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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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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7 19:28:56
사람을 믿는다

사람을 믿는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우린 상대방의 마음을 100%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제하에
어떻게든 사람들의 마음을 최대한 정확하게 예상하여 그 사람과의 신뢰를 쌓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얼마나 부정확한 일인가.
또한, 서로 알고 지낸 기간과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십년지기 친구보다 생전 초면인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게 오히려 쉬울 때도 있다.
물론 진솔한 대화를 통해 보다 더 서로를 알아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 안에서도 과연 이 사람의 얼만큼이 진실이고 아닌지는
의심을 감수하면서 나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믿느냐, 그리고 이 사람이 날 얼마나 믿느냐에 따라 이 관계는 유지될 수도 있지만,
어떤 예측 못 할 일로 갈라지기도 한다.
결국, 사람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다.
그저 도저히 알 수 없는 불확실성과 싸우며 상대방을 믿으려 하는 나 자신과 상대방이 비추는 모습을 믿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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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이 글을 쓴 지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년. 길고도 짧은 이 시간 동안 난 달라진 게 있을까.
달라진 게 좋은 걸까, 아니면 변함없는 게 좋은 걸까.
하지만 난 아직도 어떻게 사람을 믿어야 할지 모른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전엔 보지 못한 하나의 의문을 품게 됐다는 점.
여기선 내가 읽어내려 하는 상대방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에 주력하고 있지만,
사실 상대방이 진심을 보여준다고 해도 내가 그걸 읽어낼 능력이 없으면
결국 어떤 관계도 성립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의 진심을 잡아내고 공감할 힘.

어떻게 하면 나는 타인의 진심을 이해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이 공감이라는 단어도 사실 너무나 광범위하다.
영어에는 sympathy와 empathy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둘 다 '공감'이라는 뜻이지만, 두 단어는 상당히 큰 깊이의 차이를 보여준다.
Sympathy는 내가 상대방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이해하고 연민을 느끼는 것이지만,
empathy는 내가 정말로 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들을 마치 자신의 감정인양
온전히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그 사람의 감정만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의 삶과 처한 상황을 면밀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두 단어의 차이는 말로는 정의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상대방의 감정을 느낄 때 과연 이게 sympathy인지 empathy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

우린 우리가 아끼는 모든 사람과 empathy를 형성하길 바라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내가 봤을 때 sympathy가 인간의 영역이라면, empathy는 기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 간의 진실된 신뢰 관계는 이렇다.
일단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나와 상대방이 서로에게 진심을 보여주는 걸 기본으로 한 후,
단순히 내가 그 사람의 모든 걸 이해하고 그 사람의 감정을 내 것인 양 느끼는 게 아닌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나를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서로 간의 empathy를 형성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가능하다면
이건 나라는 사람의 퍼즐 조각에 들어맞는 아주 소수인 사람들의 퍼즐 조각들이 이룰 수 있는 소중한 관계다.
인생의 동반자, 무엇보다 질긴 친구, 누구보다 날 잘 아는 혈육의 형태로 나타나는 사람들.
그런 고귀한 사람을 찾는 걸로만 보내는 삶도 그렇게 의미 없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7
Comments
WR
2017-01-07 22:28:10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17-01-07 22:33:54

저는 제가하는 생각 말 행동을 상대방이 어떻게생각할까 항상고민하고 심각하게걱정하며 그렇게살아왔었습니다
이젠 그냥 내가 진심으로 상대방을위해 생각 말 행동을 하려고하네요
결과는
그냥 감당하거나
또는 집착하지않으려고요
쉽게될지모르겠지만요

WR
2017-01-08 00:52:23

개인적으로도 타인과의 관계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절대 좋은 결과는 가져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2
2017-01-08 00:03:55

이런 속깊은 생각은 친구에게도 다 들을수 없는 가치있는 것이죠

WR
2017-01-08 00:53:13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1
2017-01-08 01:10:52

차가운 문체로 전달하는 뜨거운 이야기.
이번 내용도 공감하며 잘 봤습니다.
(영화글 아닌 이런 글도 참 좋네요)

WR
2017-01-08 01:24:44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쓸 의욕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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