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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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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3-17 02:02:38
모두가 솔직해지는 곳.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공간.
그곳은 바로 코스트코입니다.

이 영역만 밟으면 사람들은 솔직해집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노는 일이 없어요. 할 말도 재깍재깍 다하고요.
마음이 저걸 원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저기까지 가야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생각지도 못한 물품 코너에 다다르면?
마음은 몸을 믿고 자신이 저게 필요하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기 시작합니다.

늦오후에 도착했지만 점심을 못 먹어서 제일 먼저 푸드코트로 갔습니다.
핫도그 세트에 피자까지 두 접시+음료수를 혼자 들고 앉을 자리를 찾고 있는데
엄마와 있던 한 여자 꼬마애가 절 뚤어져라 쳐다보면서 지나갑니다.
"엄마 저 아저씨 저거 혼자 다 먹나 봐"
"야 조용히 말해..."

식사를 맛있게 마치고 본격적으로 장을 보기로 합니다.
냉동식품코너를 지나는데 어떤 할머니 말소리가 들립니다.
"야, 이거 좀 꺼내줘."
친구분한테 말하는 거려니 하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절 잡으시면서
"이거 좀 꺼내달라고."
사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었습니다.
검은색 패딩 조끼를 입고 있어서 절 직원으로 아셨나 본 지 겨울 부츠 코너를 지나가는데
어떤 아줌마분이 너무나 당당하게 "사이즈 2xx 좀 찾아주세요." 라고 부탁해서
쭈그려 앉은 채로 상자들 다 빼가면서 찾아드린 적이 있거든요.
근데 하필이면 오늘도 그 패딩 조끼를 입고 왔네요.
그냥 운명이거니 하고 꺼내드렸습니다.
사실 직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라도 들었음 좋았을텐데
둘 다 득템한 거에 정신이 팔려 닭가슴살 찬양을 하기 시작. 결국 그냥 제갈길 갔습니다.

과자 코너를 지나가는데 어떤 꼬마아이가 커다란 과자봉지를 든 채 혼자 돌아다닙니다.
엄마 찾고 있나? 했는데 알고 보니 엄마한테 숨는 거였어요.
시식대 아주머니를 등지고는 너무나 별일 아니라는 듯이 과자봉지를 뻥~ 하고 뜯어버리고는
과자봉지를 흔들면서 엄마한테 달려가는데 그 몸과 마음이 일치한 순간. 멋있습니다.
"너 이거 왜 뜯었어!!"하고는 애를 질질 끌고 사라지는 어머님. 로버트 켈리 부인 보는 줄 알았네요.

얼마 전부터 땅콩버터가 너무 먹고 싶었던 게 생각나서 찾아봤더니 바로 저기! 땅콩버터가 저 멀리 있네요.
근데 분명히 멀리서는 상당히 작아 보였는데 다가갈수록 커지는 땅콩버터 크기...
다가가서 보니 병 하나가 1.36kg인데 그걸로 모자라서 2개 묶음으로 파네요.
한 손으로도 못 집습니다, 이건.
샀다가는 삼시 세끼 땅콩버터만 먹어야 할 거 같아 포기하고 옆에 보이는 누텔라!를 집으려는 순간
어떤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남자애가 지나가면서 엄마한테 하는 말
"저거 암 유발한대."
"......"
안 샀습니다.

빵 코너를 지나는데 직원분이 생크림빵 시식 시작을 알립니다.
갑자기 전력질주하는 사람들.
어떤 효심 깊은 여성분, 그 월드워Z를 방불케하는 무리를 뚫고 들어가 양손에 빵을 get한 후에
부모님에게 이 커크랜드표 생크림이 듬뿍 발라진 갓 구워낸 따뜻한 빵을 어떻게든 맛 보여 드리겠다는
일념과 함께 온몸으로 카트들을 밀어내며 드디어 부모님에게 골인.
빵을 받으시며 어머니는 말씀하십니다.
"나 생크림 안 좋아하는데."

계산을 다 마치고 드디어 이 지옥을 벗어나려나 싶었는데!
마지막 출구에서까지 이곳은 절 놓아주지 않습니다.
하필 그 드넓은 출구 한가운데서 어떤 할머니께서 카트 짐을 빼서 하나하나 정리하고 계시네요.
옆으로 3미터만 이동해서 정리해도 사람들이 굳이 할머니 주위를 뺑 돌아서 나갈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에요.
하지만 지금 당장 짐 정리를 하고 싶으신 그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곧바로 실천하시는 그 모습.
몸과 마음이 따로 놀 수 없는 곳이 아니겠습니까.
할머니,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노려보고 수군거리고, 직원분이 와서 화내셔도 상처받지 마세요.
전 할머니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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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7-03-17 01:39:25

진짜 급식충보다 극혐들이 코스트코 양파충입니다.

