다. 아버님은 빚을 남기신채로 십여년 전에 지병으로 돌아가셨구요. 그 빚도 대부분이 해결이 된 상태입니다. 취직이 조금은 늦으셨던 처형은 다행히도 번듯한 직장에 자리잡으시고 예비 장모님도 남한테 손벌리는게 싫으셔서 아침부터 새벽까지 닥치는대로 일하셔서 가정을 다시 일으키셨구요. (상견례 자리에서 그저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만 하시던 장모님 모습을 돌이키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답이 안나오는 속물이고 쫄보인지라 미안하지만 결혼하면 처가에 대한 더이상의 지원은 불가능하다...온전히 우리 둘이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는 것으로 그 사람과 결정을 내렸구요.
장모님께서도 빠듯한 살림에 본인 사위 어디가서 기죽으면 안된다며 지문이 닳아 없어질듯한 손으로 절 끌고는 기어이 시계 하나 골라보라고 떼를 쓰셨습니다.
네...맞습니다. 저희 부모님 젊은 시절 참 고단하게 사셨는데, 어찌 일들이 잘풀려 아주 큰 재산을 축적하실수 있었습니다. 그치만 그건 제 부모님이 돈이 몇 십 몇 백억이든 제 인생의 결과가 아니잖아요...외람된 말씀이지만 주변의 집 사정 아는 친구들은 얘기합니다. 그깟 몇 억짜리 집 한 채 너희 부모님한테 티끌도 아니지 않냐고...
근데 제 마음이 그렇지 않아요. 철없는 시절 외제차 선물받고 그저 좋아할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부모님이 베풀어주시는 그 모든 것들이 돈이 아니라 그 분들의 고단한 인생으로 값이 매겨집니다...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제게 떨어지게 되는 것들이겠지만 그 전까지는 조금이라도 더 제 힘으로 꿋꿋하게 잘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콩고물 기대조차 않을 위인이 저는 못되고 뼛속까지 속물인 제 자신을 아니까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했고 그래야 면목이 설 것 같았고 그게 제 인생 계획의 가장 큰 부분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염치없이 이래저래달라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치않고 도저히 면목도 서지 않을 것 같아 더 속상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뒷배경 하나보고 접근해온 여자도 있었고 많은 상처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사람을 더 의심했고 제 마음 온전히 표현 못했었고 쓰레기같게도 정말 많은 떠보기, 시험을 했었거든요...
제 감정, 제 섭섭함이 앞서서 그 사람에 대해 많은 분들이 비난하게 만들었고 정신차리고나니 마치 제가 일방적인 피해자인냥 이야기가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을 탓하거나 비방하려는게 아닙니다. 그저 제 글이 철저히 객관적이지 못했고 상세하지 못했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오히려 제가 너무 죄송합니다.

오늘 그 사람을 만났고 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펑펑 울면서...미안하다고...자기 자신도 정말 이렇게 빠르게 정리가 될줄을 몰랐다며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는데 말이죠...그냥 누구보다 빛나는 커리어를 가지셨던 제 어머니가 저 하나 잘 키위시겠다고 시어머니 눈치를 그렇게 받으면서도 전업주부로 사시며 그 눈에 서렸던 총기와 빛을 잃어가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제 아내만큼은 그렇지않기를 바랬을 뿐인데...

이제는 제가 꼬이고 많이 어긋난 사람이 아닐까하는 자괴감마저 드네요...저..정말 나쁜놈인것 같습니다. 술 한 잔이 이렇게 쓴 날이 없네요...


7
Comments
1
2018-03-13 22:55:11

저도 언제나 부모님의 씁쓸한 그림자를 보면서 "난 저러지 않을꺼야.." 라고 하지만, 막상 현실에 서보니 그분들이 얼마나 훌륭히 삶을 헤쳐오셨는지 존경스러워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그리고 그 만큼 제 자신에 대해서도 '참.. 한심하구나 난..' 하며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마음, 더 나아지겠다는 마음은 놓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님을 향한 존경 위에 새롭게 세우면서.. 언젠간 부모님의 삶을 넘겠다.. 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물론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요)

 

꼬이고 많이 어긋난 사람이면 뭐 어떻습니까. 제가 대학생 시절에 멘토셨던 분이 하셨던 말이 생각납니다.

"너의 지금 모습, 그대로 괜찮다. 처음부터 훌륭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지만, 안 그런게 보통이다. 이제 알았으니까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는 게 인정하기도 어렵고 힘들고, 시작한다고 한들 여전히 잘 안 바뀌는 제 모습을 보지만.. 그래도 오늘 새롭게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밤 잘 보내시고, 지혜로운 선택과 지혜로운 말들로 극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2018-03-13 22:56:04

행복하시길..

2018-03-13 23:28:34

그렇게 꼬이고 나쁜 분 아니시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대화하고, 서로 위해주는 진실을 꺼내야할 때인데 다행히 양측 모두 상대를 속일 맘이 없는 분들이란 걸 보고 흐뭇함이 들었습니다.
자책 마시고 지금 진실함 그대로 따뜻하게 잘 사세요~

Updated at 2018-03-14 00:11:20

둔칸님 글 읽으면서 남 얘기 같지가 않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예전 만나던 분 생각이 나서 마음이 물에 축 젖은 듯한 느낌도 들기도 하구요

좋은 만남 이어가시길 바랄게요! : >

2
Updated at 2018-03-14 02:51:35

그래도 개인적으로 결혼은 좀 뒤로 미루고(적어도 두분 모두 경제적 자립을 하신 이후로) 더 신중을 기하셧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감정 과잉으로 현명한 판단이 힘들어 보이시고, 결혼을 하시기엔 처한 상황이나 마음가짐, 성숙도등 좋은 결실을 맺기에는 많은 것들이 덜 여문 느낌입니다

2018-03-14 10:15:42

둔칸님도 예비신부님도 절대 속물이나 나쁜사람들이 아닙니다. 결혼은 현실이고 산 날보다 살 날이 더 남은 미래를 결정하는 선택이기에 당연하고, 오히려 지금같이 고민하는 과정이 없이 결혼하였으면 두 분 더 힘드셨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얘기하시고, 어떤 미래든 두 분 모두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18-03-14 12:07:34

 전 집안이 유복하지 않은 편이고, 결혼 후 양가 모두 여유있는 편은 아니지만 다행히 부양을 해야하는 상황은 아니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결혼 전과 결혼 초기에는 커리어 우먼이 제 와이프상이였고, 이는 제 경제적 상황에 기인했다기 보단, 제가 원하는 이상형이였던 거죠. 부에는 기준이 없으니까요. 제 결혼의 이상은 아이는 하나 정도에 자신의 커리어를 갖고 있는 배우자를 원했고 그로 인해 다소 여유있는 삶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고민 끝에 둘째를 낳았고, 두 아이를 온전히 부모님께 부탁 드리는 것은 막상 경험해보니 부모님께 너무 큰 짐을 지워드리는 거였어서 직장을 다니던 와이프는 좋은 기회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해서 현재의 저는 제 이상과는 전혀 다른 두 아이의 외벌이 아버지가 되어있고, 여유 없는 삶이지만, 애들과 가정에서의 불만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둔칸님이 갖고 있는 가치관은 막상 살면서 바뀔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절대적인 부분은 아니니 예비 신부에 대한 둔칸님의 감정과 결혼 자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고 둔칸님의 가치관에 배우지분께서 동의하시고 노력하신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나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쓰기
검색 대상
띄어쓰기 시 조건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