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더킹을 보고나서 든 소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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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1-31 11:16:50
설 연휴에 할 일도 없고 해서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를 했습니다.
맘 같아선 너의 이름은이나 라라랜드를 보고 싶었지만 부모님 모시고 간거였어서
공조와 더킹을 놓고 고민하다 더킹을 선택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후기로는 조금 실망스런 작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을 이끌어나가야 할 두 축인 정우성(한강식), 조인성(박태수) 모두 배역에서 붕 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우성이 연기한 한강식이라는 인물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강한 캐릭터 입니다. 한강식의 입장만으로 실내에 있던 유력자들이 모두 기립하며 맞이할 정도로 그는 극 내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정우성의 모습은 그런 최고권력자가 내뿜는 아우라를 조금도 표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박태수가 한강식을 보고 힘을 쫒아 순응하기로 한 변화 역시 공감을 만들어내질 못했습니다. 연출진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등장인물의 첫 등장 중 역대급 장면을 꼽으라면 꼽힐 이정재의 수양대군 역시 한재림 감독의 영화에서 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배우, 연출진 모두에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강자가 내뿜는 아우라가 제대로 표현되었어야, 사주보러가서 굿판을 벌이는 모습, 고급 술집에서 랩과 댄스를 하는 희화된 모습들이 상대적 대비효과로 큰 웃음을 줄 수 있었을거라 봅니다. 춤추고 랩하는 장면은 예능이나 코미디에서 웃기지 않은 개인기로 웃기려 애쓰는 모습을 볼 때 손발이 오그라들던 그런 느낌을 주더군요.
조인성 같은 경우에도 별로라는 느낌을 준게, 연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습니다. 극 중의 박태수는 양아치였던 학창시절, 정신차리고 공부하여 사법고시 합격 후 검사 초반, 한강식의 수하가 된 시절, 스스로도 어느정도 힘을 누릴 수 있는 시기, 다 잃었다가 다시 정치로 재기하는 모습까지 상당히 드라마틱한 인생굴곡을 가진 캐릭터 입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이 변화 과정에서 바뀌는 건 박태수의 옷과 차 뿐이지 그의 표정, 눈빛, 말투 같은 부분들의 변화가 전혀 없어 캐릭터와 붕 떠 있어 보였습니다. 특히나 조인성의 눈빛은 기본적으로 선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 권력에 물드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이병헌이 과거 광해에서 저잣거리에서부터 용상에 적응한 뒤 까지의 모습, 그리고 진짜 왕으로서 보여준 연기 변화 같은 부분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 역시 이런 식의 캐릭터 발전이 필요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은 오히려 거친 연기 안에서 그 선한 눈빛으로 캐릭터를 굉장히 잘 살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선 계속 선하기만 한 조인성 때문에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초반부터 계속 쌓이다 보니, 가장 극적이어야 할 한강식과 박태수가 처음으로 단 둘이 식사를 하는 장면조차 무게감 없이 흘러가는 한 장면을 뭍혀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갈등을 쌓아놓고 풀어내는 줄거리 역시, 축약시킨 채 박태수의 내레이션으로 처리해버려 그리 통쾌한 느낌을 주지 못하구요. 관상 역시 사실 화려한 배우빨이지 감독의 연출력은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작 역시 실망감을 많이 주었습니다. 워낙 큰 뉴스거리였던 진경준, 우병우 등의 실제 뉴스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더 화제되기 힘들었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좋게 기억되는건 류준열, 배성우의 연기정도 였습니다. 능글맞은 배성우나 고향 친구를 만난 철없는 모습에서 박태수의 성장과 함께 힘에 대한 욕심이 생겨가는 모습도 괜찮았다고 봅니다. 조금 뜬금없는 레터링 타투는 명백한 미스였다고 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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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비슷하시네요. 정우성, 조인성의 연기 때문에 영화에 몰입이 잘 안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