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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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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21:18:26

한 두 달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 요새 얼굴에 화가 가득하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게 보여.'


남들의 눈에 보일정도로 제 모습이 그렇다는 것에 대해 좀 충격을 먹었습니다. 나름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즐겁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그 말을 듣고 참 많은 걸 생각하게 되더군요.



너무 오래 전 일입니다만...

철없던 사춘기 시절...사실 그닥 사춘기라는 것도 없을 정도로 평범한 학생이었는데...그래도 남몰래 부러워했던 게 잘생긴 친구들의 인기였던 것 같습니다. 여고 3개가 주변에 있었던 남고를 다녔는데, 버스타고 등교할 때 마다 여학생들에게 편지를 잔뜩 받아오던 잘생긴 친구가 2명 있었죠. 그 중 한명은 공부도 잘해서...참 유독 부러웠었습니다.

딱히 뛰어난 외모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었지만, 숨길 수 없던 내재된 열등감이 왕왕 표출되었던 거죠.

처음 대학을 입학해서 서울에 올라와서 여자 동기들과도 친분을 쌓게 되고 어떻게든 꿈같은 캠퍼스에서의 연애도 해보고 싶었는데, 뜻대로 잘 안되더군요. 스스로를 잘 꾸밀 줄 몰랐고, 머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거 빼곤 아는 게 없던 철부지가 무슨 연애를 제대로 했겠습니까? 게다가 내면에 내재되어 있던 열등감도 짙었기에 그런 사람이 뭔가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였을 리 만무했겠죠.

그러다 군대를 다녀와서 조금이나마 스스로의 삶에 대해 관리하고 내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래서인지 복학하고 나선 신기한 일이 벌어지더군요. 나보고 잘생겼다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도 생기고, 그런 게 좋아 처음에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연애를 했었죠. 그러다보니 어쩌면 약간의 건방진 마음이 생겨서 주변의 칭찬에 으쓱해 했던 거죠. 하지만 그러한 칭찬에 으쓱하면서 가졌던 자만심은 결코 사춘기의 열등감과 다르지 않더군요.

내가 열등감이 짙었던 시기에 받고 싶었던 대우를 받으면서 그 때의 컴플렉스를 지우려고 했던 것이니까요. 이 때까지의 마음가짐도 결코 사춘기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더 나이가 들어 느낀 것이 더 이상 상대방의 시선과 평가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건 내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든 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이 평가하는 나의 모습보다는 내 자신에게 집중하며 내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삶을 살자 다짐하게 되었죠. 더 이상 주변의 칭찬이나 혹은 인색한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다보니 남들과의 비교로 내 자신을 깎아 내리지 않으면서도 남들의 칭찬에도 우쭐하는 성향이 많이 없어지게 되었고, 힘든 일이 있어도 내 자신을 깎아 내리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더 열심히 즐겁게 살아보자...한번 사는 인생 뭐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거 있냐는 마음으로 살게 되더군요.

그렇게 살다보니 사춘기 때 잘생긴 친구들을 부러워 하던 그 열등감은 이제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자기 얼굴에 대해 책임져야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남들의 칭찬보다는 누군가와 즐겁게 대화하고 소통하며 행복을 나누는 게 더 즐거운 일이 되었습니다. 내 얼굴에 대해 책임져야할 나이가 되었다는 건....내가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드러나 상대방에게도 그 모습이 보일 나이가 되었다는 것 같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할 수 있다면 나의 인생도 충분히 괜찮은 인생이라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일들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든든함을 갖출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최근들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남들의 눈에 화가 많은 제 모습이 비춰어 졌다는 게 그래서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크게 반성을 하고 돌아보게 되네요.

