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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게의 스코프 얘기 보고 생각나는 군대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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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2 00:49:17

펀게의 스코프 짤을 보고 생각나는 일화가 있어 끄적여봅니다.
저는 kctc (일명 전갈부대) 라는 곳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훈련을 나갈때마다 야간표적지시기, 스코프 등을 달고 나가서 열심히 한국군을 상대로 전투를 했는데요. 제가 처음 스코프를 달았을때의 얘기입니다.(일병 3개월쯤)
써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사제 스코프는 성능이 개 (!) 후집니다. 저희는 마일즈 장비를 사용했는데, 마일즈 영점 잡기도 엄청 힘들구요. 정말로 선임한테 군생활동안 먹은 욕을 다 합친것보다 더 많은 욕을 먹어가먄서 겨우 영점을 맞추고, 스코프가 작은 충격에도 흔들리기 때문에 거의 신주단지 모시듯 들고 훈련을 나갔더랬죠.
때는 3월초, 저희 부대는 인제에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강원도의 3월은 그냥 겨울입니다... 진짜 어마어마하게 추워요ㅠㅠ 호 안에 틀어박혀서 적이 언제오나 감시를 하다가 이러다 얼어죽겠다 싶어서 산 능선을 뛰어다니고 별 짓을 다했어요. 그렇게 혹한의 밤을 지새운 뒤에 적이 저희 분대가 있는 쪽으로 접근 중이라는 무전을 듣고 급하게 전투채비를 했습니다. 스코프를 든 저의 임무는 능선으로 접근하는 적들을 차단하는 것이었어요. 소수의 병력(한 개 분대)으로 거의 한개 중대를 막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기에(성공하면 분대전체에 포상이 주어지는 상황) 어느 정도의 흥분과 두려움 속에 적을 기다렸죠. 그리고 속으로는 '니들 (한국군) 많이 죽여서 휴가나가겠다!' 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저멀리 능선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오는 한국군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스코프로 상대를 저격하랴고 노리쇠에 눈을 가져다댄 순간....



얼음이 껴 있더라구요... 스코프에.....어쩐지 전날 눈보라가 엄청 부는가 싶더니만...... 저는 당황해서 스코프를 막 닦았고, 그랗게 스코프의 영점은 흐트러졌습니다^^ 아직도 가끔 저를 쳐다보던, 영점을 같이 맞추던 선임의 얼굴이 꿈에서 나와요. 결과는 뭐.. 제가 저격을 못하니 적들은 유유히 능선으로 올라왔고, 저희 분대는 그대로 전멸했습니다.
그날 훈련복귀 후 저는 얼어버린 스코프처럼 부동자세로 10시간 가까이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때문에 중대장에게 불려가서 조인트 까인 소대장, 부소대장은 무슨 죄였을까요ㅜㅜ

Ps. 부대에 떠도는 전설 중에 훈련장에 곰이 산다고 하더라구요. 이등병때부터 '무슨 x소리야' 라고 생각했는데, 저 날 엉성하게 절단되어있는 멧돼지 다리를 봒어요. 뭐였을까요...

이상 재미없는 주저리였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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