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서 어쩌죠
오늘 저녁 때 있었던 일인데 말이죠.
손님이 한 분 들어오셨고, 음식을 달라고 하셨고, 물을 가져다 드렸고, 상도 다차려서 나갔는데.
음식이 나오려는 찰나에 그 분이 일어나셔서 말씀하셨어요.
"죄송해서 어쩌죠?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이미 음식은 다 조리가 끝나서 나오려는 참인데요.
"그럼 제 뒤에 오신 분 드리면 안될까요?"
-그 분은 다른 메뉴를 시키셨는데 어떡하죠?
"하... 그럼 죄송해서 어쩌죠?"
전 뭐 복잡할 것 있나 싶었어요
-죄송할게 뭐 있으세요. 그냥 계산하시고 나가시면 죄송할게 하나도 없어요.
일단 저희 가게 음식은 뜨거운 음식이라서 한 번 나오면 되돌리기가 몹시 힘들어요.
"하... 그래도 안먹었는데..."
-그럼 포장이라도 해드릴까요?
"하... 또 그럴 수는 없는 사정이 생겨서요. 죄송해서 어쩌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혀 죄송할 것 없으세요. 음식을 주문하셨고, 음식이 나왔고, 돈을 지불하시고.
그럼 그냥 끝나는 일이에요.
"그냥 다른 손님 좀 드리면 안돼요?"
이 때쯤 뒤에 계산하시려고 다른 손님이 오셔서.
-손님, 다른 손님께 시키지도 않으신 음식을 드릴 수는 없어요. 그리고 그걸 주방에 놔뒀다가
다시 끓여서 판다고 해도 이미 내용물이 퍼져서 맛이 없어지고요. 그냥 문제는 간단합니다.
음식값을 지불하시면 저도 고맙고, 손님도 죄송할것 없고. 그런겁니다.
"꼭 돈을 받으셔야겠어요? 먹지도 않았는데?"
-그럼 제가 돈을 받지 말아야한다는 말씀이세요?
"네, 손님이 사정이 생겨서 못먹는다는데 돈 받는건 좀 아니죠."
-일단 뒤에 계신 손님 계산 좀 해드리고요.
계산을 해드렸어요.
-정 못 주시겠다면 저도 무전취식으로 신고해야하지 않을까요?
"하... 진짜 너무하시네. 알겠어요, 자, 여기 카드."
그리고 계산을 해드리고
-감사합니다.
"그런식으로 야박하게 장사하지 말아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 x발"
그리고 떠나셨습니다.
제가 이번주부터는 손님께 절대 화내지말아야지 다짐을 했기 때문에.
그냥 가시라고 놔두긴 했는데.
이럴 때마다 진짜 회의감이 많이 듭니다.
제가 뭘 잘못했나도 모르겠고요.
글쓰기 |
헐 제정신인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