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중년부부 두 분이 식사를 하시고 나가셨습니다. 다른 손님들께서 대기중이셨던지라 후딱 자리를 치웠지요.
10분정도 지났을까? 아까 식사를 마치고 나가셨던 중년부부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야, 나 나간 자리에 종이 없었냐?
이런 분들은 꼭 반말을 합니다.
아, 종이 버리고 가신거요? 쓰레기통에 버렸죠?
야! 그걸 버리면 어떡해? 빨리 가져와.
네.
그리고 쓰레기통에서 종이를 가져와서 드렸어요.
에이 xx, 야! 이걸 이렇게 구겨놨어 왜. xx
보니까 주민등록증 앞뒷면 복사한거더라고요. 근데 제가 알리가 있나. 반으로 접혀 있었으니.
전 그냥 쓰레기 버리고 가신건줄 알았죠. 반으로 접혀있어서 주민등록증 복사하신건 줄은 몰랐네요. 죄송합니다.
여기서 잠깐. 저 참을성 많이 늘었습니다. 칭찬해주십시오.
그러자 또 욕을 해요.
이 xx야, 미안하다면 다냐? 이렇게 구겨놓고. 손님물건을 이렇게 함부로 다뤄도 돼? 임마!
아. 여기서 살짝 화날뻔. 아니, 솔직히 이미 화는 조금 났었지만. 침착침착맨.
제가 그렇게 중요한건줄 알았으면 안그랬죠. 그냥 반으로 접어놓은 종이가 놓여있길래 별 신경 안쓰고 버렸습니다. 저희 건물에 문구점이 있으니 저랑 같이 가셔서 다시 깨끗하게 복사하시죠.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그런데 또 뭐라 합니다.
이 xx야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왜 손님 물건을 함부로 버리냐고 임마!
아, 저도 이쯤 되니 화가 올라와버렸습니다. 짜증 확 나서 같이 뭐라 하려는 찰나.
이봐요.
한 손님이 말씀하십니다.
뭐요? 당신은?
종이맨이 대답합니다.
내가 계속 듣다보니 짜증이 나서 그렇소. 그렇게 중요한 거면 잘 챙겨가든가. 또 보니까 별로 중한것도 아니구만. 왜 가게 영업을 방해해? 그리고 사장님은, 내가 보기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과까지하고 복사도 새로 해준다잖아요. 그럼 그만 하소.
뭐,xx. 왜 남일에 참견이야?
그리고 말이지. 당신 여기가 식당 아니라 밖이라도 사장님한테 이렇게 막할것같아요? 덩치도 저렇게 크고 당신보다 힘도 훨씬 셀텐데. 그딴식으로 살지말란말이요. 갑질갑질 말많은데 딴게 갑질이 아니요. 당신이 하는게 갑질이야.
뭐? 이 x놈xx가!
그런데 그 때 식사하시던 다른 손님분들이 외치십니다.
아저씨, 그만 좀 하세요!
이봐요,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나가쇼!
옛 장수들이 원군을 봤을 때의 기분이 이런걸까요? 종이맨 바로 퇴각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께서 계산하시면서,
잘 참으셨어요.
힘내세요.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데 하마터면 고마워서 돈 안 받을뻔 했네요. 하지만 돈은 다 받았습니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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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오늘도 평화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