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제가 쓴 건 아니고, 모 대학교 커뮤니티에서 본 내용입니다. 보다보니 엄마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2015.10.23. 오후 04:41:09
<분실물>
주머니에서 전화가 울렸다. 엄마다.
“아들, 잘 있어?”
“어, 엄마. 나 이제 방에 가려고, 왜”
“왜긴”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어? 갑자기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어?“
“엄마가 꼭 무슨 일 있어야 전화하니? 용돈은 있어?”
“어. 엄마 있어, 나 혹시 모자라면 전화할게 엄마”
“그래 우리 아들, 항상 엄마가 응원하는 거 알지?”
“응”
“그래 사랑해~”
“응”
“엄마 끊을까?, 많이 바쁜가 보네, 친구들이랑 과제 해?”
“응”
“알았어, 나중에 엄마가 또 전화할게, 아들도 엄마한테 전화 좀 하고 그래~”
“응, 알았어, 엄마 끊을게”
“아들, 사랑해”
“응"
작년 엄마가 갑작스럽게 떠나기 전 나눈 마지막 대화입니다.
그리고 오늘이 어머니 기일입니다.
일 년 전 대화인데도 아직 생생하네요. 지금도 후회하고 앞으로도 후회할 겁니다. 견디다 보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빈 공간은 전혀 채워지지 않네요. 자책으로 시작해서 원망까지 겪고 나니 남는 건 결국 한탄뿐입니다. 왜 그렇게 "엄마, 나도 사랑해"라는 말이, 낯간지럽고 힘들었을까요. 왜 엄마의 사랑은 당연하게 생각했을까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그녀가 내일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요.
엄마!
나는 잘 있어. 여전히 행색은 초라하지만 엄마 말대로 행동은 당당하게 잘 살고 있어. 엄마가 떠난 지 벌써 일 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 주말에 집에 가면 엄마가 라디오를 들으면서 설거지하고 있을 것 같아. 가끔 주말에 집에 가서 냉장고를 열면 엄마가 나 좋아한다고 담가줬던 자몽청이 아직 있어. 색깔도 변했고 이미 썩어버렸지만, 도저히 버리질 못하겠어. 나한테 남은 마지막 엄마 음식이거든. 혼자 정리하면서 버리려고 해봤는데. 그냥 놔뒀어.
이제 집에서 아무도 밥을 안 먹어서 사각 식탁도 필요가 없어졌어. 밖에 내놨어. 자리만 차지하거든. 밥상머리에서 핸드폰 만진다고, 편식한다고 등짝 때리던 엄마 손길이 어제 같은데.
면접에서 다 떨어지고 술 먹고 펑펑 울면서 집에 왔을 때. 괜찮다고, 속상해하지 말라고, 엄마는 너 직장 없어도 괜찮다고. 다독거려주던 엄마가 너무 생각나.
강해질 거라고. 더 이상 징징거리지 않겠다고. 엄마가 없어도 이젠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그게 엄마가 바라는 길이라고 믿었는데. 나는 여전히 칠칠맞은 큰아들인 거 같아. 아직도 혼자 있으면 눈물이 나. 다신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오늘따라 엄마가 너무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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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어머니께서는 하늘에서도
잘 계시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