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루 : 흔들림에 대해
오랜만에 괜찮은 일본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2006년작이라 보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못 보신 매니아분들께 추천을 드리고자 허접한 솜씨로 글을 시작해봅니다. 저는 일본영화를 참 좋아하지만 사실 일본영화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편입니다. 일본영화는 장면을 채워 넣기보다는 비워냄으로서 완성도를 더하기에, 조금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느끼시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겁니다. 소개드릴 '유레루(ゆれる)'라는 영화도 장면을 비워냄으로서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먼저, 주연을 맡은 오다기리 조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객관적 평가와는 별개로 조금은 과대평가 된듯하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배우가 참 표현을 잘 한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그걸 텅 빈 연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의 캐릭터인 다케루는 겉은 화려하지만 어딘가 속은 비어있는듯한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오다기리는 이를 어디를 향하는지 모를 초점없는 눈빛을 통해 탁월하게 표현해냅니다. 역시 평가받는 배우는 그 이유가 있구나 하고 다시 한번 반성했네요. 다음으론 역시 조연이지만 주연이나 다름없는 카가와 테루유키의 기가 막힌 연기력이 눈에 띕니다. 다수의 작품으로 이미 증명된 카가와의 연기력은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초반부에는 순박한 시골청년(물론 그 내면을 암시하는 장면도 보입니다만)의 모습을 보이다가 치에코의 죽음을 분기점으로, 마지막 희망이 꺾여버린 망가진 인간의 모습, 또 그 희망을 뺏어간 여지껏 쌓여왔던 동생을 향한 분노를 여과없이 생생히 보여줍니다. 뒤틀린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일본 제일일거라고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마지막으로 제목이 참 와닿습니다. 니시카와 미와라는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인데 '유레루'는 '흔들리다'라는 의미입니다. 다케루가 고향에 내려가면서 형도 치에코도 모두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흔들림의 절정에서 치에코는 죽게되고 형은 살인범이 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사실 모두가 처음부터 흔들리고 있었다고 보여집니다.그 흔들림을 더하는 바람이 되어준게 다케루일 따름인데, 다케루조차도 치에코의 죽음 이후 형의 재판과정에서 쉼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감독 혹은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건, 우리 모두 흔들리며 살고 있고, 그 흔들림속에서 균형을 잡으려 발버둥치는것이 우리네 삶이라는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매니아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괜찮은 영화 한 편 봤구만'하고 느끼셨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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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연기도 연기지만...개인적으로는 OST도 정말 좋았네요.
한동안 싸이 미니홈피 BGM으로...애용했습니다.
추가로 빨간배바지를 소화하는 오다기리 조와 아래의 대사는 정말 인상깊었지요.
"혀를 써라."
(저런 늬앙스의 대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