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 싫은소리를 하는것이 왜 이렇게 힘들까요?
층간소음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금 복층 오피스텔에서 살고있습니다. 이곳에서 지낸지 1년이 넘었는데요, 집 자체가 방음이 상당히 안좋습니다. 뒷꿈치를 붙이고 걸으면 윗집 사람이 어딨는지 다 느껴질 정도인데 침대는 윗층에 있다보니 윗집 사람이 밤늦게 돌아다니면 정말 시끄럽습니다.
1년 넘게 지내면서 늦은 시간 소음때문에 이어플러그를 꽂고 자기도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맨땅에 이불깔고 잔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내 집에서 자는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마찰 생기는 것도 싫고 대충 넘어가려고 그냥저냥 지내왔는데 최근 한두 달 사이 밤 2시, 3시, 5시 할것없이 자주 깨니 스트레스가 정말 극에 달하더군요. 이게 한 번 신경쓰이기 시작하니 작은 소리에도 끝도없이 신경이 곤두섭니다.
처음에는 관리실에 이야기를 해 봤지만 아예 전달도 되지 않은 것 같고, 얼마 전 새벽 2시에 깨서 올라가 이야기를 해 보니 남녀가 같이 지내는 것 같습니다. 몰랐다고 조심하겠다고 하길래 부탁드린다고 정중히 이야기를 하고 내려왔는데, 그 뒤 이틀동안 또 계속 깨고는 이틀 뒤 새벽 4시에 한번 더 올라갔습니다. 또 올라가니 그때 한번 이야기하고 나서 주의해서 지내고 있었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도 이런부탁 드리기 죄송한데 그래도 좀 더 신경써달라'고 하고 내려왔습니다.
어제도 4시에 깨서 6시까지 잠을 못잤습니다. 집이 대학교 앞에 있는데 윗층 남녀는 대학생인 것 같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을 안해도 되서 그런지 거의 매일 새벽 4~5시까지 활동을 합니다. 뭘 하는진 모르겠는데 끊임없이 뒷꿈치를 붙이고 돌아다닙니다. 매일 친구들을 불러서 별나게 잔치를 벌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쿵쿵소리는 끊임없이 나고 저는 매일매일 새벽에 깨고 있습니다. 한 번 깨기 시작하니 이제는 계속 깹니다. 새벽에 자다 깨면 정말 스트레스가 심하고요. 군생활 하면서 구식 침상도 써봤고 자취가 처음도 아닌데 이렇게 층간소음으로 자다가 깨고 스트레스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 너무 답답하고 당황스럽네요.
추석 연휴 전에 층간소음으로 신고를 했는데 어제 접수가 됐나 봅니다. 이미 찾아가서 얘기까지 했는데 그쪽으로 연락이 가면 기분 나쁠까 싶어 날 밝으면 전해주려고 최대한 그쪽 입장을 이해한다는 식으로 편지를 한통 쓰다가 잤는데 새벽에 또 쿵쿵거리는 소리에 깨고 나니 내가 뭘 한건가 싶어 더 열이 받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윗집 사람들에게도 열이 받지만 제 자신에게도 화가 납니다. 올라가서 얘기를 하려고 하면 자신이 없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어디가서 늘 문제가 생겼을 때 좋게좋게만 해결하려는 버릇 때문에 정작 화가나는 저의 입장은 제대로 말 못할 때가 많습니다.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나 다른사람과의 충돌이 갑자기 찾아오는 일이 많잖아요. 그럴땐 당황스러워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다 지나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에 '왜 그때 그렇게 이야기하지 못했지?'라는 생각에 가슴속에서 불이 납니다. 특히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때 만큼은 그런부분을 속시원히 해결하는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여자친구와 있을 땐 더 신경이 쓰일때도 많습니다.
아무리 싸우지 않고 이길 줄 알고, 둥글게 사는게 좋다고 하지만 남자가(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살면서 불이익을 당할땐 싸움을 감수할 줄도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게 잘 안됩니다. 키도 크고 허우대는 멀쩡한데 제대로 말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속이 상합니다. 속으로 제가 불이익을 당했을 때 스스로 통쾌하게 해결하는 상상을 할 때도 많습니다. 주변에 타인과의 마찰이 생겼을 좀 독하다 싶을 정도로 밀어붙여 버리는 사람들 보면 진상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게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혹시 몸에 '문신같은걸 해서 험악한 인상을 풍기면 어디가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혹은 '격투기같은것을 오래 수련하면 내 안에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도 유치하지만 많이 해 봤습니다. 어머니를 포함한 저희 외가쪽 식구들은 전부 소위 '쌈닭 기질'이라는 걸 가지고 있어서 타인과의 충돌에서 물러섬이 없는데, 저는 친가쪽 피를 너무 많이 물려받았나 봅니다. 싸움을 할 수 있지만 피하고 현명하게 해결하는 것과, 싸우기 전에 겁먹고 좋게좋게 해결하는 것은 정말 다른 것인데 저는 후자쪽인 것 같아서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매니아 여러분들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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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플러그 좀 비싼거 써보세요 거짓말 안하고 아무런 소리가 안들리고 본인 맥 뛰는 소리만 들릴겁니다 한 3만원이면 괜찮은거 삽니다 굳이 층간소음 때문이 아니더라도 숙면을 위해서 이어플러그 쓰는것도 좋아요 저도 숙면용 + 혼자 있는 것처럼 조용함을 느끼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