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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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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16:16:30

개인적 편견이 가득한 글입니다.

 

1.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저는 개근상장 이외엔 상장이란 걸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성적은 물론이거니와 백일장/그리기/노래/악기/운동 어느 곳에서도 상장을 받아본 적이 없죠.

 

2. 국민학교 3학년때 가훈경진대회라는 것을 했었습니다. 2살 위 누나가 제출했다가 1등을 먹었던 우리집 가훈을 가지고 학교로 가 그것으로 상을 받아보고자 했죠. 이렇게가 아니면 전 죽어도 상장을 받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나름 필사적이었죠.

 

3. 그런데 가훈을 제출하던 날, 전 정말 소중하게 그것을  등교길에 들고 가다 어찌어찌 넘어져서 액자가 깨지고 가훈이 씌여진 종이도 찢어져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상황이었죠. 저는 깨진 액자와 종이를 어떻게서든 수습해보고자 했지만 손만 베이고, 학교에는 제출하려다 퇴짜맞고 집에서는 귀한 가훈과 액자를 부숴버렸다고 신나게 혼이 났습니다.

 

4. 이런 눈물겨운 상황 이후에도 전 한번도 상장을 받지 못했으니, 그런 쪽으로 제게는 전혀 복이 없다는 게 맞을 겁니다. 적어도 제게, 어른이 된다는 의미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최대한 쿨하게 인정하고 쓸데없는 열등감을 가슴 한 켠에 두고(열등감을 없애진 못하더라구요.) 내게 주어진 길에 최대한 충실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자세로 살고 있죠.

 

5. 그나마 성인이 되어서 서른이 가까웠을때 한번, 서른이 훌쩍 넘었을때 한번, 그렇게 두번 받은 상장이 있습니다.


 6. 대학시절, 헌혈까페에 올라왔던 사연이 생각납니다. 3살짜리 어린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서 골수이식까지 마쳤는데, 경과가 좋지 않아 성인 남자 20여명에서 뽑을 수 있는 혈소판이 필요하다는 사연이 올라왔었죠. 어찌보면 골수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미션이었죠. 현대 아산병원에서 저도 헌혈하고 그 아이가 건강해지길 바랬지만 제가 병원에 들른 후 일주일만에 그 아기는 하늘나라로 가버렸죠.

 

7. 요즘 몇년동안은 헌혈하는 곳을 지나칠 일 자체가 없어서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가슴 한 편에 빚을 지고 있는 느낌도 듭니다. 어찌되었던 제 인생 '개근상을 제외한 유일한 상장'의 무게감은 꽤 큽니다. 약간의 뿌듯함도 있지만 예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증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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