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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과학사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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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9-18 14:15:06

 

클로드 섀넌의 초상화

정보라는 것은 ‘발신자가 메시지의 내용을 얼마나 짐작하기 힘든가’ 하는 점과 ‘메시지의 내용을 미리 예측할 수 없는가’ 하는 점에 근본적으로 좌우된다.
ㅡ클로드 섀넌(정보이론의 창시자, 1916~2001)



1. 시아노박테리아 


‘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라고도  하는 이 남조류는 최초로 광합성을 한 생물입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뱉었죠. 그런데 활성 기체인 산소는 쇠를 녹슬게  하고(산화) 나무를 태웁니다(격렬한 산화). 시아노박테리아가 처음 나타났을 때 이들이 내뿜는 산소는 거의 모든 생명체에게 독성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어난 대규모 멸종 사태를 ‘산소 대참사’라고 부릅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지구의 대기와 바다에 유독한  산소를 잔뜩 쏟아낸 후, 생물들은 산소의 특이한 성질을 새로운 생물학적 과정에 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우리는  처음으로 산소 호흡을 한 생물들의 후손인 것이죠. 운석이 아니라 박테리아에 의해 세상은 거의 멸망할 뻔했고요.



 
2. 원소 구입시 주의사항   


118개  원소 중에서 30개(헬륨, 탄소, 알루미늄, 철 등)는 동네 상점에서 순수 형태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몇 십 가지는  물건들을 분해하면 얻을 수 있고요(연기 감지기를 뜯으면 아주 적은 양의 아메리슘을 얻을 수 있답니다). 다른 것들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겠네요. 80퍼센트 정도의 원소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건강이나 안전의 위험, 체포당할 위험 등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90퍼센트도 구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머지는 방사능이 너무 세거나 수명이 너무 짧아서 동시에 몇 개 이상의  원자는 수집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지금부터 주의사항을 알려드리죠.

1. 처음 두 줄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쌓을 수 있을겁니다.
2. 셋째 줄을 쌓다가는 온몸에 불이 붙을 수 있습니다.
3. 넷째 줄은 유독한 연기 때문에 죽을 수 있습니다.
4. 다섯째 줄은 위의 모든 사항에 더해, 약간의 방사선 노출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전에 죽을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5. 여섯째 줄은 격렬하게 폭발할 겁니다. 방사능을 띤 유독한 불길과 먼지 구름이 일면서
건물이 파괴될 거지만 역시 그 전에 죽을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6. 일곱째 줄을 쌓으려거든, 먼저 어벤져스를 부르세요!




3. 상상력의 힘  



1914년  H. G. 웰스는 자신의 책 《풀려난 세상 The World Set Free》(1914)에서 1번 폭발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폭발하는 폭탄에 관해 쓴 적이 있습니다. 도시의 심장부에서 시작된 커다란 불길이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천천히 탈  거라고 했었죠. 여기까지 들은 여러분이 만약 머릿속에서 ‘핵 폭탄’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면, 여러분의 통찰력은 그럭저럭 쓸 만한  편입니다. 맨해튼 팀은 실제로 ‘핵 폭탄’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4. not Usain Bolt



근 몇 년 간의 표본을 추출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간은 우사인 볼트일 겁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만든 물건 중에서 가장 빨랐던 건 무엇일까요?

