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던 앨범 (1) 장혜진 3집 bEfoRe tHe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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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7 17:30:19
1. 음악을 향유하는 방식이 이제는 음반에서 음원으로 바뀐지 10년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음원사이트에 올라와있는 노래들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 참 치열하다...라는 생각만이 들 뿐, 이 음악들을 다 들어볼 엄두가 나지 않네요.
2. 그러다보니, '앨범'이 가진 힘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서태지나 신해철같은 거물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티스트나 프로듀서가 자신의 독특한 컨셉을 담아 만든 노래의 모음들이죠. 앨범의 힘은 타이틀 곡이나 소위 '뜬' 노래들만이 아닌 노래와 노래가 이어져 시너지를 일으키는 그 지점이 아닐까 싶네요. 앨범의 여러 노래들이 기-승-전-결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완벽함과 충만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은 앨범만이 줄 수 있는 감동입니다.
3. 이런 기준에서 보았을 때 장혜진의 [bEfoRe tHe pARtY]앨범은 충분히 좋은 앨범의 덕목을 두루두루 갖춘 앨범입니다. 김현철이 전체 프로듀싱을 책임지고, 김동률, 손무현, 정재윤, 유정연, 박창학같이 크레딧을 채운 이름 면면이 화려합니다. 물론 그런 화려함을 제대로 조율해서 멋진 앨범을 만들어낸 김현철의 공이 제일 크다고 볼 수 있죠.
4. 앨범 자체가 하나의 콘서트같은 느낌을 줍니다. 가볍게 시작되는 'Before the Party'에서 90년대 최고 디바의 위엄을 보여주는 '내게로'(가사를 참 잘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현철의 감성을 최고조로 뽑아낸 '우(雨)', '귀여운 남자'의 경쾌함에서 이 앨범의 백미인 '1994년 어느 늦은 밤'까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어선 노래이지만 결코 낡은 느낌이 없이 장혜진이라는 걸출한 보컬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뽑아냅니다.
5. 앨범의 모든 곡들을 다 듣고 나면, 하나의 콘서트에서 희노애락을 쏟아낸 아티스트가 무대 뒷편으로 천천히 돌아서는 느낌이 듭니다. 그 느낌을 20년이 넘게 잊지 못하는 팬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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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늘어지게 들었던 앨범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