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신 조언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댓글 하나하나 정성들여 읽고 또 읽었습니다. 다들 금쪽같은 조언들을 해주셨는데, 하나하나 감사의 말씀 전하지 못해 정말 송구스럽습니다.다만 제가 글을 잘못 쓰면서 오해의 불씨를 불러 일으켰기에 다른 사항들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그 오해의 소지를 조금은 풀어볼까 합니다.
제 예비와이프가 지금껏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온 것은 사실이나 그 사람의 고단한 삶의 댓가로 이제 처가에 크진 않아도 예비 장모님이 사시기에 부족하지 않은 집이 한 채 마련되었습니다. 아버님은 빚을 남기신채로 십여년 전에 지병으로 돌아가셨구요. 그 빚도 대부분이 해결이 된 상태입니다. 취직이 조금은 늦으셨던 처형은 다행히도 번듯한 직장에 자리잡으시고 예비 장모님도 남한테 손벌리는게 싫으셔서 아침부터 새벽까지 닥치는대로 일하셔서 가정을 다시 일으키셨구요. (상견례 자리에서 그저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만 하시던 장모님 모습을 돌이키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답이 안나오는 속물이고 쫄보인지라 미안하지만 결혼하면 처가에 대한 더이상의 지원은 불가능하다...온전히 우리 둘이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는 것으로 그 사람과 결정을 내렸구요.
장모님께서도 빠듯한 살림에 본인 사위 어디가서 기죽으면 안된다며 지문이 닳아 없어질듯한 손으로 절 끌고는 기어이 시계 하나 골라보라고 떼를 쓰셨습니다.
네...맞습니다. 저희 부모님 젊은 시절 참 고단하게 사셨는데, 어찌 일들이 잘풀려 아주 큰 재산을 축적하실수 있었습니다. 그치만 그건 제 부모님이 돈이 몇 십 몇 백억이든 제 인생의 결과가 아니잖아요...외람된 말씀이지만 주변의 집 사정 아는 친구들은 얘기합니다. 그깟 몇 억짜리 집 한 채 너희 부모님한테 티끌도 아니지 않냐고...
근데 제 마음이 그렇지 않아요. 철없는 시절 외제차 선물받고 그저 좋아할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부모님이 베풀어주시는 그 모든 것들이 돈이 아니라 그 분들의 고단한 인생으로 값이 매겨집니다...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제게 떨어지게 되는 것들이겠지만 그 전까지는 조금이라도 더 제 힘으로 꿋꿋하게 잘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콩고물 기대조차 않을 위인이 저는 못되고 뼛속까지 속물인 제 자신을 아니까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했고 그래야 면목이 설 것 같았고 그게 제 인생 계획의 가장 큰 부분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염치없이 이래저래달라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치않고 도저히 면목도 서지 않을 것 같아 더 속상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뒷배경 하나보고 접근해온 여자도 있었고 많은 상처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사람을 더 의심했고 제 마음 온전히 표현 못했었고 쓰레기같게도 정말 많은 떠보기, 시험을 했었거든요...
제 감정, 제 섭섭함이 앞서서 그 사람에 대해 많은 분들이 비난하게 만들었고 정신차리고나니 마치 제가 일방적인 피해자인냥 이야기가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을 탓하거나 비방하려는게 아닙니다. 그저 제 글이 철저히 객관적이지 못했고 상세하지 못했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오히려 제가 너무 죄송합니다.
오늘 그 사람을 만났고 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펑펑 울면서...미안하다고...자기 자신도 정말 이렇게 빠르게 정리가 될줄을 몰랐다며 아르바이트라도 하겠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는데 말이죠...그냥 누구보다 빛나는 커리어를 가지셨던 제 어머니가 저 하나 잘 키위시겠다고 시어머니 눈치를 그렇게 받으면서도 전업주부로 사시며 그 눈에 서렸던 총기와 빛을 잃어가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제 아내만큼은 그렇지않기를 바랬을 뿐인데...
이제는 제가 꼬이고 많이 어긋난 사람이 아닐까하는 자괴감마저 드네요...저..정말 나쁜놈인것 같습니다. 술 한 잔이 이렇게 쓴 날이 없네요...
글쓰기 |
저도 언제나 부모님의 씁쓸한 그림자를 보면서 "난 저러지 않을꺼야.." 라고 하지만, 막상 현실에 서보니 그분들이 얼마나 훌륭히 삶을 헤쳐오셨는지 존경스러워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그리고 그 만큼 제 자신에 대해서도 '참.. 한심하구나 난..' 하며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마음, 더 나아지겠다는 마음은 놓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님을 향한 존경 위에 새롭게 세우면서.. 언젠간 부모님의 삶을 넘겠다.. 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물론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요)
꼬이고 많이 어긋난 사람이면 뭐 어떻습니까. 제가 대학생 시절에 멘토셨던 분이 하셨던 말이 생각납니다.
"너의 지금 모습, 그대로 괜찮다. 처음부터 훌륭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지만, 안 그런게 보통이다. 이제 알았으니까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는 게 인정하기도 어렵고 힘들고, 시작한다고 한들 여전히 잘 안 바뀌는 제 모습을 보지만.. 그래도 오늘 새롭게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 밤 잘 보내시고, 지혜로운 선택과 지혜로운 말들로 극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