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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 (원제 : Arrival)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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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3-06 02:31:53

이런 분들에게 비추천합니다.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를 봤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에 재미가 없고, 공감되기 힘들다.

인터스텔라에서 과학적 오류와 개연성의 부족 때문에 몰입이 방해됐다.

자고로 영화는 즐겁고 재미있고 그 안에서 적절한 감동이 있어야 한다.

자고로 명작은 온전해보이는 리얼리티 속에서 주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신비롭고 놀라운 화면을 자랑하는 SF영화가 보고 싶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인터스텔라는 부성애, 그래비티는 고독에 관한 영화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몰랐지만 인터스텔라는 재미있었다.

유머가 전혀 없어도 재미있게 본 영화가 있다.

작은 복선과 반전, 다중적인 요소를 잘 찾는 편이다.

많은 화면전환에도 몰입이 가능하다.

아래서부터는 많은 영화 시나리오와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으로 가득한 내용입니다.

 사실 초반 부분은 한달 전에 미리 끄적이고, 전반적으로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상을 적고 싶어서 영화가 대부분 내리길 기다렸습니다.

 꽤 많은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영화를 보셨거나, 아예 볼 생각이 없으신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그들의 언어를 알려주려는 원어민 같은 구성의 영화.

 

 

우리는 망각한 것처럼 살고 있지만 알고 있습니다. 내 몸, 사랑, 부모님, 연인과 같은 소중한 것에게 시작이 있듯 죽음, 소멸, 단절과 같은 끝이 있음을.

그런 도착점은 슬프고 아플 수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소중함을 훼손하진 못합니다.

 

영화는 여주인공 루이스의 회상이 담긴 꽤 긴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딸이 태어나고, 자라고, 자신보다 먼저 죽는 하나의 과정. 중간 중간 생략된 부분이 많지만, 분명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습니다. 바로 윗 문단 도착점과 소중함의 이야기처럼 뜬금없고, 불친절한 만큼 소신에 차있습니다.

첫인상처럼 영화의 처음은 중요합니다. 주인공이 겪은 완결성 있는 배경 이야기만을 하기 위해, 이렇게 긴초반을 할애하는 영화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처음을 보고 강렬한 궁금증이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첫 이야기를?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려고?

 

대학교, UFO가 나타났다는 뉴스들에 사회가 아수라장이 됩니다. 언어학 교수인 여주인공 루이스는 인적없는 외딴 집으로 돌아와, 호수가 보이는 창가에서 호들갑인 어머니와 퉁명스럽고 침착하게 통화합니다.

다음날 평소와 같이 강의 준비를 하고 강의실로 향합니다. 물론 도착한 강의실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습니다.

홀로 연구실에 있던 루이스는 자신을 찾아온 군의 요청을 받아 우리가 알 수 없는 제 3의 존재의 음성녹음을 듣게 됩니다. 루이스는 자신에게 더 많은 정보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힙니다. 하지만 기밀상의 이유로 군은 루이스의 견해만 확인하고 다른 교수를 찾아 갑니다.

이때 루이스는 영화에서 처음으로 반짝거림과 격한 적극성을 띄게 됩니다.

 

사실 정말로 이 영화의 UFO는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죠.

영화 전반적으로 루이스에게서 비치는 감정은 묘하게, 다른 모든 인물들과는 이질적입니다. UFO를 대하는 뉴스와 통화에서도, 아수라장인 사회와 전혀 다른 주인공의 집에서도, 이런 상황에서도 강의를 준비하고 대학을 향하는 모습도, 3의 언어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테이지 안에서 모든 사람에게 쿵쾅거리는 하드락이 울려퍼질 때, 분명 같은 노래를 듣는데 그녀가 듣는 것은 심오한 현악 4중주 같습니다.

옅은 이질감에 궁금증은 커지고 여러 추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루이스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상황에서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어둠이 깔린 호수가 보이는 그녀의 집, 밝은 물체가 공중에서 다가옵니다. 큰 소리가 나고, 밖은 집을 다 비출 정도로 번쩍거립니다. 루이스는 잠에서 깨, 거침없이 알 수 없는 빛을 향해 문을 엽니다.

낮에 사복을 입었던 대령이 군복을 입고 문앞에 서있습니다. 루이스를 현장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헬기를 타고 온 것입니다. 루이스는 담담하게 질문에 대답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확인하곤 짐을 꾸립니다.

 

루이스는 헬기에서 냉철한 표정으로 외계인을 무찌를 장비를 정비하는 어벤저스 호크아이와 만나게 됩니다.

아니... 3의 존재와의 만남에 학문적인 흥분을 느끼고 있는 물리학자 이안과 만나게 됩니다.

계열이 다른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로써 둘의 만남은 루이스의 책 서두를 바탕으로 약간의 기싸움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루이스는 처음으로 자연스럽고 숨김없이 대화합니다.

