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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 사를 구분짓기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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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11-21 19:11:28

 안녕하세요. 한 동안 눈팅만 하면서 매니아를 즐기다가 밑에 올라온 서울대 A교수의 기사를 보고 모처럼 글을 적어봅니다. 사실 자기 자식을 논문의 저자에 올린다는 일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고, 어느 정도 공공연하게 당연시 되고 있는 풍조임에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자식이 아니라 친한 교수들끼리도 아무런 이유없이 실적을 위해서 논문에 공저자로 넣어주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워낙 주변에서 논문 데이터 조작, 불공평한 공저자 기입 등의 행위가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교수들은 실제 연구실에서 머무는 시간보다도 밖으로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으며, 그로 인해 학생이 무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주의깊게 관찰하고 지도하기 힘든게 현실이니까요. 이런 풍토는 외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저희 연구소의 디렉터도 한 달에 실제로 연구소에 머물면서 미팅을 갖는 시간은 일주일 남짓합니다. 그나마 포닥 연구원들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과 피드백을 해가면서 연구를 진행 중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사를 보면서 놀라웠던 점은, 학생들이 명절에도 교수님의 집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명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지요. 왜 굳이 명절같은 휴일에도 교수님의 얼굴을 봐야 할까요. 과연 그게 정말 친해서 그런걸까요? 아마도 교수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는 분위기가 연구실내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교수에게 눈 밖에 나면, 연구 주제 선정 및 학위 지도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불이익을 주곤 했겠지요. 아무래도 학계라는게 굉장히 좁다보니, 한 번 찍히면 앞으로도 계속 정말 힘들어지니까요.

 

 사실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느끼는 점 중 가장 큰 것은, 이 곳이라고 별 반 다르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를 하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제가 요즘 경험하고 있는 분위기는 그러합니다. 저는 현재 독일에서, 인도계 미국인 보스과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의 보스는 나이가 상당히 젊고 (저와 2살 차이납니다.), 꽤 유능합니다. 그치만, 종종 주말에 술을 마시자느니, 밥을 먹자느니, 등등의 문자를 저에게 보내곤 하는데 그게 참 거절하기가 쉽지 않네요. 물론 저한테만 보내는 건 아닙니다. 다른 젊은 학생들에게도 함께 다 같이 놀자는 식으로 연락을 하곤 하는데, 그들에게는 그냥 같은 연구실의 다른 팀에 있는 젊은 리더겠지만 저에게는 보스니까요. 

 

 자기 나름대로 뭔가 쿨하고, 친근한 사람인 것 처럼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타지의 조그마한 도시에 혼자 나와서 지내다보니 외로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치만, 적어도 일터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주말에도 맛있는 맥주와 함께 하는 자리에서도 받고 싶진 않습니다. 이제는 저도 냉정히, 그리고 배짱있게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외국에서 공부한지 어언 4년차가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No를 당당히 외치기가 참 힘듭니다. 

 

오랜만에 푸념을 늘어놓아 봅니다. 날씨가 추운데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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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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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16:57:25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시길

WR
2017-11-21 20:34:3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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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17:05:01

이런 일은 어느 분야를 가도 만연한거 같습니다.

학계만이 아니라 음악쪽에도 고스트 라이터 문제가 심각하구요. 신인 작곡가나 후배 작곡가들이 다 만든 곡에 이펙터 몇개 먹이고 보란듯이 작편곡 크레딧에 자기 이름 올리는 프로듀서들, 기성 작곡가들 에피소드는 지겨울 정도로 많죠. 무명 작곡가에게 키워준다고 접근해서 곡을 강탈하다시피 가져가 자기 이름을 작곡 크레딧에 올리고 본래 작곡가 이름은 넣지도 못하는 일도 많았고....... 인맥에 의해 밀어주고 끌어주는게 정석화 된 업계나 도제 시스템이 강하게 자리잡은 업계에서 이런 관행이 더욱 심한거 같습니다.

WR
2017-11-21 20:35:28

물론 인맥이 세상사에 매우 중요하다고 하지만서도.. 가끔은 너무 과하게 이곳저곳 다 적용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1
2017-11-21 17:29:34

뤽상부르님 같이 깨어있는 젊은지식인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WR
2017-11-21 20:36:27

아직 한참 멀었네요. 

그래도 항상 제가 싫은 것은 남도 싫은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려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1
Updated at 2017-11-21 18:40:58

태클은 아닙니다만 전 비교적 석사로 짧게 공대에서 대학원 생활을 해서 자식을 공저자로 넣는게 만연한 관행인지는 처음 알았네요.

이번 건은 그런데 좀 심하죠. 제대로된 연구 없이 40여건이라니...그래서 본인도 주위 볼 낯이 없으니 무려 서울대 교수를 사직한거죠.

하지만 사직서 반려하고 중징계해서 좀 바뀌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저도 2000년대 중반에 석사 생활 했지만 프로젝트 인건비 제대로 받았음 석사 생활 중 2~300정도는 받았을텐데,,,실제로 받은건 월 40정도...교수는 자기 몫은 다 받아가고 어찌 석사 인건비랑 기타 실험비만 랩 비용으로 쓰는지...졸업하고 나서야 이상한 관행이란걸 깨달았습니다^^;

WR
2017-11-21 20:40:36

제가 말을 조금 더 명확하게 적었어야 했는데,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 같습니다.

저는 자식을 공저자로 넣는 행위가 만연하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무 연관없는 제 3자를 공저자로 넣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글이 짧아서 오해를 불렀던 것 같네요.

 

갑자기 석사 인건비를 말씀하셔서 생각난건데, 저도 한국에서 약 1년정도 석사생으로 연구실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당시 2014년 기준, 제 월급은 30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의 모든 연구실도 다 그정도 받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했네요. 아 물론, 저 같은 경우는 등록금을 교수님이 내주셨지만요. 그래도 적은 돈임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1
2017-11-21 23:04:58

학계에 계신 분은 언제나 반갑고 부럽기도합니다.  아직 박사과정을 밟진 않았고, 이제 박사과정 집어넣으려고 하는데, qualification exam과 dissertation committee를 어떻게 통과해야하려나.. 하고 미리 걱정하는 중입니다.  물론 어드미션을 먼저 받고나서 고민해야할 일이지만요   참 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학부생을 잠깐 했었을 때 본 조교님과 대학원생들의 삶은 참 힘들어보였어요.  앞으로 열심히 해서 뤽상부르님 처럼 좋은 연구자가 되고 싶네요.

WR
1
2017-12-06 01:02:56

아이구.. 댓글을 이제 봤네요 

저는 아직 한참 갈 길이 멀었습니다. 

좋은 연구자가 되기란 참 힘들고도 험난한 길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1년차 퀄이 가장 스트레스가 심할 시기인 것 같더라구요. 모든 대학원 생들은 장소를 막론하고 다들 힘겹게 버텨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유일한 힘은 본인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강하게 드네요! 항상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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