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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서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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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3-21 02:08:11

오늘 저녁 때 있었던 일인데 말이죠.

 

손님이 한 분 들어오셨고, 음식을 달라고 하셨고, 물을 가져다 드렸고, 상도 다차려서 나갔는데.

음식이 나오려는 찰나에 그 분이 일어나셔서 말씀하셨어요.

 

"죄송해서 어쩌죠?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이미 음식은 다 조리가 끝나서 나오려는 참인데요.

"그럼 제 뒤에 오신 분 드리면 안될까요?"

-그 분은 다른 메뉴를 시키셨는데 어떡하죠?

"하... 그럼 죄송해서 어쩌죠?"

 

전 뭐 복잡할 것 있나 싶었어요

 

-죄송할게 뭐 있으세요. 그냥 계산하시고 나가시면 죄송할게 하나도 없어요.

 

일단 저희 가게 음식은 뜨거운 음식이라서 한 번 나오면 되돌리기가 몹시 힘들어요.

 

"하... 그래도 안먹었는데..."

-그럼 포장이라도 해드릴까요?

"하... 또 그럴 수는 없는 사정이 생겨서요. 죄송해서 어쩌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혀 죄송할 것 없으세요. 음식을 주문하셨고, 음식이 나왔고, 돈을 지불하시고.

그럼 그냥 끝나는 일이에요.

"그냥 다른 손님 좀 드리면 안돼요?"

 

이 때쯤 뒤에 계산하시려고 다른 손님이 오셔서.

 

-손님, 다른 손님께 시키지도 않으신 음식을 드릴 수는 없어요. 그리고 그걸 주방에 놔뒀다가

다시 끓여서 판다고 해도 이미 내용물이 퍼져서 맛이 없어지고요. 그냥 문제는 간단합니다.

음식값을 지불하시면 저도 고맙고, 손님도 죄송할것 없고. 그런겁니다.

"꼭 돈을 받으셔야겠어요? 먹지도 않았는데?"

-그럼 제가 돈을 받지 말아야한다는 말씀이세요?

"네, 손님이 사정이 생겨서 못먹는다는데 돈 받는건 좀 아니죠."

-일단 뒤에 계신 손님 계산 좀 해드리고요.

 

계산을 해드렸어요.

 

-정 못 주시겠다면 저도 무전취식으로 신고해야하지 않을까요?

"하... 진짜 너무하시네. 알겠어요, 자, 여기 카드."

 

그리고 계산을 해드리고

 

-감사합니다.

"그런식으로 야박하게 장사하지 말아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 x발"

 

그리고 떠나셨습니다.

 

제가 이번주부터는 손님께 절대 화내지말아야지 다짐을 했기 때문에.

그냥 가시라고 놔두긴 했는데.

이럴 때마다 진짜 회의감이 많이 듭니다.

제가 뭘 잘못했나도 모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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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3-20 20:47:15

 헐 제정신인 사람인가요?

2017-03-20 20:48:12

 몰상식한 사람이네요

몰상식한 사람때문에 상처받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화이팅입니다

2017-03-20 20:52:47

 진짜 계속 죄송한 답정너.

그래도 끝까지 답을 찾아드려서 다행이네요.

2017-03-20 20:54:59

 음.....왜 글만 보는 제가 다 열받죠?

2017-03-20 20:55:40

그래도 그분은 도망갈수도 있었을텐데 양해를 구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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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0 21:14:34

양해라고 볼 수 있나요...

도망가자니 양심에 찔리니까 그래도 매너있는 척 말하면서

결국은 돈내기 싫은 건데..

과정이 어찌됬든 결론만 보면 도둑놈 심보죠...

2017-03-20 23:27:52

도망갔으면 범죄죠... 그게 어떻게 양해를 구한건가요

2017-03-21 00:17:12

죄송합니다.

 

더 최악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으니 긍정적으로 보자 그런 방향으로 의견을 썼는데

이렇게 비수처럼 날카롭게 달려드시니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제가 왜 손놈의 편을 들겠습니까?

오해를 주었다면 다시한번 사죄드립니다. 

2017-03-20 23:38:21

양해가 이럴 때 쓰는 단어인가요 

2017-03-20 20:59:29

 매우 매우 기분 나쁘셨을텐데 참으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2017-03-20 21:00:59

허 무슨 아는사람 집에 음식대접 받으러온건가요.
기본적인 상식이 없는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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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0 21:04:20

인간실격님 글 읽을 때마다 느낍니다. 무서워서 자영업은 못하겠구나 라고.

또라이들이 저렇게 꾸준히 찾아오니 참 힘드시겠어요.

근데 저런 몰상식한 사람도 자기 가족, 친구, 직장에서는 멀쩡한 사람인 척 하고 다닐 거란거 생각하면 역겹습니다.

2017-03-20 21:24:41

저는 cctv와 음성녹음이 필수구나...하고 느낍니다...

2017-03-20 21:08:06

제정신인가요 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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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0 21:08:07

몰상식하네요.

이게 우리나라 갑질 문화입니다.

대기업만 갑질 합니까 어디

일반 시민들도 갑의 위치에 있으면 어떻게든 갑질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편의점 알바 대하는 것만 봐도 갑질하는게 눈에 보이죠.

회사에서 대기업에서 갑질한다고 불평할 것 없어요 그런 사람들은

자기 일상에서 갑질 투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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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1 00:47:14

동의합니다.
갑질이 없는 나라는 없지만
일상적으로 갑질이 너무 많아요.

저도 좀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글입니다.

2017-03-20 21:24:53

저도 저런적 있었는데.. 식사가 나와서 먹으려니까 급한 연락이 와서

어쩔수 없이 그냥 계산만 하고 나가려는데 뭔가 미안하더라구요. 포장해가기도 힘든 상황이었고..

내가 내 돈내고 사먹는거긴 하지만 그래도 만들어준거 먹지도 않고 나가는거니,

안먹고 그냥 가서 미안하다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2017-03-20 22:30:06

참 어이가없네요...
잘참으셨네요

2017-03-20 23:39:34

식재료와 인건비는 공짜로 나오냐 수박 씨 xxxx

2017-03-21 02:08:11

진짜 멍청하기 그지없는짓을.... 당당하게 돈안내고 가겠단 말도 못하고 앵무새마냥 "죄송해서 어쩌죠" 이말만 반복하고있고... 참 답없는 사람입니다. 고생하셨어요.

Updated at 2017-03-21 19:36:07

머리지끈지끈거리고 스트레스가 심하겠네요. 참으신게 잘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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