인간이  만든 물건 중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공식 기록을 보유한 것은 무인 우주 탐사선 헬리오스 2호입니다. 헬리오스 2호는 태양 주위를  가까이 돌면서 초당 70킬로미터라는 속도에 도달했죠. 하지만 실제로 기록을 보유해야 할 것은 2톤짜리 금속 맨홀 뚜껑이라고 해도  틀린 얘기는 아니에요. 이 맨홀 뚜껑은 로스앨러모스에서 플럼밥 작전의 일부로 지하에서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 그 장소의 수직 통로  꼭대기에 있던 물건입니다. 1킬로 톤짜리 핵무기가 지하에서 터지면서 이 시설 자체가 거대한 핵무기 대포처럼 되었는데, 엄청난  힘으로 맨홀 뚜껑을 날려 버린 것이죠. 뚜껑을 촬영했던 고속 카메라조차 위로 날아가는 맨홀 뚜껑을 (화면에서 사라지기 전에) 겨우  한 프레임 밖에 잡아내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이 말은 곧 이 맨홀 뚜껑이 적어도 초당 66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뜻이에요. 끝끝내 뚜껑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5.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옥스퍼드  대학의 클라렌든 연구소에 가면 1840년부터 계속 울리고 있는 종이 하나 있는데요. 배터리로 가동되는 종이랍니다. 이 종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울리기 때문에, 추가 움직일 때마다 극히 적은 전기밖에 먹지 않아요. 그런데 이 종이 무슨  배터리를 사용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걸 알아내려면 일단 종을 분해해 봐야 하는데 아무도 그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6. 막간 천문학 상식


1) 명왕성을 발견한 사람은 클라이드 톰보라는 천문학자인데요, 그는 1997년에 죽었습니다. 그의 유해 일부가 우주선 뉴 호라이즌스호에 실렸는데 이 우주선은 명왕성을 지나 태양계 밖으로까지 계속 날아갈 겁니다.

2)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우주선이 뜨거워지는 것은 우주선 앞쪽에 있는 공기가 압축되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공기와의 마찰 때문이 아니에요.

3) 태양은 정말로 밝습니다. 그 밝은 빛이 지구를 비추고 있죠. 그 빛 중의 일부가 다시 우주로 반사되는 것이 ‘지구광’입니다.  지구광 중 일부는 지구를 스치듯이 지나면서 대기를 통과해 별까지 날아갑니다. 바로 이런 효과를 외계 행성에서도 감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빛들이 직접적으로 인간에 관해 뭔가를 알려 주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를 충분히 오랫동안 지켜본다면 반사율을 통해  지구의 대기에 관해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지구의 물 순환 과정도 알 수 있을 테고, 대기 중에 산소가 풍부하다는 점은  이곳에 뭔가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는 힌트가 될 수도 있겠지요. 몇몇 천문학자들은 우리가 외계 신호를 탐지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쪽이 외계인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4) 중성자별은 거성이 자체 중력에 의해 붕괴된 후에 남은 부분입니다. 별들은 균형을 유지하며 존재하죠. 별의 거대한 중력은 언제나  별을 안쪽으로 붕괴시키려고 하지만, 이렇게 짜부라질 때 생기는 다른 몇 가지 힘들이 별을 다시 떼어 놓습니다. 태양에서 붕괴를  막고 있는 것은 핵융합으로 인한 열입니다. 어느 별이 핵융합을 할 연료가 떨어지면 별은 수축하게 되죠(여러 가지 폭발을 포함한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다가 물질이 다른 물질과 겹치지 않게 해주는 양자 법칙에 의해 붕괴가 중단됩니다. 만약에 별이 아주  무겁다면 이런 양자 압력을 극복하고 더 큰 폭발과 함께 계속 붕괴되어 중성자별이 됩니다. 만약 남은 부분이 중성자 별 보다 더  무겁다면 블랙홀이 되지요. (중성자 별보다는 무겁지만 블랙홀이 될 정도는 아닌 별들도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이상한  별놈들’이라고 부르면 되겠네요.) 중성자별은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물체 중에서, (무한한 밀도를 가진 블랙홀을 제외하고) 가장  밀도가 큰 물체 중 하나입니다. 중성자별은 어마어마한 자체 중력에 의해 으스러져서, 어떻게 보면 산더미만 한 크기의 원자 핵과  유사한, 조밀한 양자 역학적 수프처럼 된 것입니다.




