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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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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2 00:36:29
일기 형식으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평어체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gDWa0gToMk
ost 같이 들으면서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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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아침
서울로 이사 온지 얼마 안된 나에게 낙이 있다면 토요일 아침마다 일어나 조조를 보러 가는 것이다.

2000년에 개봉한 엑스맨 1은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나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시골에 살았기에 변변한 극장조차 없어 비디오 출시까지 손꼽아 기다리다가 비디오로 빌려보고 주먹을 꽉 쥐면 세개의 금속 칼날이 솟아오르던 상상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찍은 올해 울버린 그 자체 휴 잭맨이 마지막으로 연기하는 울버린을 보러 다녀왔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울버린이 아닌 로건이었다.
그래, 예고편을 보고도 알았고, 포스터를 보고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울버린은 없었다.

그곳에는 연약한 로건, 아들, 그리고 아버지가 있었다.

로건에게는 아버지가 있었다.

그 아버지의 젊은 시절은 분쟁의 조정자, 최고의 조언자,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는 자였지만, 지금은 걸어다니는, 아니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폭탄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중한 아버지다. 로건은 그를 너무 사랑한다.

그리고 말안듣는 딸래미가 있다.

이 딸래미는 심심하면 사람을 쑤셔대고, 말도 안듣고, 말도 안한다. 행동도 지멋대로라서 맘에 드는건 꼭 가져야 한다. 이 점은 애비를 꼭 빼닮았다.

이제 이들은 떠난다. 에덴으로.
즐거운 로드무비는 아니다.
한명은 존재도 불분명한 환상향을 믿고, 한명은 억지로, 그나마 한명은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는 듯 싶다.

그리고 떠나가던 길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꿈꾸던 완벽한 이상향을 본다.
'로건, 이런 게 인생이라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집, 안전한 곳... 자네도 잠시만 느껴보게나'

하지만 그것은 위태로운 이상향이다.
로건은 자신이 몰고 다니는 재앙의 씨앗에 두려워 떨지만 아버지의 말에 순종한다.
그래, 분명히 그도 좋았을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억지로 떠났겠지
저것봐 딸래미도 저렇게 순수하게 웃잖아...

하지만 로건의 불안은(그리고 관객의 불안은)현실이 되어 이상향을 파괴하고야 만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젊은날의 대칭이다.
'로건, 오늘 저녁은 근래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네... (잠시 침묵하다 흐느끼며) 사실 난 그런 걸 누릴 자격도 없는 사람인데...'


아버지를 잃은 로건, 그는 말 잘듣는 아들은 아니었지만 아버지를 사랑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이제 로건은 그가 살 가장 큰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이만하면... 호수도 있고... 호수도 있고...'

하지만 딸래미가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 난 아직 책임져야 할게 남았지, 젠장
그래 너의 뜻을 따라 환상의 나라로 가보자. 한번 가보자고. 근데 몸이 너무 안좋아...



딸은 아버지에게 특별한 의미일까. 나는 아직 아버지가 되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의 딸은 강해, 무면허 운전도 너끈히 해낸다구, 결국 에덴을 믿지 않던 당신이 잠든 사이에 믿음의 딸래미는 에덴에 오고야 말았어.
당신을 데리고 말이야.
그리고 정이 들었어. 아버지만 바라보던 아들이 아버지가 되어간다.
로건: 너도 악몽을 꾸니?
로라: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들이 절 해쳐요.
로건: 내 꿈은 좀 달라.
나는 내가 사람을 해쳐(I hurt people).


하지만 나는 두려워, 왜냐면 나에게 소중한 것들은 다 잃게 되었거든. 그래서 너는 나를 가까이 하지 않는게 좋아.

아침이 되어 딸은 떠나갔다. 친구들하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친구들이었는데, 잘된거야.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 당연하지 딸이 떠나갔잖아..
오 이런, 나는 나의 인생을 조용히 맞으려 했지만 내 젊은날의 그림자가 가만히 놔두질 않는구나.
내 딸을 위해서, 나의 옛 동료들을 위해서 가야해, 싸워야해,.
하지만 나의 젊은날의 그림자는 강해. 그래 나는 내 죽을자리를 이제 알아...



아빠(Daddy)...
놈들의 뜻대로 살지 마(Don't be what they made to).

죽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라는 걸까.
아버지가 된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라는 걸까.
그래 둘 다인거야. 알아.


로건. 휴 잭맨.
당신은 내 짧은 인생에 큰 선물을 해주는군요.


영화가 끝나고 나는 자리를 뜰 수가 없었어요.
쿠키영상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있지도 않았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거든요.
지금껏 당신의 쌈마이 영화들은 상관없어요.
이 영화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그 동안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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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7-03-12 01:09:20

쟈니 캐시 hurt라는 노래는 에디 게레로 추모곡으로 첨 접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사용됐군요.

맨중의 맨 휴잭맨과 울버린의 슬프지만 멋진 작별에 딱 적합한 노래 같습니다.
영화평이 좋던데 저도 한 번 봐야겠네요.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7-03-12 07:54:04

원곡은 Nine Inch Nails의 Hurt..

원곡 역시 명곡이고....쟈니 캐시옹이 본인 스타일로 커버 제대로 하셨죠.
또 다른 로건 트레일러 삽입곡 Kaleo의 Way Down We Go 도 한번 들어보세요.
유럽 뿐 아니라 북미에서도 꽤 알려진 곡인데 전 이번 로건 트레일러 통해 알게 됐어요.
요즘 자주 듣는 곡 중의 하나 입니다.
참...로건 영화 역시 강추합니다. 
2017-03-12 01:56:37

여태 나온 울버린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무거우면서 진지한 분위기를 내는 듯하네요.

2017-03-12 05:20:21

로건이 찰스보다 나이가 훨씬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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