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과외제자이자 여자친구였던 너
내 첫 과외제자이자 여자친구였던 너에게, 이 첫 마디를 쓰는데도 몇번을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2013년 나는 너의 수학과외 선생님이었구, 너는 내 고1 과외학생이었다.
그리고 2014년 나는 너의 수학과외 선생님이자 남자친구가 되었고, 넌 여전히 내 고2 과외학생이자 여자친구가 되었지.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너가 18살, 내가 21살 이라는 사실이 사람들 심리를 불편하게 한건지.. 미성년자와 성인이 연애를 한다는게, 과외선생이 학생과 연애를 한다는게 응원을 받기엔 부족했던건지 주변 시선들 때문에 난 용기를 내지 못했어..
연애사실을 숨기는거에 서운함을 항상 말하는 너였지만 애써 모르는척..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겁쟁이처럼 숨어버렸지..
그리고 수학여행 안내문을 보여주며 ""오빠도 내 수학여행에 맞춰서 제주도 오면 안돼? 나랑 같이 저녁엔 데이트하자! "" 라는 말에, 때마침 학교 시험도 없었겠다 날짜가 딱 맞아서 비행기표를 예약했어..너무 설레서 아침에 비행기타는 순간 ""나 이제 비행기 타, 이따 보자 사랑해"" 라고만 보내놓고 핸드폰 전원을 껐고, 도착하고나서 핸드폰을 켜자마자 너에게서 온 답장은 ""나도 사랑해, 나 연락없으면 바로 다시 서울로 가야 해 알았지?"" 였다..
이상했다. 답장이 이상했어. 그리고 나서 공항 중앙에있는 TV앞에서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TV를 바라보는데 그때도 이상했다. 마음 한쪽에서 그 사람들의 표정이 날 불안하게 했어. 그리곤 나도 TV를 봤고 너가 탄 그 배가 아직도 바다 한가운데서 멈춰있다고, 너는 그 바닷속에 갇혀있다는 내용이었다. 손이 떨려서 발이 떨어지지않아서 그 자리에서 한시간을 멍때리고 있었어. 근데 그 한시간동안 뉴스에 나오는 소식은 변하지않더라. 여전히 구조중이다..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다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예약했지만 김포에 도착해서 너에게 가는길이 너무 멀더라.. 미안해 너무 늦게 가서.. 내 가족들에게 너와 연애한다고, 너가 정말 좋은 아이라서 배울 점이 많다고 자랑 한 번 제대로 못해서 미안해..지켜주겠다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해서, 교복입고 데이트하자는 말 한 번 들어주지 못해서, 대학 친구들 소개해달란 말에 어른되면 오라고 꿀밤때려서..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했는데 마냥 귀여운 어린애로만 봐서 미안해..
근데 나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 너 그렇게 보내고 열심히 정신없이 살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학교를 가면 중대학식먹어보는게 소원이었다고, 우리 씨씨처럼 보이게 예쁘게 입고왔다고 자랑하는 네 모습만 생각이나서..학교 조퇴맞고 몰래 우리학교 강의실에 들어와 간식 사오는 네 모습이 생각이 나서.. 결국 입대하고 제대하고 그러고도 너 생각이 나서 휴학하고..
그런데 00아, 아니 내 공주야. 아직도 나는 그 어떤 여자가 와도 너말고는 공주라고 부르기가 싫지만, 이제 학교로 돌아가려고. 그래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러면서 졸업하고, 그리고 너랑 약속했던 그곳에서 일하려고.
응원해주라. 너랑 약속한거 하나하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공주야 미안하고 미안하고 많이 좋아했어. 앞으로도 언제나 널 좋아할거야.
너가 항상 말했지. 열심히 공부해서 중대 입학해서 너랑 나랑 연애한다고 잔뜩 티내고 다닐거라고.. 지금은 네가 없어서 티를 못내지만.. 이렇게 여기에다가라도 예쁜 너의 이야기를 하면 너에게도 닿지않을까.. 하는 맘에 적어.
오빠 편지 못쓴다고 놀리는 네 모습이 선하다. 너가 맨날 나 글 못쓴다고 놀려서 편지를 썼다버리고 몇번을 반복했는지 몰라..!!
공주야, 나를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할만큼 사랑해줘서 고마워. 너와 한 약속 다 지키고 그러고 내 연이 끝나는날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 꼭 안아줄게. "
중앙대 대나무숲에 올라왔던 글이라 하네요.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의도로 올리는 것은 아니고, 글 쓰신분께 심정적으로나마 위로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혹여 조치가 있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경고 메시지 분류 선택이 조심스럽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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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편하게 게시글클릭했는데 상당히무거운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