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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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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8 23:10:52

이번 주에 파이널이 끝나고 자체적으로 운영진이 휴가를 가졌습니다. 플레이오프가 4월 15일인가 시작을 했던 것 같은데, 거의 딱 두 달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었는데요, 파이널이 종료되고 처음 맞이하는 주말.

 

중요한 결혼식이 있어 서울에 가서 결혼식 참석도 하면서 그냥 오랜만에 서울에 갔는데 그냥 내려오긴 그래서 저렴한 호텔을 찾아서 미리 예약을 해두고 호텔에서 2박 3일 쉬고 내려왔습니다.

 

별 다른 것을 먹거나 좋은 관광지를 가보거나 한 것도 아니고, 아침은 삼각김밥과 바나나우유로 해결하고, 저녁엔 나가서 혼자 일본식 돈까스 먹으면서 생맥 한 잔을 기울이거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충전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가지 실수를 한 것이 있다면 노트북을 가져간 것이 아닐까 싶네요. 급한 일은 그래도 조금 볼 수 있어야겠지 하는 마음에 가져간 것이 결국 휴가를 휴가답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 됐습니다. 노트북이 없었다 하더라도 결국 휴대폰이 있다보니 PC방을 가거나 했겠죠. 이래나 저래나 완벽하게 매니아를 잊고 있을 수는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혼자서 아무것도 안하고 호텔방에 누워있는 것 자체가 편했습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여유인가 싶었습니다. 저녁에 친구를 만나러 나간 강남엔 세상에 예쁜 여자분들은 다 강남에 오는지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만 쳐다봐도 좋더라구요.

 

친구와의 만남은 언제나 좋습니다. 유부남이 된 친구도 많고, 아이의 아빠가 된 친구도 이젠 많아졌는데, 강남 언더아머에 술을 마시다가 구경을 갔습니다. 친구도 저도 농구 좋아하고, 아직까지도 실제로 뛰는데 대한 욕심도 있고, NBA이야기도 서로 일하면서 카톡으로 주고 받고 할 정도로 좋아하다보니 언더아머에서도 농구코너로 바로 직행을 해서 와 이거 커리 신발이구나 하면서 하나하나 구경을 했습니다.

 

언더아머 매장에 친구를 보는데 와 내 친구 진짜 아빠 다 됐구나 느낀 것이 저는 커리 신발이나 SC적혀있는 농구용품들 구경하는 사이에 같이 SC적힌 용품을 보는데 아기 용품을 보고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집에 있는 아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가 입고 싶은 것을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보니깐 멋지더라구요.

 

그러면서 또 저희 아버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도 우리 아버지도 저러셨겠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나는 나중에 아빠가 된다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우리 아버지가 해주셨던 것처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보다도 아빠라는 것은 과연 될 수 있을까...진지하게 더 고민을 했네요.

 

호텔에서의 마지막 밤을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누우니 이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과 어머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이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자기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또 결혼식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당당하게 식장에 입장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고 하면서 나도 가정을 꾸리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처음 생각해보게 됐던 휴가였습니다.

 

예전에는 결혼이라면 결혼을 내가 하고 싶은 것이긴 한지, 단순히 살아가면서 하나의 숙제를 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해야하지 않을까,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물론, 아직 만나는 사람도 없고, 만날 수 있는 루트나 그런 것도 없다보니 막연하긴 한데, 언젠가 저에게도 좋은 인연이 찾아올 수 있을까, 꼭 찾아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가졌네요.

 

다시 일상으로 복귀를 하는게 참 두렵네요.

 

2박 3일 동안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뭔가 혼자만의 시간은 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주고, 많은 생각을 해주는 그런 기회가 아닌가 싶네요.

 

한 시즌과 그리고 제일 빡센 두 달을 달려왔는데 2박 3일은 너무 짧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금요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놀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네요.

 

모두 또 한 주 열심히 달려나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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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6-18 23:13:20

항상 응원합니다!

2017-06-18 23:14:52

롯데 경기 고척돔에서 있었는데..

가셨으면,즐거운 휴가 망치실 뻔 했네요...

 

진짜 고생하셨는데,

잘 쉬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WR
2017-06-18 23:16:10

금요일 경기는 돈까스 먹으면서 보고, 토요일 경기는 호텔방에 누워서 좀 봤는데 진짜 보자마자 한숨 나오는 게임의 연속이더군요. 딱 금요일 노경은 표정이 제 표정이었습니다.

2017-06-18 23:24:38

저도 롯데를 94년부터 응원했는데 김시진-이종운-조원우씨는 저로하여금 야구에 대한애정을 없애 주네요.

2017-06-18 23:19:19

아스카님 롯데 팬이셨군요..

 

오늘 아는 롯데팬 형을 마구 놀렸는데...반성합니다

2017-06-18 23:23:12

철권7 아스카로 달리고 계십니까?

WR
2017-06-18 23:26:19

저는 철권은 리리로 합니다.

2017-06-18 23:24:45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2017-06-19 01:12:30

화이띠잉-

2017-06-19 10:01:40

 서울 오셨으면 연락 한 번 주시지 그러셨어요..

2017-06-19 10:51:11

 담백한 가운데 아스카님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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