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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無常 (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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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3-04 12:23:31


 

 
 만약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들판의 이슬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화장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흩어지지 않는다면, 인간은 만사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생(生)의 아름다움이란 그 일시성에서 기인한다. 인간은 모든 생물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살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누리는 1년은 무척이나 긴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이렇듯 아름답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천년의 세월도 마치 하룻밤의 꿈처럼 사라져 간다. 



ㅡ요시다 겐코 吉田兼好(일본의 수필가이자 가인歌人), 「도연초(쓰레즈레구사)」(1330~1332년)







우물쭈물 대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오역이다.) 


ㅡ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조지 버나드 쇼의「묘비명」




  야심한 밤, 각 시대에 동서양을 대표했던 문인들이 남긴 명문장과 명언이 지금에서야 손을 맞잡고 내 가슴속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살아 간 시대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랐을 텐데, 기이하게도 둘의 글은 서로 대척점에 위치한 듯 보이기도 하고 일맥상통하는 관조가 있는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우물쭈물 대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조지 버나드 쇼의 저 묘비명은, 실은 오역이다. 묘비명에 새겨진 실제 원문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인데,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어떤 식으로 보든지 간에 저렇게 해석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정확성을 부여하자면,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죽음)이 생길 줄 내 알았다." 정도가 될 듯하다. 하지만 위의 잘못된 오역은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인용해 버렸기 때문에, 이제 와서는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인다. 버나드 쇼가 그의 묘비명으로 인해 벌어진 이 해프닝을 목도했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의 드러난 성정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유쾌해 하며 즐거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천진난만한 미소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버나드 쇼는 수준 낮은 책을 읽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시다 겐코는 무언가 깨우쳤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깨우치지 못했다고 해서 실천하지도 않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다 보니 뭔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고 새벽이다. 끝끝내 무상(無常)에는 이르지 못할 듯 하나 그것이 그렇게 아쉽지만은 않다. 이대로도 좋다. 괜찮다. 새벽의 어스름이 주는 정취가 꽤 괜찮구나. 사색에 대한 해답으로 꺼내 들었던 책 한 권이 던져 주는 또 다른 사색이 참 오묘하구나. 불현듯 이런 마음이 든다. 




어제 새벽에 잠이 하도 안 와서 적었던 뻘글입니다.

밤에 잠들기 전, 몇 장이나마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데, 

문득 세상에는 참 좋은 책도 많고 좋은 글귀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책은 작가가 탄생 시킨 또 하나의 세상에 오롯이 빠져들게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책은 나로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어보이는 난제를 천진난만하게 던져 주기도 하니까요.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사색에 잠겨야 겠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거나 살다가 마주칠 또 다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은 적어질 지언정, 

이 과정이 싫어질 거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로써는 그저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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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Updated at 2017-03-04 12:16:24

오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인간이 보통 거북왕보다 오래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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