30살이 넘고 넘어 더 나이가 들면...잘생긴거...이쁜 거...이런 거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얼굴에서 풍기는 그 사람의 기운이 더 중요하며 얼굴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다고들 많이 이야기 합니다. 앞으로도....나의 얼굴로 나의 인생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도 그걸 긍정적으로 이겨낼 수 있게끔 마음 수양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소박하지만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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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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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21:33:05

저도 말씀하신 소박한 삶으로 (함께...) 가고 싶습니다 

좋은 글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친구중에 가정형편이 힘들고 공부도 잘하지 못하지만 밝은 녀석이 있었어요

그 녀석 생각나네요


도대체 어떻게 배운 건지 주위 사람들을 챙겨주더군요

저는 정말로 부러웠던거 같습니다. 저는 대가족으로 자랐고 다들 잘해주셔서 받기만 해봤지 그렇게 챙겨주는 걸 몰랐어요

뭘 선물 주는게 아니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달라서 선생님들도 참 이뻐하고요


저도 보고 해봤는데 이게 흉내낸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어렸지만 마음속에 심술만 남아 괜히 화풀이해볼려고 해도 어떻게 알았는지 받아주지도 않아요 (그때 엄청 어렸는데 어렴풋하게 인생을 느낀거 같습니다. 어느 삶이 빛의 길인지요)


확실히 표정이 살아있었어요.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감정표현이 좀 확실해서 불필요한 오해없이 편하게 대할수 있었고요.


노력해서 함께 그 길로 나아갑시다!

WR
2017-03-06 21:35:02

본인이 행복하시면 그게 곧 주변 분들의 행복으로 전이될 거라 믿습니다^^ 소박하더라도 넉넉하게 행복하게 살아보자구요

WR
1
2017-03-06 21:48:01

말씀해주신 부분 중에

'

잘난사람이고 잘생기고, 인생 순탄하게 살았을수록 당연히 얼굴에 화색이 돋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스트레스받고 그 시대의 미적 기준에서 못생겼으면 무시도 당하고 힘들게 살았을 가능성이 높죠..



이 부분 물론 평균적으로는 맞는 말씀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별로인 외모임에도 자기 스스로의 인생을 사랑하고 선한 기운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들도 꽤 많이 봤어요. 한 번 사는 자기 인생 스스로에 대해서 좀 더 아껴주면서 사는 것이 좋은 길 같습니다^^


너무 참지만 마시고 따져야할 땐 흥분하지 말고 조곤조곤 따지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1
2017-03-06 22:12:29

정말 어른의 글이네요. 감사해요.

1
Updated at 2017-03-06 22:27:30

티비를 보다보면 많은 관중들이 모인곳에는 다 똑같은 머리, 검은 뿔테안경. 모두가 어쩜 그리 닮았는지 다들 형제같은 사람들.. 많이 보게 됩니다.

또 한편, 시내 한복판을 가면 5:5 가르마 공유,변요환 머리에 흰셔츠, 검은 슬랙스를 매치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구요.

남을 의식하는건 똑같지만, 전자는 최소한의 유행을 따르며 그럭저럭의 노력을 하는것이지만 후자는 좀 더 나아보이기 위해 노력하죠 여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겠지만 어찌됐던..
모두 비슷한 한국남자 평균얼굴을 가졌어도 후자의 경우가 더 대우 받더라구요.
열등감도 전자보다 덜하며..

외모의 열등감을 떨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양산형 스타일의 유행을 따라가기 보다는 흔하지않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스타일을 표하는것이 아닐까요?

WR
2017-03-06 22:31:24

자신만의 외적인 스타일도 분명 자기 자신의 자존감을 표현하는 좋은 하나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내면이 튼실하지 않고 외적인 거에만 몰두한다면 그러한 스타일도 공허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기 삶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마음가짐...남들에게도 선하고 좋은 기운을 풍길 수 있는 에너지...저도 이런 점이 부족하고 노력 중인데 그런 분들을 진정으로 대우고 싶습니다.

