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치명적 문제점
저는 개인접시가 없이 식사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요?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문제입니다.
언제부턴가 큰 빙수가 유행하면서 빙수 하나를 여럿이서 퍼먹는게 자연스런 일이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전 이걸 못합니다. 상대가 가족이든 여자친구든 친구든. 매장직원분께 그릇을 하나 더 부탁해서 남들이 푸기 전에 제 것부터 퍼놓고 먹어야돼요. 예~~~전에 소개팅 후 잘 만나던 분이 이것때문에 절 까신적도 있었습죠. 그럼 애초에 빙수를 먹지 말자고 그러지 왜 왔냐면서 말이죠.
근데 어쩌겠습니까? 못하겠어요. 빨대 하나로 같이 콜라 마시는 것도 못하겠고 자기가 먹던 포크로 저한테 뭐 집어주는 것도 정말 싫어요. 이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미리 설명을 하기시작했습니다. “제가 묘한 결벽증이 있다고.” 그럼 키스는 어떻게 해요? 라고 물은 분도 계셨는데, “키스는 기분이 좋잖아요.”라고 대답했었어요. 생각해보면 말도 안됩니다. 빨대는 같이 안쓰는데 키스는 할 수 있다. 그런데 키스는 정말 정말 좋아하는걸 보면 뭔가 뒤틀린 결벽증입니다.
요정도로 결벽증이 끝나면 다행인데... 더 심각한 문제는 반찬도 같이 먹는걸 싫어합니다. 보통 밥집에 가면 김치, 깍두기, 콩나물무침 등의 찬을 개인마다 따로 주진 않잖아요? 상에 깔아놓고 각자 젓가락으로 집어 가지요. 전 그것조차 너무 싫은거예요ㅜㅜ 그래서 회사 다닐 땐 xx씨는 반찬은 안먹고 밥만 먹는다는 말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등등 몇 개를 시켜서 나눠먹는 걸 싫어하다보니 언제나 탕만 시켰어요. 그 분들은 왜 저는 탕만시키는지 궁금했겠죠. 이런 이유 때문이야.
더욱 문제인 것은 회나 고기를 먹을 때인데. 수산시장 스타일 횟집에서 회를 먹을 땐 큰 접시에 생선 한마리를 듬뿍 썰어서 나오지 않습니까? 초반에 몇 점 집어먹은 후엔 잘 먹지를 않아요. 남의 젓가락이 왔다 갔으니깐요. 그 맛있는 방어를 그래서 못먹었던 것이야.
아무튼 이걸 고치긴 해야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남들처럼 베스킨에서 파인트 하나 알콩달콩 같이 퍼먹어보고 싶은데 말이죠. 써놓은걸 상상만 해도 기분이 더러워지네요. 문제입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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