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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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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3-28 11:00:10

며칠 전에 이사를 왔습니다. 아파트로.

수압이 약해서 매일 매일이 괴롭습니다. 뻑.

어제는 가게를 쉬었습니다. 주방공사 하느라.
중간에 작업하시는 분들이 식사하시러 나가셨습니다. 배고프니까.

저도 문잠그고 서브웨이에 가서 스파이시이탈리안 풋롱, 빵은 파마산, 더블치즈, 토마토랑 오이 피클 빼고 올리브많이, 랜치소스 주문하여 결제 후 아파트로 고고.

엘리베이터앞에 어린이 있네요. 절 보더니 뜬금없이 질문.

이것도 배달돼요?
-아니요. 제가 먹을라고 사오는 길입니다만.
아~

단 2초 침묵

어으며응 가야돼요.
-저한테 한말입니까?
네.

어딜 가야 한다는지 잘 못들었기에.

-어딜 가야 한다고요?
영어학원이요. 월요일, 수요일은 집에 가서 가방 놓자마자 바로 나가야돼요.
-실례가 안된다면 몇 학년?
3학년이요.
-재미는 있나요? 영어학원?
어려워요. 별로예요.
-그럼 안다닌다고 말해보지. 엄마한테.
그럼 죽어요, 저. 낄낄낄.
-3학년이면 하고 싶은 것만 해도 될 나이니까 하고 싶은 걸 해요.
네?
-아니다. 근데 우리 올라갑시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뭐하는겁니까?
아 맞다. 낄낄낄.

7층을 누르더라고요. 전 누르지 않았어요.
누르지 않으니 열림 버튼을 누른채 질문

몇 층 사세요?
-내가 누르면 집에 가서 엄마한테 몇 층 아저씨가 학원 다니지 말래 라고 말할것 같아서 어린이 내리고 누를거예요.
그럼 기다렸다가 몇 층 가는지 보면 되죠? 낄낄낄.
-그럼 난 다른층도 같이 누르면 되죠. 호호호.
아 맞네~(큰 깨달음)

8,10,13,15를 누른 후

-샌드위치 하나 먹을래요?
네.
-그럼 여기 반 가져가.
감사합니다.

땡.

학원잘다녀오고 하기 싫음 관둬요.
-에이, 그럼 엄마한테 죽는다니까요, 낄낄.
잘가요, 또봐.
-안녕히 가세요.

나 13층이다, 임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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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3-28 11:13:17

팬입니다.
저 어릴때는 학원도 기껏해야 하나 다녔었는데.. 항상 놀이터, 골목길 아니면 운동장에 있었죠. 그리고 가끔 아파트 주위 숲(?)에서 청설모를 쫒거나 곤충 구경하며 보냈었는데.. 요즘 어린이들이 조금 안타깝게 느낍니다.

2017-03-28 11:30:23

항상 느끼는거지만 글을 참 잘 쓰시는거 같아요

흡입력 있어요

2017-03-28 12:20:51

 이게 뭐라고 집중해서 일게되지...

 

글솜씨가 있으십니다!!

2017-03-28 12:57:26

뛰어난 수필 한 편을 읽은 느낌입니다.

2017-03-28 13:03:31

재밌어요~~

똑똑한 어린이와 얍삽한 어른이네요 

1
2017-03-28 13:19:57

오늘은 그래도 평화로운 내용이네요

제목이랑 닉네임 보고 층간소음 진상 후기일 걸로 예상했는데

2017-03-28 13:44:13

하다가하는 글이네요

2017-03-28 15:03:13

아~ 고생 좀 허시겠네요. 변기

2017-03-29 15:59:21

 초딩에게 다나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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