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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 힘든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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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23:13:50

오늘은 참 힘든 하루였습니다. 하루가 이렇게 길었나 싶다가도 이렇게 시간이 빠른가 이런 생각도 들어습니다.

 

뭔가 이제 좀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시점에 고개를 들고 보니 저녁 늦은 시간이 됐더라구요. 괜히 오늘 같은 날은 집에서 맥주 한 잔 이런 것 보다는 목구멍이 찌릿한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저녁 먹고 간단하게 한 잔 하자고 연락해볼 친구가 따로 없었습니다. 다들 가정이 있거나 일 때문에 각자 다 바쁘니 급하게 정해진 약속에 나와줄 수 있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전 아직까지 독립하지 않았고, 부모님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제가 저에 대한 것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이지만, 부모님과 함꼐 지내다보니 여전히 부모님께는 어린 아이같은 그런 존재겠지요. 그렇다보니 소주가 마시고 싶어도 집에서는 마시지 못합니다. 맥주는 뭔가 음료수 느낌으로 한 잔 딱 해도 부모님들께서 거부감을 드러내시진 않으시지만, 아버지나 제가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는 어머니 시선에 제가 소주를 사들고 들어가서 혼자 마시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은 정말 보기 싫은 그런 장면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하루를 보내고 바깥 바람을 좀 쐬러 나갔습니다. 오늘은 뭔가 한 잔 하고 싶다는 마음에 지갑에서 많이도 아니고 4천원 꺼내서 아파트 공원에 가서 친하지 않은 길고양이들 보고 이야기 걸면서 바깥 공기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4천원을 들고 뭘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집에 얼음이 따로 없으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서 마실까, 한 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봉구비어 가서 맥주 한 잔 하고 집에 들어갈까, 마트가서 캔맥주나 하나 사서 들어가볼까...

 

고민했는데 생각해보니 커피는 일하면서 따뜻한 카누 한 잔 마셨고, 오늘 같은 날은 봉구비어 한 잔으로는 너무 부족할 것 같고 그래서 마트로 갔습니다.

 

마트에 가서 4천원으로 뭘 살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서 괜히 탄산수가 마시고 싶어서 하나 사고, 500ml짜리 클라우드 맥주도 하나 샀습니다. 돈이 애매하게 천원이 남길래, 병 소주는 뭔가 부담스럽고 양도 많아서 작은 종이팩소주까지 하나를 샀습니다. 모두 4010원이었습니다.

 

 

10원이 모자라서 마트 포인트카드에서 결제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하나씩 마시는데 대단한 안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오늘 힘든 하루여서 그런지 평소보다 탄산수의 자몽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맥주의 청량감은 마치 38도의 온도에서 해수욕장 백사장에 앉아 방금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맥주 하나를 까서 마시는 것 마냥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사온 팩소주 하나를 마시는데 부산에서는 주로 c1좋은데이를 마시다가 참이슬을 마시니 괜히 아이유 노래를 들어야 할 것만 같고 막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몇 도지 하고 팩을 돌려가며 보는데, 참이슬 클래식이라고 적혀있고, 20도네요... 최근엔 순한 소주만 마셔왔는데, 공교롭게 무안주 깡소주 마시는데 이런 강력한 소주를 마시게 될 줄이야 급하게 생라면이라도 하나  뿌셔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떠셨나요. 평범한 월요일, 그저 그런 날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힘든 날도 있고, 기분 상하는 날도 있고, 또 좋은 날도 있거 그런 것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될 것 같고, 그 어느 때보다 소주는 씁쓸하네요. 부모님 눈 속이고 몰래 혼자 마시는 술이라 죄송하기도 하고 그런데, 오늘만은 그냥 저만 생각하고 싶은 그런 하루네요.

 

어쩌면 내일은 안주도 없이 술을 마셔서 속이 쓰리고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빅맥세트 하나 혹은  밀면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래고 있진 않을까 내일의 제 모습을 그려보게 되네요.

 

모두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되시길 혹은 좋은 하루셨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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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5-15 23:21:31

오늘은 파출리아 때문에 아스카님이 더 고생하신 것 같습니다. 힘 내세요!

2017-05-15 23:27:28

 항상 힘내시길 바랍니다...

2017-05-15 23:37:03

 힘이 들면 그대로 멈춰 눈물 흘려도 좋아

Updated at 2017-05-15 23:39:44

참 뭐랄까 글이 좋네요

4000원 가지고 이것저것 아기자기하게 장 보신것도 운치가 있구요

부모님 생각하셔서 집에서 소주 드시기 뭐하다는것도 공감이 많이 갑니다

안주 없이 드셔서 속 버리실까 걱정스럽네요

친분이 있고 가깝게 산다면 같이 한 잔 하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모쪼록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_^

2017-05-15 23:42:40

밀면... 시원... 참 투박한데 예쁘고 정갈한 맛들 사이에서 왠지 자꾸 기억이 나는 부산 맛들이에요. 힘내세요. 힘냅시다.

2017-05-15 23:44:56

힘내세요

Updated at 2017-05-15 23:49:19

 저도 비슷한 이유로 집에서 술을 일절 마시지 않지만

정말 힘들고 혼자 마셔야할땐 밤에 아파트 벤치가서 혼술 합니다.