1
2017-03-06 22:39:48

맞습니다 선하고 긍정적인 내면이 비로소 외면으로도 발산이 되죠.
다만 외모에 대해 열등감을 갖는 분들이라면, 먼저 외면부터 집중을 하셔서 자신감을 되돌리고 그 후 안정된 마음으로 내면을 위해 노력해야겠죠
보통 여유가 있는 분들이 남들에게도 선한 에너지가 나오더라구요.. 여유와 느긋한 마음을 갖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뭔가 충청도 사는 유쾌한 아재같은 느낌으로 말이쥬~

WR
2017-03-06 22:41:08

외적인 컴플렉스가 심하다면 운동이나 스타일 변화를 꽤하는게 큰 도움이 되죠. 저도 그 점은 깊이 공감합니다^^

1
2017-03-06 22:53:33

나를 가장 잘알고 가장 잘이해해줄사람은 부랄친구도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불스20년님 멋진분이라고 더 자신감갖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싶네요 ^^
고수들은 감정의변화를 얼굴로 표현하지 않는 멋진 방법을 알고있더라구요

마치 거위가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물위에선 유유자적해 보이듯말이죠

내자신의 감정을 타인이 캐취할정도로 들어내는건 내카드를 오픈하고 포커를 치는거라고 하더라구요 인생에서도 포커페이스는 중요한것같아요

휴일에 혼자 여행을 다녀오시는것도 감정정리및 스트레스 해소에 꽤 도움되더라구요

WR
1
2017-03-06 22:55:08

아이고 멋진 말씀 감사드립니다. 꼭 뇌속에 새겨놓을게요. 다행히 그 말을 해준게 친한 동료라...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힘든 스트레스도 긍정의 힘으로 눌러 버리려구요^^ 조언 정말 감사드려요^^

2017-03-06 23:41:38

정말 공감갑니다. 저 또한 10대-20대 초중반 - 20대 후반으로 가면서 같은 과정을 겪었습니다. 갈수록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남들과의 조화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요새 어른이라는게 참 버겁다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게 얼굴에 불현듯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빠른 결정을 하고 생각을 지우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를 위해서 그게 더 편안하더군요.
1
2017-03-07 00:23:21

멋진 말씀입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외면보다 내면을 가꿔야함을 절실히 느꼈고, 그 때 제가 가장 첫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책임감이었습니다

가족, 타인, 일, 나의 행동, 내가 행한 권리 등등 모든 것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려고 늘 다짐합니다
그것이 내 외모, 보여지는 것 따위보다 훨씬 더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야하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형제님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긍정적이고 밝은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WR
2017-03-07 22:39:33

감사합니다. 이제 결혼을 앞두시다 보니 더 큰 책임감을 느끼시고 그것을 실천하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존경스럽네요. 저도 그렇게 노력해서 형제님처럼 조만간 품절남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
2017-03-07 00:41:32
- 그러다 더 나이가 들어 느낀 것이 더 이상 상대방의 시선과 평가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건 내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든 다는 것이었습니다.  - 
이거 깨닫는데 정말 오래걸렸네요. 생활에 완전히 베어들진 않았지만, 실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WR
2017-03-07 22:40:03

네..완벽히 실천하기란 참 어렵겠죠. 인지하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하십니다^^

1
2017-03-07 22:50:49

우어 너무 좋은 글이라..막 친구들에게도 소개해주고 싶은 글입니다. 우선 스크랩을 해놓겠습니다:)
사실 살면서 잘생겼다는 말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예전에도 그렇고 요즘에도 가끔 "참 얼굴
인상이 좋다"라는 말은 듣습니다. 이 말이 요즘은 참 듣기 좋더라구요. 물론 그런 소릴 들어도
솔로이긴 합니다만 .. 그래도 불스20년님이 말씀하신대로 정말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가 되었나..생각이 들어 행동이나 언행을 좀 더 조심하려고 합니다.

- 그러다 더 나이가 들어 느낀 것이 더 이상 상대방의 시선과 평가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건 내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

그리고 이 말이 너무 와닿네요. 30대 중반인 지금도 저는 저 상대방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것
같습니다. 저 사람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저 사람은 어떻게 볼까..이걸 의식하느라 가끔은 할말도 못하고..
저기에 의식하느라 오히려 놓치는것도 있고... 어렵네요


WR
2017-03-07 22:56:13

저도 그래요^^ 말로만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부족한게 많습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은 하는데...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잘 알고 노력하고자 한다면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요?


백곰푸우님의 인상이 참 좋다는 주변의 평만 들어봐도 이미 충분히 잘 하고 계신거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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