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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기질과 갑질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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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11-23 21:53:40

다소 권위적인 환경속에서 자랐습니다. 나이가 더 많다는 이유로, 부모라는 선생이라는 이유로 자식과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오면서 자라온..... 90년대에 초중고를 모두 경험하고 90년대에 고등학교를 마무리 지은 세대입니다. (저희 때는 가정폭력도 아주 흔했습니다. 실제로 겉으론 말을 안해서 그렇지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부모한테 맞고 자라는 친구들도 꽤 보았습니다)

 

이유없이 굴복해야 하는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냥 야자시간에 화장실 허락도 없이 갔다고 교무실로 끌려나가서 싸대기맞다가 화가나서 선생한테(그 선생놈은 님자라는 호칭을 붙이기 싫습니다) 도대체 제가 뭘 잘못했길래 이리 맞아야 합니까라고 한마디했는데 더 심하게 폭행당하고 다음날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습니다.  

 

화가 많이 났고 억울했습니다. 근데 어이없게도 철들기 전엔 저 역시  그런 억울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보상심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저 역시 나보다 어리거나 약한 사람에게는 가혹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저도 후배들에게 조금의 도전도 용서하지 않았던 철없는 시기가 있었으니까요. 나이가들어 군대를 갔고 다행히 좋은 고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남들은 군대가서 개고생한다고 하던데 저는 군대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오히려 반성하고 좋게 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때 그들이 제게 알려준 것은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다. 어떤 이유로든 니가 타인 위에 군림해야할 근거는 없다' 였죠. (제 군생활이 특이한거지 그렇다고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군생활이 미화되면 안되죠)

 

사람은 나이를 떠나 누구나 존중받을만한 소중한 인격체입니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고 왕대접을 강요할...갑질을 강요할 그 어떤 근거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나라에는 자기가 좀 더 어른이라는 이유로 - 때로는 겨우 1,2년 선배라는 이유로 - 직장상사라는 이유로 선배라는 이유로 손님이 왕이라는 이유로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남들 위에 특히나 아랫사람들 위에 군림해야만 자기 자존감이 높아지고, 그런 사람들에게서 조그만한 반항을 받았다는 거 자체가 자존감에 큰 상처가 되는 어리석은 부류들이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부류들의 특징은 감지력이 뛰어나다는 것인데 자기보다 어리더라도 힘이 세거나 권위있는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일례로 제가 운동하기 전엔 보통 체격이었는데 인상이 굉장히 서글서글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초면에 반말하는 4,50대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 때 이미 제 나이 30대가 넘었음에도요. 그러다가 헬스에 미친지 3년 6개월이 되고 지금은 3대 중량 500까지 치고 등빨 좋다는 소리 많이 듣습니다. 여름에 타이트한 옷 입고 다니면 어딜가든 저에게 함부로 대하는 50대 이상 아재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웃긴건 겨울이 되어 외투를 입고 여름에도 갔던 식당을 가면 분명 여름에는 존대를 했던 50대 사장이 반말을 하는 걸 목격합니다.

 

참 치사한 것이죠. 간단히 말해 그냥 힘의 관계로 사람관계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50대 이상의 세대는요.

 

약한 사람은 언제든 짓밟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가르치는 그들이 있었기에 학교폭력도 발생하고 갑질문화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항상 결심합니다. 나보다 어리고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더 존중하자.

 

 

사실 대부분의 진상 손님이 진상 아재들의 근원은 똑같습니다. 나보다 약해보이면 함부로 대하는 거죠.

 

그런 치사한 인간들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항상 다짐을 합니다.

 

'존중,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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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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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22:21:32

 강준만의 저서 "개천에서 용 나면 안된다" 라는 책을 보면 강준만이 한국사회 갑질 문화 속성을 잘 표현한 구절이 있어요. 정확히는 생각 안나는데 대충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동안 화장실에서 일보던 손님이 화장실 나오면서 다른 손님과 부딫치자 "어이쿠 죄송합니다" 라고 연신 고개를 내리깔며 공손하게 사과를 한다. 헌데 그 공손했던 손님이 자기 차에 타자마자 주유소 직원에게 하는 소리 " 야 임마! 아직도 기름 안넣었어? 너 뭐하는 놈이야?">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도 보면 조승우 캐릭터가 소위 한국사회에서 말하는 "개념"과 "예의", "정"이 없는 캐릭터이지 않습니까? 근데 그렇게 개념없고 예의없고 정없는 그 캐릭터가 검찰에서 가장 정의롭고 가장 객관적이고 가장 공평한 인물이라 이거에요........ 그러니까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그 "개념" "예의" "정" 이라는게 사실은 나이나 직급으로 이루어진 권력체계이고, 이 권력체계에 잘 순응하는 사람을 "아휴 참 예의바르네" "이 친구 개념찬 친구구만!" 이렇게 칭찬하게 되는거죠...... 그 권력체계란 윗사람이 언제든지 아랫사람을 깔아뭉개고 이용해먹는 것이며 윗사람의 편의에 맞게 사회관습이 이루어지는...... 그런 체계인거구요. 

 

한국의 갑질문화가, 다시 바꿔 말하면 그 갑질을 참고 견뎌내는 을들만이 갑으로 상승할 수 있는 사회라서 더 공고히 자리잡게 되는거구요. 그런 사회니까 갑들은 자기가 갑이면 얼마든지 을에게 비인격적 짓거리들을 해도 을들이 참고 견디는게 당연한 순리고 "바람직하고 개념찬 모습" 이라고 여기게 되는거구요. 을들은 갑으로 상승해야 하는 시스템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예의" 와 "개념" 을 익히는 과정을 겪게되고......여하튼 뭐 이런 악순환 아닌가 싶습니다. 

 

님께서 50대 이상 중년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많이 발견하신다고 하셨는데, 그게 핵심인거 같아요. 그 나이대가 이 사회가 정해준 직급과 나이의 권력체계에서 가장 누구 눈치 안보고 맘대로 행동해도 되는 나이대이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ㅎㅎ 저는 젊은 꼰대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다만 젊은 나이대에는 아직 누구 눈치보고 살아야하는 위치들이니까 꼰대질 시작을 안했을 뿐이죠. 군대에서처럼 조그마한 병장 권력 하나 쥐어주면 본성 드러내고 갑질할 젊은이들 많죠. 

 

님이 강조하신 친절, 존중이 중요하죠.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예의" 라는 개념은 사실 진짜 예의가 아닌거 같아요. 타인에 대한 친절과 존중은 배제되고 윗사람에 대한 이바지와 아랫사람의 인격적 모멸감을 기반으로 한 감정노동.......

WR
2017-11-23 22:25:57

 여러모로 공감도 되고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네요. 진심으로 댓글 감사드립니다.

2017-11-23 23:54:48

"개천에서 용나면 안된다"

 

제가 최근에 누군가와 이야기 하면서 흘러가면서 했던 말이었는데 

실제 이런 제목이 책이 있었을 줄 몰랐습니다. 강준만 이라는 분에 대해서 찾아보고

저서도 읽어봐야 겠네요. 댓글 내용도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17-11-23 23:02:24

고독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사람이
50대 남성이라고 하더라고요.
배고파도 아내가 밥을 차려줘야만 먹는 세대 말이죠.
저도 늘 생각합니다. 꼰대짓하지 말자.
근데 꽤나 꼰대더라고요. 저 자신조차도.
그걸 느낄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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