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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들하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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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05 12:11:36

얼마 전에 방송에서 다니엘 헤니씨가 나오는 걸 보고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하려는 마음은 언제나 있었지만 그럴듯한 구실이 필요했던 것이겠죠. 어쨌든 그제서야 주변에 피트니스 시설을 찾아보니 꽤 괜찮은 시설인데도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들이 더러 있더군요. 뭐 따지고보면 1년 단위에 가까워질 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는 식인데 한달에 3만원 정도 꼴이면 6개월 뒤에 갑자기 다른 도시로 이사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에 덜컥 등록 해버렸습니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나서 솔직히 말해보자면 그 체육관에 성실히 나가는 편은 아닙니다. '역시 가격보다는 접근성이 중요 했던건가..'라며 자책을 해보지만 애초에 그런게 문제가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요.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때 갖는 마음을 초심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초심이란 걸 참 좋아하지만, 그만큼이나 그 마음을 유지해내는 재능은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처음 피트니스에 다녀 온 다음날 느끼는 근육통은 꽤나 즐거운 일이지만 어느 덧 몸이 그 운동량에 익숙해지고 나면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쉽게 질려버리거든요. 
제가 느끼기에 운동은 자신이 발전하는 걸 실시간으로 알아차리기 힘든 계단식 발전인 것 같습니다. 사실 따져보면 세상에 많은 일들이 (어쩌면 모든 일들이) 그렇겠죠. 새삼 처음 미국에 가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학기 중에는 스스로의 영어실력에 대해 끊임없이 좌절하다가도 방학만 되면 이전에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실력 향상에 늘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쨌든 간에 세상 많은 일들이 계단식 발전이란 형태를 가진다는 것은 저 같이 태생적으로 게으른 사람들한테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입니다. 어쩌면 요리나 여행 같이 결과를 바로 받아 볼 수 있는 취미라면 조금 더 발전 속도가 눈에 띄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이내 만약 정말 그랬더라면 예전 여자친구가 내가 만든 소금맛 오일 파스타를 먹을 필요가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 우울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여자친구에게 기념일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한상 차려줄 수 있는 정도의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다니엘 헤니씨와 비슷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군살은 없는 몸매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제 게으름도 어느 정도 정당화 되려나요.
아무튼 깊이 생각하지 않고 1년 회원권을 끊은 것은 실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미 늦은 일이니까요. 어쩌면 사람들은 자기가 그 정도로 게으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걸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절반의 이득도 못챙길 1년짜리 계약서에 그렇게 덥썩 사인을 해버리는 거겠죠. 이렇게 생각하니 피트니스 센터는 마치 중세의 성당처럼 사람들에게 적당히 게으를 수 있는 면죄부를 파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어떤 체육관 하나가 이런 사람들의 본심을 대놓고 짚어주는 광고를 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1년 등록 후에 1주일 이상 체육관에 안나올시에 잔여회비는 아프리카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데에 기부됩니다.'와 같은. 주변에 이런 체육관이 생긴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가입 할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게을러서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니, 정말 상상만해도 멋진 일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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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2-05 12:13:30

한줄요약 : 나는 여자친구가 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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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5 12:14:23

지금 없습니다. 얼마 전에 헤어졌습니다 ^^

4
2017-02-05 12:15:13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1
2017-02-05 12:19:15

세상사 계단식 발전 인정합니다.

2017-02-05 16:10:31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방에서는 꽤 고가인 1달 15만원에 휘트니스 등록하고 열심히 운동 및 음주 중입니다...
술을 줄이는게 더 급선무네요...다만 들인 돈과 운동시간과 힘들었던 운동과정이 자꾸 떠올라 술을 먹어도 뭔가 조심하게되고 덜먹게 되긴하네요.

WR
2017-02-05 22:20:47

아마 저도 한달 15만원을 끊었더라면 이렇게 추위를 핑계로 삼지는 않았을것 같습니다.

머지않아 한계단 오르시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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