7. 번개에 관한 가장 쓸데없는 지식 



번개는  여러 가닥으로 나눠진 전하(선도 낙뢰)가 구름에서 내려오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초당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아래로  확산하면서 겨우 및십밀리초만에 몇 킬로미터를 지나 지면에 도달하는 거지요. 선도 낙뢰는 비교적 전류가 크지 않습니다. 약  200암페어 정도니까요. 이 정도로 사람이 죽을 수 있지만 그다음 일어나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선도 낙뢰가 지면에  닿으면, 구름과 땅 사이에는 2만 암페어가 넘는 어마어마한 전류가 흐릅니다. 우리가 보는 눈부신 섬광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거의 빛의 속도로 되돌아가는데, 같은 거리를 1밀리 초 이내에 주파합니다. 이것을 복귀 낙뢰라고 하는데, 여전히  전하는 아래쪽으로 흐릅니다. 우리가 땅에 '번쩍'하는 것을 보는 위치는, 선도 낙뢰가 지면에 처음 닿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것들을  알아두면 번개에 관해서 무엇을 알 수 있냐구요? 없습니다.




8. 내 손에 대고 말해!  


 

보통의  컴퓨터 1대가 인류 전체의 처리 능력을 능가하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요? 1994년입니다. 1992년에 세계 인구는  55억이었는데요. 이들의 연산 능력을 합치면 약 65밉스 MIPS(1초당 100만 개의 명령)가 됩니다. 그해에 인텔은 인기를  끌었던 486DX를 출시했는데, 이 칩이 기본 설정에서 55에서 60밉스 정도를 수행했습니다. 1994년 출시된 인텔의 신제품  펜티엄칩은 70~80대 밉스를 기록하면서 인류를 훨씬 앞질러 갔죠.


우리는 컴퓨터가 우리의 복잡성을 따라잡을까 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도 개미들을 따라잡았지만 개미들은 별로 걱정하는 것 같지 않잖아요. 물론 우리가 지구를 완전히  점령한 것처럼 굴고 있지만(또 그러고 싶겠지만), 만약에 영장류와 컴퓨터, 개미 중에서 100만 년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누굴까 내기를 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누구를 고르실 건가요? 전 개미요. 터미네이터는 틀렸습니다.




9. 캘리포니아 환승 센터



9·11사태  때 연료를 잔뜩 실은 비행기가 무기로 쓰이는 일이 벌어지자 미국 연방항공국은 이후로 쓸데없이 연료를 가득 실은 비행기가 미국을  지나가는 일을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제 여행객들은 캘리포니아 상공을 지나는 대신, 캘리포니아에 있는 공항들 중  한 군데에서 환승을 합니다.




10. Lawnchair Larry!



헬륨  풍선은 그리 많지 않은 개수로도 사람 1명을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이는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항이죠. 1982년 래리  월터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정원용 접이식 의자에 앉아 기상 관측기구로 해발 몇 킬로미터 지점까지 올라갔으니까요. 그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상공을 통과한 후 풍선을 공기총으로 몇 개 쏴서 지상으로 내려왔습니다. (여기까지 기술된 내용은 모두 사실입니다)  덕분에 래리 월터스는 Lawnchair Larry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원래 야외용 접이식 의자를 뜻하는 단어인  Lawnchair는 원래의 뜻보다 월터스를 위한 수식어로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그해의 다윈상을  수상했죠. 월터스는 착륙과 동시에 체포되었는데요. 죄목을 뭐라고 해야 할지 당국도 난감했습니다. 당시 미국 연방항공국 안전  감독관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월터스가 연방항공법 일부를 위반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  일부가 어느 부분인지 확인되는 즉시, 어떤 식으로든 기소를 할 겁니다.” 특정성 원칙에 위배! RIP Larry!




