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배출 어떻게 하시나요
sns도 많이 하지 않고, 집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회사원에.. 저에게도 감정을 배출할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라고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와중에 생각나는 곳은 매니아 한곳 밖에 없더라구요.
올렸던 글이라곤 시덥잖은 잡설과, 주로 음악 얘기만 올리고
고급시계 매냐팟에선 '홍태' 아이디로 민폐 끼치는 것을 소소한 재미로 살던 와중에
급작스레 아버지가 췌장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1월 31일, 제 생일에 입원을 하셨었죠.
올해 초부터 장염증세를 보이셔서 동네병원 치료받다가 도저히 낫지를 않아서
큰병원에 입원하시고 암 판정을 받으신지 지금 두달이 다 되어 가는군요
가족의 입장으로써 첫 2,3주 동안은 퇴근후 병원을 매일 들르면서도
이 모든게 장난같고 꿈같은 일이겠거니, 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때만해도 아버지는 잘 걸으셨고 식사도 하시고 의식이 또렷하셨으니까요.
항암치료 받고 앞으로 나아지시겠지 물론 힘이야 드시겠지만 아직은 내곁에 계실 시간이 더 남았다, 라고만
믿고 싶었나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식물이 시들어가듯이 빠르게 시들어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해드릴수 없는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무능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암이 빠르게 전이되어서 복부엔 복수가 계속 차오르고 들어가는 약도 많아서 달고 계신 주사만
6,7개는 되는거 같았습니다.. 물론 상태가 너무 안좋으셔서 항암치료는 더더욱 받을수 없고
받는다해도 치료도중에 잘못될수도 있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의사가 우려하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이젠 더이상 걷지도 못하시고, 식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못하셨고
주사는 이제 더이상 꽂을데도 찾기가 힘듭니다..
얼마전엔 주사를 너무 오래꽂고 있어서 비정상적으로 퉁퉁 부은 오른팔을 붙잡고
불과 두달전까지만 해도 보았던 아빠의 모습을 찾을수가 없어 서러워서 울었습니다..
이젠 이 혹독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하나뿐인 자식으로서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에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것만 같습니다.
어젠 수의근(항문인것 같습니다)이 이완되어서 주사로 맞는 영양제도 그대로 다 나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얘길 들어보니 마지막 단계라고 하네요.. 정말 짧게 보아도 2달은 제곁에 계실줄 알았는데
너무 빨리 이별을 준비해야하나.. 싶더군요.
수의근이 운동을 멈추면 호흡근도 운동을 멈추는 과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아직은 너무 젊으십니다. 예순 셋 밖에 안되셨어요.
그냥 여느 평범한 대한민국 아버지 이십니다. 평생 직장생활 하셨고 아들에겐 무뚝뚝한 편이시고
집에선 TV 보는거 좋아하시고.. 병원에서 집에올때마다 '나 좀 집에 데려가라' 하실땐 마음이 여러번 무너지곤 했습니다.
제가 취업준비를 오래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에 올해초 생신이실때 겨울 잠바도 사드리고 맛있는것도 먹으러 갔었을때에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정작 사드린 겨울옷은 한시즌도 채 입지 못하실거 같네요.. 걸려있는 옷을 쳐다볼때마다 더 노력해서 빨리 잘해드릴수 있었을텐데 라는 자괴감에 빠집니다
뒤돌아보니 아버지와의 추억이 너무 없습니다..
받은것에 비해 드린게 너무 없어요.. 제 자신이 너무 쓰레기같고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오늘 일하다가 엄마한테 아빠가 1인실로 옮기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거 같다면서..
사실 전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요.
하지만 이런모습을 엄마앞에서 티를 낼수가 없네요. 저까지 무너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강한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힘이드네요..
글쓰기 |
글을 읽는데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정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