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컵
"내가 오빠 좋아진 게 뭐 때문인지 알아?"
-아니.
"우리 두 번째 만났을 때."
-그 때?
"영화 보러 갔었잖아."
-응.
"그 때 우리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었거든.
난 나오면서 휴지통에 그걸 버렸는데 오빤 그걸 안버리는거야."
-그게 내가 좋아진 이유야?
"끝까지 들어보세요. 오빠가 갑자기 화장실에 10초만 갔다온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아메리카노컵을 휴지통에 버리더라고."
-응.
"나는 궁금해서 물어봤지. 왜 화장실 갔다와서 컵을 휴지통에 버리냐고? 그러자 오빠가 말하더라고.
컵 안에 얼음 녹은 물이 남아있어서 물 좀 화장실에 버리고 왔어요 라고."
-아.
"왜 남은 물을 버리세요? 라고 내가 물어보니까,
쓰레기 치울 때 컵 안에 물 들어있으면 치우는 사람이 얼마나 짜증나겠어요? 라고 말하는거야."
-생각나네. 맞어. 내가 그랬어.
"원래도 괜찮게 생각했었는데, 그 때 되게 좋아졌어. 이 사람 배려심 있네 라는 생각이 들었음.
-결국 내가 쓰레기를 잘 분리하는 남자라 좋았던거구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컵. 남은 물 버리기.
너한테는 어지간히 인상 깊었나보다.
행복했다.
"오빠는 다른 사람들 배려는 그렇게 하면서 정작 난 왜 그렇게 대해?
-아깐 네가 잘못한거니까.
"가끔씩 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보다 못하게 느껴질때도 있어. 이 사람한테 난 뭔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컵. 남은 물을 버리는 행동.
너한테는 참 인상 깊었나보다.
헤어졌다.
오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사먹었다.
오늘이라고 특정지으니 오랜만에 사먹은 느낌이지만 사실은 매일 사먹는다.
다 마신 후 남은 얼음을 배수구에 버리고 재활용 마대에 넣었다.
컵홀더는 종이니까 종이라고 적혀진 마대에.
컵과 뚜껑, 빨대는 플라스틱이라고 적혀진 마대에.
건물 경비아저씨가 지켜보시다가 말씀하셨다.
"사장님, 맨날 얼음 버리고 재활용 마대에 넣어줘서 고마워."
-네?
"그 컵에 물 있으면 치울 때 엄청 짜증나거든.
-아.
"볼 때마다 꼭 얼음을 버리고 넣어주더라고.
-아, 네. 습관이에요.
경비아저씨의 이 말에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아저씨는 나한테 반하면 안되는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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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사랑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