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는 압도적이면서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p style="text-align: center;"><img src="https://cdn.mania.kr/nbamania/g2/data/cheditor5/1707/mania-done-20170723014212_qvvymwsy.jpg" alt="c1174685cab0057e799cd0006cd5a932-d9lx6yv.jpg"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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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조금의 스포가 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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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새로 오픈한 용산 아이맥스관에서 봤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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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장황한 설명 없이 난데없이 시작되는 오프닝 씬의 총격전은</p>
<p>시작부터 이 작품의 특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해줍니다.</p>
<p>"넌 여기서 아무것도 알 필요 없다. 그저 이 상황만을 느껴라."</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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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주인공의 고향에 누가 기다리고 있고 아직 얼굴도 못 본 갓난 아기가 있으며</p>
<p>아버지가 배신자라는 누명을 쓴 베테랑 군인 같은 설정 따위는 하나도 없습니다.</p>
<p>여기서 중요한 건 이들이 덩케르크를 탈출할 것이냐, 죽을 것이냐. 이 한 가지 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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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놀란이 액션을 잘 못 찍는다는 말이 있지만 긴장감 조성만큼은 정말 일류라고 생각하게 만든 장면이 있습니다. (오프닝 씬, 초반 부상병 씬, 그리고 후반 배 씬. 배 씬!)</p>
<p>알프레드 히치콕은 놀라움(surprise)과 긴장감(suspense)의 차이를 정보의 유무라고 말합니다.</p>
<p>단순히 사방에 폭격이 일어나고 총격씬이 벌어지면 그건 놀라움 (surprise) 입니다.</p>
<p>하지만 만일 부상병들만 태우는 배가 있고, 간절히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병사가</p>
<p>들것에 실린 부상병을 발견한다면?</p>
<p>폭격은 시간 내에 배까지 도달하고자 하는 병사에게 크나큰 장애물이 되어</p>
<p>우리에게 긴장감(suspense)를 전달합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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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대사량을 최대한 줄이다보니 자연스레 이야기는 전부 인물들의 행동과 사운드로 진행이 됩니다.</p>
<p>"적 비행기다!"라 외치는 대신 수많은 군인들이 하나둘 천천히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응시한다거나,</p>
<p>고장난 기계판을 가만히 바라보는 비행사의 모습은 무성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p>
<p>기본적인 영화적 연출에 충실히 임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p>
<p>이런 면에선 제일 영화다운 영화라고 볼 수 있기도 합니다.</p>
<p>사운드는 여러면에서 제일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p>
<p>언제나 디테일하고 밀도 높은 사운드 편집과 믹싱으로 유명한 놀란이지만,</p>
<p>이번 작품에선 거의 극에 달했다고 봅니다.</p>
<p>마치 그 상황에서 실제 들릴 것만 같은 디테일한 효과음과 사운드트랙으로 </p>
<p>사운드를 통한 허구적인 감정의 극화(dramatization)이 아닌</p>
<p>현실음과 가상음의 기계적인 조화로 이뤄지는 서스펜스의 향연이라고나 할까요.</p>
<p>개인적으론 인터스텔라가 한스 짐머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덩케르크가 그걸 뛰어넘었네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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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영화는 육해공 총 세 파트로 나뉩니다.</p>
<p>각자 다른 타임 프레임과 길이를 가진 이 세 파트를 교묘하게 엮은 편집술은 대단하지만,</p>
<p>이게 영화 자체에 얼마나 큰 미학을 부여했는지는 조금 의문이 생깁니다.</p>
<p>영화적 미학의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 에피소드를 어떻게든 엮기 위해서 생겨난 장치,</p>
<p>즉 앞뒤가 바뀐, 또는 아예 목적을 상실한 구조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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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그렇게 생각한 이유에는 이 세 파트의 필연성에 대해서 조금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p>
<p>이 세 파트에서 제일 미약한 부분은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p>
<p>물론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지만 이런 식으로까지 강조하는 건</p>
<p>자칫하면 지나친 애국주의, 일명 국뽕으로 쉽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p>
<p>(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놀란도 어쩔 수 없었구나...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네요)</p>
<p>만일 전체적으로 애국주의를 감소하고 해에서도 병사들의 탈출 그 자체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 쪽을</p>
<p>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습니다.</p>
<p>왜냐면 육, 해, 공을 봤을 때 특히나 육은 재미, 긴장감 등 모든 면에서 정말 뛰어난 영화였거든요.</p>
<p>물론 상업영화적 면모로 봐선 틀린 방식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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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전체적으로 큰 만족감을 주진 못했지만 적극적인 아이맥스의 활용은 </p>
<p>점점 메리트를 잃어가던 극장에 새로운 마법을 부여했다고 봅니다.</p>
<p>아이맥스 화면으로 보는 드넓은 바다 위 하늘을 날아다니며 펼쳐지는 전투기들의 공중전은</p>
<p>정말 모든 면에서 관객을 압도시켜버립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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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박평식 평론가는 가치 > 의미 > 재미라고 했는데</p>
<p>개인적으론 비슷하지만 가치 > 재미 = 의미라고 하고 싶네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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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말씀하신 땅, 하늘, 바다 이야기에서 땅은 한 인간으로 전쟁을 대면하는 처절함을, 하늘은 책임과 희생이라는 면을(혹은 하드캐리), 바다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느꼈습니다.
크게 보면 땅이 인간 개인, 하늘이 국가, 바다가 가족으로 정리 될 것 같네요.
왜 문스톤의 선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소리만으로 스핏파이어의 엔진 소리를 알 수 있고, 추락한 스핏파이어 조종사를 구출할 때 영화 내내 유일하게 큰 소리를 내며 화를 냈으며, 독일 슈투카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전 초기 사망한 아들이 허리케인 파일럿이었다는 것.
그걸 더함도 덜함도 없이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 조금 미안하지만 우리나라였음 좀 심한 심파가 되었을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덩케르크의 각 파트 화자들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듯 합니다.
저는 그래서 각 이야기의 밸런스가 좋았다고 생각해요.
흐음. 또 보고 싶네요. 용산 아맥에서.
감상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