양파에 머스터드 뿌려먹는게 그렇게 좋으면 집에서 사서 해먹지 왜 코스트코에서 그렇게 어그로를 끌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한국 코스트코와서 진짜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2017-03-17 01:54:14

먹으면 안될 이유라도 있나요?

2017-03-17 01:59:12

아마 그 양파를 다른 통에 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그런 사람들을 말하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2017-03-17 02:06:23

좀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첨가해서 먹으라고 잘라놓은 양파들을 정말 엄청난 양으로 퍼가는 사진이 유명했었죠. 근데 그런 분이 꽤 많다고 합니다. 

2017-03-17 02:12:33

먹으라고 있는건데 당연히 먹어도 되죠.

그런데 보통은 거기서 먹을정도 덜어가라고 둔건데 집에 챙겨가니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자면, 중국집에서 단무지 알아서 덜어먹으라고 통째로 내놓으니 다 들고 가는셈인거죠.
양파충보면 거지근성이 뭔지 제대로 알 수 있죠.
2
2017-03-17 03:00:37

안될 이유는 없지만, 사람이 살면서 암묵적으로 지키는 매너라는 것이 있잖아요?

캐나다에서도 그런이유때문에 다 없애고 양파 원하면 따로 캐쉬어에게 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럼 아주 조그마한 1회용 플라스틱통에 양파 넣어서 주죠.
모두들 뭐든지 적당히 적당히, 과한건 하지 맙시다.
WR
Updated at 2017-03-17 11:35:08

다행히 양파 드시러 오신 분은 한 분밖에 못 봤고,

대신 1회용 커피컵에 콜라 리필하시는 분은 한 분 봤네요.
Updated at 2017-03-17 02:32:16

저 가는 곳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신발 있는 곳은 항상 엉망인 거 같습니다.
신어 보고 아무렇게나 놓고 가고 말이죠.

옷 있는 곳도 그렇기는 하지만 직원분들이 수시로 정리해서 그나마 낫기는 합니다만.


한 바퀴 돌면 원래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데 있는 물품이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들었으면 될 수 있으면 원래 있던 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시식은 전쟁인데, 가족들 가져다줬을 때 안 먹는다 하면 맥이 탁.
사람 많고 제때 줘서 그런지 다른 마트보다 먹는 데 부담이 없더군요.
다른 마트 가면 이상하게 뭐 먹기가 좀 그래요.
제 성격 탓이겠지만요.


푸드 코트 가면 자리 잡기 힘들어서 피곤하고

(물건 계산하고 나와서 그런 건 알겠으나

통로 좁은데 식탁 근처에 카트 놓으신 분들도 생각을 달리하셨으면 어떨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 많은데 카트 중간에 안 세웠으면 하는데
세워놓고 물건 고르는 사람들 있고.
가면 진이 빠집니다.
다른 마트보다 배는 힘든 거 같아요.
(그래도 가는 나는).


양파 집에 가져가는 분들이야 꽤 봐서 그냥 그렇습니다.
푸드 코트 티슈 엄청 많이 뽑아가는 분들을 봐도 그냥 뭐.


식품 고를 때 제발 몇 개 빼서 더 가져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고르다 그런 상품 보면 참 할 말이 없더군요. 직접 빼가는 거 보기도 했고요.


땅콩버터는 저도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어떡게 해서든 먹어치우니 그냥 삽니다.
(저는 케첩이 더 힘들더군요).


누텔라가 암이라니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5&aid=0002676768
(이제야 알았습니다).

누텔라는 사랑인데.






WR
2017-03-17 11:37:36

개인적으로 쇼핑 좋아하는 편인데 마트는 정말 갈 때마다 스트레스라서 참 힘들어요.

이번에도 들어가자마자 길목 막는 어른 분 한 명 만나서 순간적으로 직감했습니다.
'아 오늘도 글렀구나...'
2017-03-17 02:29:56


WR
2017-03-17 11:38:34

딱 어제 집에 도착해서 제 모습이네요.

