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쓰네 + 8
한 테이블이 매우 시끄럽게 대화중이십니다.
단골손님이 계산하시면서 저 테이블 좀 조용히 시키라고 말씀하십니다.
테이블로 다가가서,
말씀 나누시는데 죄송하지만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주시면 안될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합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한 분이 말씀하십니다. 그 분은 말씀도 별로 안하시던 분입니다.
근데 졸라 시끄럽게 떠드시던 나머지 두 분이 기분이 상하셨나봅니다.
아니, 우리만 떠들어? 이럽니다.
응, 니네만 떠들어 이러고 싶지만 참고 얘기합니다.
아, 다른 손님분들께서 약간 시끄러우셨나봐요. 다시 한번 부탁 좀 드립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아, 제가 뭐가 죄송하고 감사한지는 저도 모릅니다.
2분 후, 그들이 일어납니다. 아 18, 여기 사장 바뀌더니 더럽게 싸가지 없어졌네 크게 말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나오면서 이 쉐이킷아 손님한테 그따위로 말하면 안돼 이 쉐이킷아. 이럽니다.
저는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라고 말합니다
유일한 정상인께서 쉐이킷맨을 끌고 나갑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끌쟁이 한 명이 계산을 하며 저보고 그럽니다.
인상쓰네?
아마도 제가 웃고 있지는 않았겠지요.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욕을 먹었는걸요.
그냥 대답도 안하고 잔돈만 줍니다.
마음 속에선 그 두 명은 이미 피떡이 되어있었지만 어쩌겠어요? 법치국가인데.
나가면서 한 마디 붙입니다.
야 이 쉐이킷아, 너 임마 손님한테 그따위로 말하는거 고쳐. 어디 ‘감히’ 손님한테.
감히. 감히.
아까 끌려나간 쉐이킷맷이 들어와서 또 한마디 던집니다.
이 쉐이킷아, 너 그딴식으로 장사하지마라. 어디 감히 손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개쉐이킷이.
아 빡치지만 참습니다.
제가 50대 아저씨들을 팰 수도 없고.
마감을 한 후 서점에 가서 책이라도 사야 스트레스가 풀리겠다 싶어서 서점이 있는 건물로 갔는데, 아까의 그들이 거기 서서 담배를 피며 크게 떠들고 있습니다.
야! 아까 그 ?? 사장쉐이킷 내가 한 마디 하니까 쫄아서 아무것도 못하는 거 봤지?
타이밍도 절묘합니다. 제가 왔는데 마침 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쫄았다’는 표현이 50대의 입에서 나온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그건 열네살 정도에 써야 어울리는 단어인데.
아무튼 이 곳은 가게 밖이고 저는 매우 빡쳐있습니다. 영업도 끝났고요.
그들 뒤에 가서 말합니다.
이 개 쉐이킷들아.
속이 시원해집니다.
누가 욕을 하니 그들도 뒤를 돌아봅니다. 놀란게 보입니다.그리고 그게 ‘쫀’ 식당사장이니 더욱 놀라는게 느껴집니다.
내가 쫄았어? 이 xx 놈아, 가게 밖에서도 또 욕해봐. 내가 어떻게 하나. 너는 xx, 나이도 쳐먹을대로 먹은 xx가 이딴식으로 사냐 xx야. 니 자식들이 너 이런 쓰레긴거 알고 있긴 하냐? 그리고 옆에 너, 계산하고 간 xx. 인상쓰네? 개xx야, 그럼 내가 쌍욕을 이유없이 쳐먹었는데 생글생글 웃겠냐? 인상썼다, 이 xx놈아.
저는 솔직히 몇 대 맞고싶습니다. 그래야 그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으니깐요.
근데 되게 웃긴게 뭔 줄 아십니까?
갑자기 사과를 합니다.
아이고, 사장님. 아깐 내가 술취해서 실수했어. 미안합니다.
사람이 싫어집니다.
이젠 사과를 해요? 아깐 쌍욕을 해놓고 존댓말로 사과를 해? 이봐요. 당신 둘은 진짜 개만도 못한 xx들이에요. 다시는 우리가게 밥쳐먹으러 오지 마세요.
이 말을 하고 집에 오는데 참 슬픕니다. 사람이란게 이리 저열하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아파트에 도착해서 집에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띵.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을 누르고 문이 닫히려는 찰나 입구에서 들어오는 분이 보입니다. 열림 버튼을 급히 누릅니다. 그 분은 양손 가득 봉투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몇 층 가세요?
8.
8층을 눌러드립니다.
땡.
내리십니다.
저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고 가는 층을 눌러주면서 제가 들은 단어는 ‘8’뿐이었습니다. 심지어 ‘8층’도 아니고 ‘8’.
여러모로 인간에게 몹시 실망하게 된 하루였습니다.
(+)예전에 주변 카페 사장님이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해주신게 떠오릅니다. 제가 “제가 문을 잡아주면 고맙단 말도 안하고 가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을까요? 도데체 이해가 안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사장님, 너무 화내면서 살지마요. 세상 사람들이 다 사장님같지 않아요. 사장님은 뒤에 오는 사람 문 잡아주고, 또 앞사람이 문 잡아주면 고맙다고 말하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당연히 존대하고 이러면서 살잖아요? 그게 사장님이나 나한테는 아주 당연한거고.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 정말 많아요. 그런 거에 일일이 상처받고 화내고 이러면 세상을 살 수가 없다니깐. 그냥 쟤들은 원래 저렇구나 생각하면 돼요. 대신 내가 쟤들처럼 되면 안되지”
아무튼 잘 살아야겠습니다. 인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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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이렇게 글을 읽는 제가 열받나요. 왜 열심히 이성의 끈을 잡고 있는 우리들이 저런 놈들에게 당하고만 살아야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