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 힘든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참 힘든 하루였습니다. 하루가 이렇게 길었나 싶다가도 이렇게 시간이 빠른가 이런 생각도 들어습니다.
뭔가 이제 좀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시점에 고개를 들고 보니 저녁 늦은 시간이 됐더라구요. 괜히 오늘 같은 날은 집에서 맥주 한 잔 이런 것 보다는 목구멍이 찌릿한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저녁 먹고 간단하게 한 잔 하자고 연락해볼 친구가 따로 없었습니다. 다들 가정이 있거나 일 때문에 각자 다 바쁘니 급하게 정해진 약속에 나와줄 수 있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전 아직까지 독립하지 않았고, 부모님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제가 저에 대한 것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이지만, 부모님과 함꼐 지내다보니 여전히 부모님께는 어린 아이같은 그런 존재겠지요. 그렇다보니 소주가 마시고 싶어도 집에서는 마시지 못합니다. 맥주는 뭔가 음료수 느낌으로 한 잔 딱 해도 부모님들께서 거부감을 드러내시진 않으시지만, 아버지나 제가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는 어머니 시선에 제가 소주를 사들고 들어가서 혼자 마시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은 정말 보기 싫은 그런 장면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하루를 보내고 바깥 바람을 좀 쐬러 나갔습니다. 오늘은 뭔가 한 잔 하고 싶다는 마음에 지갑에서 많이도 아니고 4천원 꺼내서 아파트 공원에 가서 친하지 않은 길고양이들 보고 이야기 걸면서 바깥 공기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4천원을 들고 뭘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집에 얼음이 따로 없으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사서 마실까, 한 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봉구비어 가서 맥주 한 잔 하고 집에 들어갈까, 마트가서 캔맥주나 하나 사서 들어가볼까...
고민했는데 생각해보니 커피는 일하면서 따뜻한 카누 한 잔 마셨고, 오늘 같은 날은 봉구비어 한 잔으로는 너무 부족할 것 같고 그래서 마트로 갔습니다.
마트에 가서 4천원으로 뭘 살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서 괜히 탄산수가 마시고 싶어서 하나 사고, 500ml짜리 클라우드 맥주도 하나 샀습니다. 돈이 애매하게 천원이 남길래, 병 소주는 뭔가 부담스럽고 양도 많아서 작은 종이팩소주까지 하나를 샀습니다. 모두 4010원이었습니다.
10원이 모자라서 마트 포인트카드에서 결제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하나씩 마시는데 대단한 안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오늘 힘든 하루여서 그런지 평소보다 탄산수의 자몽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맥주의 청량감은 마치 38도의 온도에서 해수욕장 백사장에 앉아 방금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맥주 하나를 까서 마시는 것 마냥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리고 사온 팩소주 하나를 마시는데 부산에서는 주로 c1좋은데이를 마시다가 참이슬을 마시니 괜히 아이유 노래를 들어야 할 것만 같고 막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몇 도지 하고 팩을 돌려가며 보는데, 참이슬 클래식이라고 적혀있고, 20도네요... 최근엔 순한 소주만 마셔왔는데, 공교롭게 무안주 깡소주 마시는데 이런 강력한 소주를 마시게 될 줄이야 급하게 생라면이라도 하나 뿌셔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떠셨나요. 평범한 월요일, 그저 그런 날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힘든 날도 있고, 기분 상하는 날도 있고, 또 좋은 날도 있거 그런 것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될 것 같고, 그 어느 때보다 소주는 씁쓸하네요. 부모님 눈 속이고 몰래 혼자 마시는 술이라 죄송하기도 하고 그런데, 오늘만은 그냥 저만 생각하고 싶은 그런 하루네요.
어쩌면 내일은 안주도 없이 술을 마셔서 속이 쓰리고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빅맥세트 하나 혹은 밀면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래고 있진 않을까 내일의 제 모습을 그려보게 되네요.
모두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되시길 혹은 좋은 하루셨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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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출리아 때문에 아스카님이 더 고생하신 것 같습니다. 힘 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