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팀과 야와라 신드롬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의 응원문화 중 눈에 띄는 점은 그냥 이기는 것으로는 감동을 받지 않고 오히려 국가가 이기기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기던 지던 최선을 다하는 과정과 진실된 스토리에 더 열광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스토리를 노출시키는 언론의 역할도 예전처럼 영웅주의식 사고에서 벗어나 더 휴머니즘에 가까운 시각을 가져야할 것을 상기시켰죠.  

 아직도 이기는것이 스포츠의 목표이자 가장 큰 기쁨인 것은 맞는 말이지만, 사람들은 아마도 어떤 금메달보다 은메달이지만 컬링팀의 스토리와 이상화와 고다이라나오의 포옹을 훨씬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아는 세대는 알겠지만 일본 만화중 우라사와 나오키작의 야와라라고 하는 만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소녀인 소년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전 일본이 한소녀의 팬이 되어버린 위력적인 만화였죠. 일본의 전설적인 여자유도영웅도 붙여진 애칭이 야와라짱이었으니 반향이 꽤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동작가의 해피라는 여성히로인을 주인공으로 한 테니스만화도 비슷한 느낌이죠. 

 우선 재능도 출중하지만 성실함과 열정(대부분의 소년만화의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라이벌에게도, 자기를 시기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자기편으로 만드는 도대체 끝을 알 수 없는 밝은 성격, 그리고 그 밝은 성격이 드러나는 환한 미소.. 저도 읽다보니 주인공인 야와라에게 감정이입이 되는게 아닌 야와라를 쫓아다니는 기자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묘한 경험을 했었습니다. 

 이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만화적 캐릭터들의 영향도 저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보는데 일본의 언론은 확실히 예전부터 메달색깔보다도 선수의 스토리와 밝은 성격같은 부분에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면이 조금 부럽기도 했지만 사실 어떤 부자연스러움도 분명히 있기는 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과한? 필요없는 스토리라고 할까요? 너무 지나치게 응원하는데 요구되는 캐릭터의 기준을 만들어버렸다고 할까요? 분명히 재능도 출중하고 성격, 거기다 외모까지 갖추면 대단하긴 한데 현실적으로는 성격이 어둡거나 조금 재수없어도 실력이 압도적인 경우가 많고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 국민의 응원을 받기위해서는 위선을 행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소 실망을 안겨주는 아쉬운 히어로가 되거나, 그마저도 아니면 외면받거나 할 수도 있겠죠.

평창에서의 긍정적인 모습들은 그것보다 덜 경직되어 있고 꾸밈없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한국에 야와라같은 만화는 없지만 컬링팀의 스토리는 한국인 또 세계인이 열광하는 보편적인 드라마적인 코드라 녹아있었고, 김보름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어떤 내면의 드라마코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화코드가 종합몇위나 메달개수는 관심밖이 될 정도로 국민들에게 이슈가 된 점이 개인적으로는 너무 기쁜 변화였고 한편으로 이런국민정서의 변화를 언론과 지도자들은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 많은 과제를 남기기도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