그리고 30분 후 키보드에 불이 나게 분노의 타이핑 시작...!!
Updated at 2017-03-17 02:33:06

그리고 하나 더, 일반 물품 놓는 곳과 푸드 코트 + 식품 파는 곳이 한 층에 같이 있는 곳은
물건 포장해서 가기가 불편하더군요.
보통 주차장에 포장 대를 설치해 놔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때 은근히 시간 걸리고요.

각각 다른 층에 있으면 계산하는 곳에 포장 대가 있어서 편한데 말이죠.
(주차장에도 있고요).
직원분에게 문의하니 자리가 좁아서 포장 대를 설치하기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WR
2017-03-17 14:16:11

아아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전 보통 그냥 코스트코 가방을 챙겨서 가요. 그냥 들기만 하면 돼서 편하더라구요.
3
2017-03-17 04:19:20

코스트코 양파충
이케아 연필충 은 유명하죠... 우리나라의ㅜ단상을 보여주는..

WR
2017-03-17 14:17:11

다행히 제가 갔을 땐 그리 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회용 커피컵으로 콜라 리필을 하던 사람이 한 명...
2017-03-17 07:42:48

냉동, 냉장식품 다른 상품 진열대에 아무렇지도 않게 놓고 그냥 가는 사람들 진짜 회원권 자격 박탈해야합니다.

WR
2017-03-17 14:17:54

맞아요. 일반 고객들도 불편한데 직원분들은 그 넓은 곳에서 일일히 찾으려면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요.

2017-03-17 08:47:19

전..코스트코 계산대가 제일 힘든거 같습니다....


계산대 코앞에 다가와서 뭐 덜샀니..더 샀니.... 그러면서 양보는 또 안해주시고...

질질질 ....... 
WR
1
2017-03-17 14:18:40

꼭 계산과 가족일행 기다리는 걸 동시에 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정말 들어가서부터 나갈 때까지 첩첩산중입니다.
2017-03-17 09:58:09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공간이라니 멋진 통찰력과 재밌는 글입니다.

WR
2017-03-17 14:19:13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3-17 10:00:28
한달에 한두번씩은 코스트코에 가는 것 같은데
댓글의 양파 가져가신다는 분들을 한번도 직접 본적이 없는데
진짜로 그렇게 들 가져가시나요?



Updated at 2017-03-17 10:11:45
포일에 담아 가는 분도 봤고 개인이 가져온 통에 담는 거 봤고요.
음료 컵(500원에 사는 거)에 담아 가는 분도 봤고요. 
대여섯 번은 본 거 같습니다.
WR
2017-03-17 14:19:56

기본적으로 양파 접시를 따로 준비해가시더라구요.

양파 산더미로 쌓아놓고 드시는데 저렇게 먹으면 맛있나...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2017-03-17 11:09:53

음식을 야외에서 먹으려고 포장해 나가시는 분들 중에서 양파를 일부 덜어서 가시는 분은 봤지만 대량으로 가져가시는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 보다는 다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양을 담아서 가시는 분들이 많죠.


WR
2017-03-17 14:20:51

누가 보면 양파도 안 나는 나란줄 알겠어요.

2017-03-17 11:10:07

작정하고 간 날과 할 일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간 날 계산 금액은 똑같은 마법의 쇼핑몰

WR
2017-03-17 14:21:52

분명히 별로 산 게 없는 거 같은데 계산대 가보면 예상액수에서 한 2배가 늘어나있어요 항상.

Updated at 2017-03-18 02:47:27

전 그래본적은 없지만,
양파거지, 콜라거지 욕하는데.
전 생각이 좀 다릅니다.

솔직히 직원들이 해줘야 할 서비스를
임금 아낄려고 그렇게 운영하는건데..
그정도 손해는 떼돈 벌어챙기는 대기업이 감수해도 되는거 아닌가요?

요즘 많아진
정신없는 푸드코트 배식시스템에
불편한 자판기 시스템이며
식판들고 줄서는거며

돈 버는 기계 시스템 만들어놓고..
거기에 우리더러 줄서서
돈내고 사가는 로봇처럼 만드는 상황이
전 훨씬 더 보기 안좋네요...

양파거지, 콜라거지는
우리 세금 축내는것도 아니고,
전 욕할 마음 없습니다.

솔직히 더 퍼갔으면 좋겠네요.
손해 날거같으면
잘난 대기업 시스템이
알아서 대책 마련할텐데
뭐하러 걱정해줘야 하는지.
이건 공공예절하곤 다른 문제라 생각해요.

점점 사람 일자리는 없어져가고
기계화. 시스템화에
돈 내는 사람이 적응해가는거
정말 짜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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