11. 차에 치이면 일어나는 일


(실제  검시관의 의견을 토대로 했습니다) 차에 치이면 거의 대부분 위쪽이 아닌 아래쪽을 다칩니다. 무릎 아래쪽 다리가 부러지면서  공중으로 날아가죠. 보통은 후드에 떨어지지만, 후두부로 앞 유리를 강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앞 유리는 ‘별 모양’으로  금이 가면서 머리카락 몇 가닥이 유리에 남기도 합니다. 그러고 나면 차를 넘어가는데요. 이 시점까지는 비록 다리가 부러지긴 했어도  아직 살아는 있습니다. 앞 유리에 부딪힌 것이 머리에 통증을 줄 수는 있어도 치명적이지는 않으니까요. 차에 치인 사람이 죽는  것은 대부분 땅에 떨어질 때입니다, 두부 외상으로 죽습니다. 그러니 검시관들을 우습게 보지 마세요. 상당한 하드코어들이니까요.  정말 그러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고속으로 달려오는 자동차에 부딪히고도 살아남고 싶다면, 서전트 점프보다는 낙법을 숙련하세요. 




12. DNA


DNA는  우리에게 알려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의 소스 코드입니다. 각 염색체는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담고 있죠. DNA와 그  주변 세포 조직은 복잡하게 얽힌 피드백 고리를 통해 수없이 많은 것들을 주고받으며 믿기지 않을 만큼 복잡하게 상호 작용을 합니다.  DNA를 ‘소스 코드’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실은 아주 (화학적으로) 단순화한 표현이랍니다. DNA에 비한다면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은 아무리 복잡한 것도 휴대용 계산기 수준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모든 완벽한 세포는 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핵에서  나오는 분자들에는 세포의 일생을 좌우하는 정보들이 들어 있고요. 인간의 몸 안에는 은하의 별보다도 수백 배는 더 많은 세포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부심을 가지세요 여러분!

 


13. 근친교배의 위험성



*근친교배  계수: 서로 친척 관계가 없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근친교배 계수는 0입니다. 완전히 똑같은 염색체 세트를 가진 아이의  근친교배 계수는 1입니다. 자가수정을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유전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받은, 해당 부모의 클론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이가 가진 모든 유전자는 부모에게 있는 것이지만, 부모의 모든 유전자를 아이가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염색체 중에 절반은 '파트너' 염색체 자리에 있는 자신의 복제본이 자리하고 있을 테니까요. 이 말은 곧 아이의 근친교배 계수가  0.50이라는 얘기입니다. 매우 높은 수치이죠. 이 정도 수치는 3대에 걸쳐 계속 형제자매 간에 결혼을 했을 경우에나 나올 법한  수치입니다. D. S. 팰코너가 쓴『양적 유전학 입문』에 따르면 근친교배 계수가 0.50이면 평균적으로 10살이 되었을 때 IQ는  22퍼센트 낮고, 키는 10센티미터 작습니다. 또한 태아가 살아서 태어나지 못할 확률도 아주 높고요.   

근친교배의  결과를 보여 주는 유명한 사례가 바로 ‘순수’혈통을 유지하려고 했던 왕가들의 경우입니다. 중세 유럽의 통치자 가문인 합스부르크  가문에서는 사촌들끼리 결혼하는 사례가 빈번했습니다. 이런 전통은 스페인의 카를로스 2세가 태어나면서 막을 내리게 됐죠. 카를로스  2세의 근친교배 계수는 0.254였으니 두 형제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0.250)보다도 조금 더 높았습니다. 그는 광범위한  육체적·정서적 장애를 앓았고, 이상한 (그리고 대체로 무능한) 왕이었습니다. 한 번은 죽은 친척들을 보고 싶다고 무덤을 파헤치게  했다고도 전해집니다. 그는 아이를 낳지 못했고, 결국 왕가의 혈통은 끊어졌습니다.

근친교배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는 인간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들도 근친교배의  폐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순수'혈통과 품종을 선호하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세기의 철학자 피터 싱어는  자신의 기념비적 저서『동물 해방』에서 이 점을 집요하게 꼬집었습니다. 인간의 욕망에 의해서 탄생한 '견종·묘종'이라는 그릇된  범주가 얼마나 많은 개와 고양이들에게 유전병을 안겨 주는지, 그들의 진화와 성장을 가로막는지, 우생학이라는 완전히 사라져야 할  인식 체계가 동물 세계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우리는 정직하게 목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그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한낱 종에 구애받지 마세요. 이종교배를 권장하세요!




