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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작곡가 요한 요한슨이 세상을 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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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2-13 01:18:58

지난 10일에 아이슬란드 작곡가 요한 요한슨이 세상을 떴습니다. 가끔 가다 한 번씩 찾아 듣는 작곡가였는데도 부고 소식을 듣자마자 입밖으로 "Oh, f**k"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더군요. 

 

요한 요한슨은 영화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사람입니다.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거에요. 대표작으로는 컨택트(Arrival) OST와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 OST가 있고요. 하지만 저는 요한 요한슨을 전혀 다른 경로로 알게 됐습니다.


지난 2015년 여름에 군 전역 후 막무가내로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말년에 우연히 아이슬란드에서 찍은 오로라 사진을 본 이후에 아이슬란드에 미쳐, 비싼 비행기값을 감수하는 대신 가장 싼 호스텔에서 묵으며 빵과 베이컨과 바나나로 하루 세 끼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출국해서 3주 가량 머물렀습니다.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약 1주일 정도 머물렀는데 그때 12 Tonar라는 음반 가게를 매일 방문했습니다. 가게의 모든 CD를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데다가 갈 때마다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한 잔씩 내줬거든요. 매일 가다보니 주인과도 친해져서 마지막 날에는 소소한 인터뷰를 따내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그때 12 Tonar에서 들은 많은 음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음반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게 요한 요한슨의 <And In The Endless Pause There Came The Sound Of Bees>입니다. 음반들을 뒤적거리다가 표지가 너무 삭막해서 오히려 손이 가는 앨범이 한 장 있더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그 앨범을 꺼내 들었는데, 세상에, 너무나도 처절하게 아름답더군요.

 

앨범을 끝까지 들으면 내가 다른 어딘가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무서웠는데도 아름다워서 차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게 무너져 내린 폐허 속에서 아직 남아있는 생명의 목소리를 담아낸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마치 앨범 타이틀처럼요. 그때 너무 가난하게 여행을 떠나서 한화로 3만원 가량 하던 이 앨범을 못 산 게 이제와서 아쉬워집니다.

 

앨범 수록곡 하나를 올리면서 글을 마무리 지어보려 합니다. 요한 요한슨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LFd04IzTCs&index=1&list=PL0dYx2N3BTuS0o9M2D-7ifTa8HeDQdD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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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02-13 01:23:04

잘 모르는 작곡가라 바로 공감할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잘 들었습니다.  아이슬란드로 직접 가셨다는 것도 정말 놀랍네요. 

WR
1
2018-02-13 01:29:11

돌아보면 참 무모했고 고생도 많이 한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기억에 오래 남는 거 같아요.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02-13 02:33:2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
2018-02-13 03:26:40

저도 아이슬란드 2주정도 머무면서 그 아름다움이 잊혀지지 않아서 제 마음의 고향으로 정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음악가들은 잘 모르지만 아이슬란드 경관처럼 경이로운 음악을 한다고 느꼈어요.
사실 요한 요한슨도 처음 들어보는 음악가지만 작성자님처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것은 정말 행복할거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8-02-13 03:52:01

충격이네요.
그의 영화음악들이 아니었다면 시카리오, 컨택트 같은 영화들이 지금과 같은 위상이 아니었을 겁니다.
삼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1
2018-02-13 06:51:10

아침부터 충격이군요.
시카리오나 컨택트의 완성도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데 요한슨의 음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장면장면과 음악의 짜임새를 보곤 이 사람도 천재구나 싶었는데 50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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