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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벌거벗기는 곡들 - Feat. Love Actu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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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3-06 12:29:42

음악은 기억을 자극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MLeRX3-ZzY
왠지 모르지만 위 음악은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WbqJv-GlDo
반대로 위 음악은 아직도 들으면 신이 납니다. 어깨춤이 절로 나요.


하지만 위 두 음악과 같이 매우 특정한 감정을 일깨우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솔티드 카라멜, 칠리 초콜릿처럼 한 스펙트럼의 여럿 파장을 동시에 아우르는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음악도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ZyD7h9WRZM
Glasgow Love Theme by Craig Armstrong


첫 번째 음악입니다.
마크 (앤드류 링컨) 는 절친인 피터 (치웨텔 에지오포) 와 결혼을 하게되는 줄리엣(키이라 나이틀리) 과 사랑에 빠져있습니다.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결혼식 당일까지 마크는 줄리엣을 차갑게 대합니다. 얼마나 철벽남처럼 굴었으면 게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까지 하죠. 하지만 사실 마크는 식 내내 카메라로 줄리엣의 모습을 비디오로 담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속일지언정 자신만은 속일 수 없었던거죠.
후에 줄리엣은 마크와의 이런 '냉냉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바노피 파이(바나나 + 토피) 를 사들고 그의 집에 방문합니다. 이런저런 실랑이를 벌이다 그들은 결혼식 비디오를 함께 보게 되는데...
https://youtu.be/XZ_3Ud19CaQ?t=1m16s
결혼식 비디오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이 음악은 제게
'마비된 채 벌거벗은 자'의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도망칠수도 숨길수도 없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거죠.  

https://www.youtube.com/watch?v=9MYymvyC81c
Here With Me by Dido

두 번째 음악입니다.
숨겨왔던 진실이 들통난 마크는 집에서 도망쳐 나와 하염없이 걷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진실이 다 그렇듯
어딜 가도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I didn't hear you leave도
너가 떠나는 소리는 듣지도 못했어.
I wonder how am I still here
내가 어쩌다 아직까지도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말야.
And I don't want to move a thing
전부 다 제 자리에 그대로 놔둘거야.
It might change my memory
안그럼 기억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Oh I am what I am
난 나일수밖에 없어.
I'll do what I want
내가 원하는걸 하고 말거야.

이별을 노래하는 디도의 Here With Me의 노래는
저 장면과 맞물려 저에게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와 같은 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 전엔 벌거벗고 있어도 괜찮았는데 이젠 괜찮지 않습니다. 
내가 외면했던 진실은 내 전신을 뒤덮고 있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B7u6bMBlCXw?t=10s
고요한 밤 (Original Composition by Franz Xaver Gruber).
결국 마크는 줄리엣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번뿐인 키스.

"충분해, 이거면 됐어." (Enough, enough now)
그렇게 마크는 떠나갑니다.

벌거벗은 아이와 같은 마음이라면 이런 마음일까요.
다 벗어던지고 내보였지만 부끄러워 할 것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DVD로 접한 이 영화를 통해 이성에 대한 깊은 사랑을 처음 간접경험 해봤고 
그 후에도 벌거벗고 나로 돌아가고 싶을 때마다 진부하지만 따뜻한 이 영화를 종종 보곤 합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전부인, 그리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하는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우연히 이 음악들을 들으며 오랜만에 내가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혹시 이런 음악들이 있으시다면 함께 나눠주세요. 궁금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p.s. 얼마 전 3월 25일 레드 노즈 데이에 이 작품의 후속편이 BBC를 통해 방영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괜히 속시원한 결론을 내기 위해 전작의 섬세함이 망가지는게 아닐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챙겨볼 예정입니다. 티비 방영 후 온라인으도 공개된다고 하니 시청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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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17-03-06 13:50:10

https://www.youtube.com/watch?v=13EifDb4GYs

말씀하신 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라 좀 생뚱맞을 수도 있지만,
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제 몸이 자그마한 세포만 보일 때까지 하나하나 벗겨지면서
태고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나 자신 그너머로 돌아가는, 마치 삶 또는 생명 그 자체의 뿌리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요.

https://www.youtube.com/watch?v=YCFlknu2GFQ
이건 조금 더 비슷한 범주 안에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노래만 들으면 뭐랄까요, 주변의 외적인 것들에서 벗어나 내 본연의 것들을 되찾으려는
나의 본모습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나를 한꺼풀씩 벗겨내면서 정말로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본질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고 해야하나요.
더 있을 법한데 딱 생각난 건 이 곡이었네요.

러브 액츄얼리, 참 볼 때는 '이게 말이 돼?' 하면서 무슨 페어리 테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보게 되면서도
정기적으로 항상 다시 생각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나 더 생각났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LnHoqHscTKE

러브 액츄얼리 감독 리쳐드 커티스의 또다른 명작인 어바웃 타임에서 나온 곡인데,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이 복잡한 감정이 뭔지 그저 추상적으로만 표현이 가능할 뿐입니다.
우울한데, 포근하고, void인데 꽉 찬 느낌이 들어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갖가지 감정들 하나하나를 느낄 수 있는 걸 감사히 여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감정을 전해주는 우리의 일상의 소소함 하나하나도 되뇌어 보게 되구요.
WR
1
2017-04-08 09:21:03

아아... 이제야 뒤늦은 답글을 남깁니다. 많이 늦어서 죄송하네요.

당시 글에서 나누던 것들은 이미 휘발되어 날아갔을테지만,

이렇게 지금에나마 날 돌아보게 하는 음악들을 나누어볼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부디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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