14. 흔들흔들 



*리히터 규모: 리히터 규모란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리히터 지진계에 기록된 지각의 진동 수치를 나타낸 단위입니다. 지진의 규모를 알려주는 수치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최근에는 모멘트 규모라는 단위로 대체되었습니다.

사실  리히터 규모는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은 단위이지만, 우리는 보통 3등급에서 9등급 사이의 지진에 관해 자주 듣다 보니, 10이  최대 등급이고 1이 최소 등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는 10이 리히터 규모의 최대치는  ‘아니지만’(당연스럽게 1도 최소단위가 아니지만), 그러는 편이 나을 거예요. 규모 9의 지진만 해도 벌써 지구의 자전을 바꿔  놓을 정도니까요. 21세기에 발생한 규모 9 이상의 지진 2건은 둘 다 하루의 길이를 아주 조금(1초보다 훨씬 적게) 바꿔  놓았습니다. 규모 15의 지진이라면 방출되는 에너지양이 거의 대략 지구의 중력 결합에너지와 맞먹을 겁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보면,  <스타워즈>의 데스 스타는 엘더란에 규모 15의 지진을 유발했었죠. 이론적으로는 지구에 더 강력한 지진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팽창하는 쓰레기 구름이 더 뜨거울 거라는 의미밖에 안되죠. 중력 결합에너지가 더 큰 태양의 경우, 규모  20의 지진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 아는 한, 아주 무거운 중성자별의 물질에 일어나는 가장 강력한 지진이 이 정도  규모고요. 지구만 한 크기의 수소 폭탄을 준비해서 한꺼번에 터뜨리는 정도의 에너지가 방출되는 강도랍니다.

리히터 규모 0:  댈러스 카우보이스 소속 선수 한 명이 필드에 쓰러졌습니다.
리히터 규모 -1: 댈러스 카우보이스 소속 선수 한 명이 여러분 집 마당에 있는 나무에 부딪쳤습니다.              
리히터 규모 -2: 방금 고양이가 서랍장에서 굴러떨어졌군요.
리히터 규모 -3: 침실 탁상에 올려둔 휴대폰을 고양이가 떨어뜨렸습니다. (고양이가 또...)  
리히터 규모 -4: 강아지 등에 올려놓았던 동전이 떨어진 사실을 지진학자들이 확인했답니다.
리히터 규모 -5: 여러분이 방금 키보드에서 자판 하나를 눌렀습니다.
리히터 규모 -6: 이번에는 노트북의 자판을 눌렀군요.
리히터 규모 -7: 새의 깃털 하나가 펄럭이며 땅에 떨어졌습니다.
리히터 규모 -8: 모래시계에서 고운 모래 가루 하나가 아래 쌓인 가루들 위로 떨어졌습니다.




리히터 규모 -15: 공중에 있던 먼지 티끌 하나가 탁상 위에 내려앉습니다.