 영어를 잘 몰라서 번역된 글 위주로 받아들여야했고, 영화를 본지 오래되서 기억이 잘 안나지만 언어는 인류 최초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이런 서평이었습니다.

그 둘의 첫 만남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써 루이스의 이야기는 곱씹을 만큼 재미있습니다.

 

그런 글귀로 독자들 기를 죽이고 시작하는거죠.’

 

이 영화의 시작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듭니다. SF라는 키워드를 알고 온 관객에게 이건 SF영화가 아니라며 혼란에 빠트립니다. 결과적으로 여러 방향에서 이중으로 속아버렸지만...

 

중요한 부분이 교묘하게 잘려나간 것 같은 섬세한 구성 끝에 드디어 화면으로 UFO와 만나게 됩니다. 파란하늘과 넓은 초록 들판은 지금까지 보았던 화면과 전혀 다른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뽐냅니다. 그 웅장한 자연에 자연스럽게 떠있는 부드러운 곡선의 UFO는 차분하다 못해 원래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는 착각까지 듭니다.

그 분위기도 잠시, 루이스와 이안은 각종 의학테스트와 상황설명, 많은 군인들 사이에서 이방인처럼 자신에게 다가올 미지와의 조우를 빠르게 준비당합니다. 루이스와 이안의 대사는 최소화되고 시점은 루이스 1인칭에 가깝습니다. 비닐로 만들어진 가건물, 터널과 같은 직선통로를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는 화면에서 무언가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상황의 긴박함, 군이라는 집단과 공간의 특수성이 한껏 부각되며 방호복을 입고 현장으로 투입됩니다. 화면과 소리에서는 방호복을 입고 있는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잠시 SF 요소가 가득합니다. 특수한 물체, 중력반전, 그리고 모습을 보여주는 외계인, 물론 여기서도 부각되는 긴 직선통로...

그리고 그들과의 첫 조우와 대화, 사실 외계인이 엄청나거나, 화려한 공간의 SF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루이스의 시점으로 진행된 몰입 때문에 현실에서 그런 장면을 마주쳤을 때 대학교수인 루이스가 느끼는 공포, 흥분, 혼돈을 공감시키기 위한 많은 장치들이 그 역할을 다 하는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접촉과 연구가 시작되고 외계인에 대한 기대감과 루이스가 느끼는 긴장감이 주는 몰입이 점점 풀려갑니다. SF라는 장르를 충족시켜줄 더 새로운 영상은 이제 거의 없고, 큰 상황을 보면 연구의 진전과 함께 각 나라와 지도층의 이해관계가 뻔하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뻔하지 않습니다. 그녀를 힘들게 하는 딸 한나에 대한 생각이 차분한 회상이나 꿈인 줄 알았지만, 눈을 뜨고 있어도 그 생각이 납니다. 외계인을 만날수록 더 자주, 또 멈출 수 없는 한나에 대한 생각은 놀랍게도 외계인의 언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SF적인 요소를 통해 인류가 얻는 것은 사실 우리가 많이 봐왔고, 늘 상상했으며, 익숙한 무언가입니다.

단지 그것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이론을 매개체로 사용했고, 미지의 존재인 외계인을 통해 특수한 능력을 불러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이 영화는 SF영화가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망각한 것처럼 살고 있지만,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 몸, 사랑, 부모님, 연인과 같은 소중한 것에게 시작이 있듯 죽음, 소멸, 단절과 같은 끝이 있음을.

그런 도착점은 슬프고 아플 수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소중함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것을.

 

ps. 영화에서 루이스의 이질감을 대비로 살려주는 다른 모든 연기자들의 연기, 특히 영화 전반에 걸쳐 루이스를 특별한 주인공으로 만드는 이안과 연회장에서 달라지는 솅장군이 좋았습니다.

당연히 루이스의 묘한 이질감을 고급스러운 시스루 원단처럼 보일 듯 말 듯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느낌처럼 유머를 아예 빼려고 했으나 너무 적당한 타이밍이라 호크아이 이야기를 넣었는데... 아무쪼록 적절한 환기였길 바랍니다. 아재라 아재개그 타이밍을 놓칠수 없는 병에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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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7-03-06 11:01:43

영화를 보고나면 시간의 개념까지 내포된 원 제목에 수긍이 갑니다 그것을 컨택트로 바꾼것에는 아쉬우면서 한편 무지함이 느껴지더군용

WR
Updated at 2017-03-06 16:09:46

국내 마케팅 전문가의 작품이겠죠?
덕분에 관객 반응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아쉬움이 있는 것은 마케팅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유명 소설 원작 SF영화지만 너무 섬세해서 너희들이 보기는 어려울 수 있어~ 도전해볼래?
이런식으로 마케팅했다면 원제를 훼손하지 않고 한국인들 특성상 문제풀듯 더 많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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