아파트 단지가 외곽이라 갈 수 있는 술집도 없고

오늘 같은 시원한 날씨에 벤치에 앉아서 바람쐬면서 노래들으면서 혼자 소주 한병이나 맥주 한병마셔주면 기분이 좋아지죠.

4010 먼가 경쟁전 점수같았습니다(오버워치 중독이...............)

  

 

 머 이제 다 지난날 아니겠습니까

간만에 이 노래가 생각나서 공유해봅니다.

(사실 다른 노래가 떠올랐는데 노래가 기억이 안나는건 비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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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5-15 23:56:30

찾았습니다. 이 노래였는데 하하

혼술할때는 약간 이런 느낌의 노래들을 듣는걸 좋아해서

한번 올려봅니다.

2017-05-15 23:47:51

정말 너무나 좋은글이라고 생각되네요..아스카님의 나이를 알수는 없지만 제가 어리면어리고 나름 많다면많은데 참 가슴이 따듯하면서 푸근해지는 느낌의 글입니다..왠지모르게 힘이되면서 위로가되는 글이라서 댓글답니다.
좋은글 너무나 감사합니다

2017-05-15 23:52:00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2017-05-16 00:06:08

소소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오늘 응원하던 탐슨의 부진과 레너드의 부상..등으로 기분이 찝찝한 하루였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트와이스 신곡도 제 기대에 못미치는군요..

2017-05-16 00:42:44

위로가 되는 글이네요.

2017-05-16 01:06:06

오올 참이슬 빨간거~~~ 저도 지금 그거 찐하게 마시고 집에 왔습니다 같은 걸 먹었지만 팩소주를 보니 괜히 하나 더 마시고 싶어지네여

2017-05-16 03:24:43

수고하셨습니다. 

Updated at 2017-05-16 04:34:02

지금은 술을 멀리한지 4년차네요.
다들 그러겠지만 술보단 그 자리가 좋았습니다.
6년전엔 태어나 쭉 살던 고향을 떠나 혼자 2년을 살았는데...
일도 너무 힘들고 아는 사람 한명없어서 외롭고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쉬는날도 없다시피...
처음 몇달은 술 한모금 마시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살다...
맨정신으로는 정말 하루하루가 버티는게 힘들더군요.이런 삶이 끝나지않을거같았고 그게 더 힘들게 하더라구요.
그러다 문뜩 집에 가는길에 편의점에서 소주한병을 샀습니다. 안주 하나없이 종이컵에 따라먹던 소주의 맛
그동안 먹던 인상을 쓰게만드는 쓴 맛이 아니더라구요. 그것도 잠깐 몇모금 더 먹으니 못먹겠더라구요...
그래도 취기는 올라오고 그날밤은 힘들던 마음도 다 잊고 편하게 잤었죠... 다음날은 좀 속이 쓰려서 고생했지만 그 속쓰림도 그 당시의 힘든 심정을 잠시나마 잊게해주는거같아 좋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나중에는 항상 집에가는길에 소주만 한두병... 흔히 나발이라고하죠..
컵에 따라서 먹다보니 먹는게 힘들다보니 나중에는
딱 생수먹듯이.... 병나발원샷..빈병하나
또 원샷 빈병하나...그렇게 짧고 빠르게 먹고 노래하나 틀어놓고 누워서 잠들고 ... 다음날 취기가 풀리지않아 고생하고...
어휴 이런생활만 반복하다...
아..옛날생각나서 말이 길어졌네요.
암튼 지금은 술을 멀리하고 살고있지만 힘든날들이 쌓이고 해소가 안되면 소주가 너무나 먹고싶기도합니다.
다들 주무실시간
새벽시장인데요....글 줄이고 매입
마무리하고 가게오픈을 해야하기에.... 쓰다밀고튑니다.

2017-05-16 08:16:20

공감되는글이네요
저는 타지에 살아서 친한친구들이 모두 한국에 있는데 친구들과 술 한잔이 너무 그립네요
저도 오늘 사천원 정도 하는 3유로 50센트로
아이스아메리카노에 담배로 하루를 끝냈네요 :)
한국이건 외국이건 사천원이건 3유로건
조금 더 나을 내일을 기대하며 화이팅해요 !

2017-05-16 09:24:10

오 뒤에 아이맥인가요???

힘냅시다~~~ 

2017-05-16 11:12:17

 사직서가 목젖 넘게 올라왔지만 겨우겨우 집에 있는 와이프 생각하며 참은 하루 였습니다.

 하려는 것도 있고, 하기로 했는데 시작을 못하고 있는 못난 자신을 원망해보며

 아무도 결정해 주지 않는 나의 인생에 누군가 결정적 신호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그랬네요.

 병원다니는 중이라 술도 못먹고, 그냥 NBA 재방송이나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화이팅 까지는 못해도 의미 없는 미소도 지어보고 하자구요.

2017-05-16 12:37:04

옆에 계시다면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네요.

아스카님 힘내세요!!!

2017-05-16 15:43:40

운영진분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플옵에서 관심을 끄고 매냐에 가끔만 들어오는 저조차도 매냐가 상당히 과열되어 있음을 느끼는데 운영진분들을 어떨지 상상이 안됩니다. 조금은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더라도 아무도 비난할 유저들은 없으니 너무 힘들면 조금씩 쉬어가며 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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