이제 그만하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15. 진짜 클로드 섀넌  



이게 클로드  섀넌이라고? 최상단으로 올라가 보세요. 여기까지 읽은 분들 중에서 최상단의 초상화가 클로드 섀넌이 아님을 알아채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비범한 통찰력을 소유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아니면 클로드 섀넌의 얼굴을 알고 있다거나, 저 초상화가 클로드 섀넌이  아님을 알고 있는 분들이죠. 적어도 통찰력, 직관, 눈썰미 중에서 한 가지는 뛰어난 분들일 겁니다. 하지만 저 초상화가 클로드  섀넌이 아님을 알아채신 분들이 있더라도 나머지 오류는 눈치채지 못 했을 거예요. 최상단의 인용에는 총 3가지의 오류가 있습니다.  첫째, 초상화는 클로드 섀넌이 아니다. 둘째, 인용구가 잘못되었다. 셋째, 저 말은 섀넌의 발언이 아니다. 이 섀넌의 함정은  유명한 인지 과학 실험 중에 하나입니다. 피험자들에게 인물의 사진, 격언, 인물의 이름 등을 거짓 정보로 제공하고 후에 정보의  오류를 모두 공개했을 때, 피험자들이 확실하게 오류라고 인식하는 오류는 한 가지인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바로 피험자 자신이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한 정보가 바로 그것이었죠. 사진을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한 피험자는 사진의 오류만을 확실히 인식할 뿐, 나머지  두 가지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곧바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저  초상화의 주인공은 실제로 클로드 섀넌이 좋아했던 18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 새뮤얼 존슨입니다. 초상화의 오류는 클로드 섀넌의  생애가 1916~2001이라는 데서 밝혀낼 수 있습니다. 인지의 영역이죠. 누가 봐도 저건 20세기의 초상화는 아니니까요.  인용구의 오류는 발신자를 수신자로, 예측할 수 없는가를 예측할 수 있는가로 바꿈으로써 교정할 수 있습니다. 논리의 영역이죠.  마지막으로 이름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사전 두 개의 정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때에만 추론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회의주의의 영역이죠. 이 인지 과학 실험은 우리의 뇌가 모든 영역에 관여하고 있긴 하지만 많은 부분을 포괄하고 종합하는 데는  미숙함을 시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개개인이 가진 선호도가 인식 체계의 최우선임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고요.

클로드  섀넌이라는 인물은 모스 부호를 발명했던 새뮤얼 모스나 상대성 이론의 창시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못지않게 위대한 과학자이면서도,  사람들이 거의 알지 못하는 과학자입니다. '디지털의 아버지'라 불리는 섀넌은, 정보이론의 토대를 확립한 1948년 자신의  논문「통신의 수학적 이론」에서 '비트bit'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했습니다. 0과 1의 2진법을 통해 문자, 소리, 사진 등의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고요. 일반인들보다 동료 학자들의 존경을 받는 '과학자들의 과학자'였습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섀넌의 진짜 격언을  통해 글을 마치겠습니다.


‘정보’는 무질서에서 쥐어짜낸 ‘질서’다.

'이론'은 의식이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게 하고’, 주어진 것에서 벗어나게 하며, 오직 기호만을 써서 초월적인 것을 자명한 것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ㅡ클로드 섀넌(정보이론의 창시자, 1916~2001)




※ 본문에서 등장하는 학술적 내용은 제임스 글릭의 <인포메이션>, 랜들 먼로의 <위험한 과학책>, <친절한 과학 그림책>에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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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9-18 14:57:41

이런 거 참 좋아요.

2017-09-18 15:34:52

재밌게 잘 봤습니다 계속 올려주세요

1
2017-09-18 15:41:23

 http://lanethames.com/dataStore/ECE/InfoTheory/shannon.pdf

 

그의 그 유명한 논문.

 

제가 읽어본 논문들 중에선 스칼라.구글 기준 가장 인용횟수가 많은 논문입니다.

WR
2017-09-18 16:08:00

읽다가 몇 번을 포기했는지... 전공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너무 어렵습니다.
2번 항의 저 도식이 좀 과장되게 말해서 세상을 바꿨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테죠. 
인용 횟수가 많다는 건 기념비적이라거나 상징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반세기가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안에서 뭔가 찾을 것이 있다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그래도 너무 어려워요...   

2017-09-18 15:47:06

구독 시작합니다.

2017-09-18 16:38:05

이종교배는 아닙니다
동종교배를 권장해야죠

Updated at 2017-09-18 16:47:03

감사합니다. 정말 흥미로운 글이라 정독했어요. 물론 문과졸업자인 저는 해석이 잘 안되지만요.

2017-09-18 17:06:08

 저도 구독 탑승합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하고 계속해서 부탁드립니다

2017-09-18 22:39:29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7-09-18 23:39:53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 글이네요. 그리고 꿀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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